추미애 법무부 장관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균형법 위반 혐의로 제주 교도소에 구속된 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구속 수감된 날은 43일이었습니다. 바로 그 날 추 장관님께서도 4.3추념식에 참석하시기 위해서 제주도를 방문하셨고 이어 이 교도소를 방문하셨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저의 예순 세번째 생일 날이었습니다. 제 생일과 제 딸이 낳은 아이의 첫돌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서 가족들이 모이기로 했었던 날이었습니다.


추장관님

제가 장관님께 편지를 올리는 이유는 장관님의 임무가 우리 나라의 정의를 세우고 불의를 바로 잡는 일익 때문입니다. 나라가 정의로 와야 국민들은 평화롭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럴 때라야 국민은 자기 나라를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 헌신하기 마련입니다. 옛날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앗시리아 바벨론과 같은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하에서도 공정하고 평등한 나라를 만드는 것만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고 역설 했었습니다. 그러나 군대와 무기로 나라를 지키려 했던 왕들과 권력자들을 설득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결국 망했고 나라를 잃어버렸습니다. 장관님은 국민이 스스로 지키려고 할 만한 가치 있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야할 책임이 있는 분입니다. 불행하게도 많은 국민은 우리나라가 정의롭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첫째로 법의 잣대가 공정치 못합니다. 여전히 부유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나 그 가족에게는 법이 관대하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엄정합니다. 거대 기업 회장은 강간죄를 저질러도 4개월 동안의 구속기간을 거쳤고 피해자와 합의를 하였으며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풀어 줍니다. 감옥안에는 그것보다 더 경미한 성추행 만으로도 6개월을 감옥에서 지내는 수용자들이 많습니다. 수십장의 반성문을 써내도 감옥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힘있는 국회의원의 아들은 음주 운전에, 뺑소니, 운전사 바꿔치기 같은 음주 운전 퍠악의 종합세트를 만들어 놓고서도 풀려납니다. 그러나 감옥안에는 특별한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단지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어 6개월 이상 옥살이를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국민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엄연한 현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둘째로 법관들이 동료법관들의 법죄나 불의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검사가 성추행을 넘어 성폭행을 하고 공갈협박으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어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법관들의 제 식구 감싸기는 국민들의 조롱과 비웃음의 대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추 장관님, 법은 판검사와 같은 법조인들에게 더욱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국민은 더욱 더 법을 존중하고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로 사건에 대한 엄밀하고 정확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저는 20137월 강정 제주 해군기지 해상 공사 현장에서 불법적인 준설공사를 발견하고 이를 수중 촬영하여 고발한 바 있습니다. 공사업체는 준설공사 중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해저 부유물을 차단하기 위해서 오탁수 방지막을 2중으로 설치하고 작업해야만 하는데, 오탁수 방지막은 다 찢어져 형체를 알아 볼 수도 없는 상태였음에도 공사를 진행하였습니다. 해경에게 이 사실을 미리 제보하였음에도 해경은 공사를 중단시키기는 커녕 공사장 접근금지 경고만을 반복했습니다. 제가 헤엄쳐 공사 현장에 접근하자 물속에는 준설공사로 인해 해저에서 솟아오른 부유물들이 안개처럼 산란하고 있었습니다. 명백히 불법 조업으로 인한 해양오염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고소당한 것은 이 오염 실태를 증언하기 위해 현장을 촬영한 저와 카톨릭 수사한 분이었습니다. 적반하장입니다. 도둑이 도둑질을 저지 하려는 시민을 업무 방해로 고소한 꼴이었습니다. 저는 이 일로 6개월동안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결국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선고를 받았습니다. 위험을 무릎 쓰고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불법조업으로 인한 오염 실태를 고발한 행위가 범죄로 판정되어 감옥 살이를 한 심정을 장관님은 이해하시기 어려운 겁니다. 검사들은 쉽게 중형을 구형하고 판사들은 시간에 쫓기며 선고합니다. 그러나 법관들이 자신들이 결정하는 징벌의 고통과 애환이 얼마나 무겁고 큰 것인지 체감하고 있을까요? 만일 그랬다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현장검증도 하고 더 엄밀하게 조사를 했겠지요, 만일 판사가 해군기지 건설 현장의 불법적인 조업 실태를 현장에서 검증했었더라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옥에 갇혀 자유를 잃은 채 수개월 혹은 수년동안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법이 점점 더 엄중해 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관들은 너무 쉽게 구속수사를 결정하고 사건의 실체도 이해하지 못한 채 무거운 징벌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옥에 갇혀 있는데 힘있고 부유한 법죄자들은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습니다. 불의한 자들에 의해 의를 행하는 사람들이 제소당하고 구속됩니다. 이 모든 억울한 일들이 사건에 대한 엄밀하고도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법집행을 하지 못해서 벌어진 것들입니다.


추장관님

법이 강하고 부유한 자들에게는 더 엄하고 약하고 가난한 이들에게는 더 관대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 주십시오. 정확한 현장검증을 위해서 공기통을 메고 잠수까지 감행하는 판사들이 나타나게 해 주십시오. 그리해서라도 공익제보자를 징역에 처하는 억울한 판결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강정에 지어진 제주 해군기지가 중국과 미국의 패권 다툼에 우리 나라를 끌고 들어갈 위험한 시설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기지 반대 운동을 해왔고 이로 인해 여러 차례 수감되었습니다. 저는 이 반전 평화 운동이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전보장운동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신념 때문에 평생을 감옥에서 지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머지 않은 훗날 나 같은 평화주의자도 자유롭게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을 꿈꾸며 우리 대한민국이 더욱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나라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2020613

제주 교도소에서

송 강호 올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군대 없는 나라'는 비현실적인 이상이 아니다 개척자들 2021.07.30 166
15 평화의 섬 선언 16 주년에 덧붙여 개척자들 2021.01.23 208
14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길들여진 생각 개척자들 2021.01.16 236
13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군대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습니다! 개척자들 2021.01.16 293
12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제주해군기지문제, 다 끝났다고 할 수 없는 이유 개척자들 2021.01.16 159
11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원전 신도시를 짓자 개척자들 2021.01.16 127
10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한국 교회는 어떻게 괴물을 낳았는가? 개척자들 2021.01.16 145
9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문재인 대통령님, 나라는 칼과 창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로 지켜집니다 개척자들 2021.01.16 46
8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최후진술문 "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무죄입니다" 개척자들 2021.01.16 99
7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판사님, 저는 해군이 파괴한 구럼비를 되찾아 평화의 기도를 계속할 것입니다 개척자들 2021.01.16 42
6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문재인 대통령님, 블루벨트를 만들어 주십시오 개척자들 2021.01.16 44
5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문재인 대통령님,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전망을 열어 주십시오 개척자들 2021.01.16 40
4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조세 혁명 없이 기본 소득은 불가능합니다 개척자들 2021.01.16 43
»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추미애 법무장관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2 개척자들 2021.01.16 48
2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추미애 법무장관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개척자들 2021.01.16 39
1 뉴스 앤 조이 공개서신 - 문재인 대통령님,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반대 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개척자들 2021.01.16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