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으로 번져 세계는 새로운 시대적 도전 앞에서 요동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격동의 한가운데서 한 치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타개하려면 대토론과 협의를 통해 혁신적 발상과 제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와 학자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의 이야기까지,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의견을 가능한 한 많이 청취하고 중지를 모아야 할 절박한 시점입니다.

저는 기존의 국방부를 과감히 해체하고 국방부 조직과 인원, 재정 지출 용도 등을 모두 재조정하여 새로운 위협에 직면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로 개편을 단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올해 국방 예산은 국가 예산 중 10% 정도인 50조 원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매년 이 정도 비율로 사용되는 국방 예산은 교육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의 타 부처 예산처럼 국가 장래를 위해 투자되는 비용이 아닙니다. 인건비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철이 되어 폐기할 무기들을 구입하는 데 쓰입니다. 그리고 국방부에 투입된 인력이 55만 명입니다. 이 많은 인력이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 방위를 위해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까? 극히 일부 인원이 소독 방제에 투입된다는 점만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집단전염될까 봐 자기 부대 지키기에 급급한 실정입니다. 마치 제가 감금된 교도소와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대통령님, 구태의연한 사고를 깨고 새롭게 현실을 직시해 주십시오. 지금 국민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무엇입니까? 앞으로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부딪혀 올 위험은 무엇입니까? 세계 최대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을 보십시오. 19만 명이 넘는 미국 국민을 사망하게 한 공격자는 중국·러시아나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아닌 바이러스입니다(9월 11일 기준). 수천 개 핵미사일과 최정예 스텔스기나 잠수함, 항공모함도 이 보이지 않는 적 앞에서 무용지물입니다. 지금까지의 안보 정책이 잘못되어 있었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국방 체제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유지를 위한 미국의 국방 체제와 이를 지원하는 거대한 군산복합체와 매우 밀접하게 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코로나19 같은 전 지구적 전염병과 인체의 신경조직처럼 사회 전체를 연결하는 디지털 통신망을 해킹하여 사회를 통째로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이상기후와 이에 따른 예측 불허의 자연 재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전대미문의 사태들이 연이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여전히 무기와 폭력을 통해 자국의 안전을 지킨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를 가상의 적으로 상정해 이웃 국가로부터 자기 나라를 지키는 일이 안보의 핵심이라는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 버려야 합니다.

인류는 지금 국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위협하는 공동의 적 앞에 직면해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공격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옴 직한 외계 생명체의 침략과도 흡사합니다.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전 지구적으로 협력하고 공조하는 일이 절실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5개 강대국의 패권 카르텔이었던 UN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늘날 국제사회의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기구입니다. 어쩌면 UN을 해체하고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대통령님께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자는 말씀을 하실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이것은 김구 선생님처럼 우리나라를 건국한 독립투사들의 소망이었고, 함석헌 선생님처럼 우리 역사를 꿰뚫어 보신 선각자들이 일러 준 우리의 사명입니다. 비록 작은 나라라고 할지라도, 우리나라가 인류를 위협하는 시대의 도전에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대처하는 선구자적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먼저 국방부를 해산하고 그 업무를 대폭 경찰이나 해양경찰로 분산 이관하고, 많은 국방 예산과 인력을 119를 비롯해 질병관리본부, 재난안전대책본부, 사이버수사대 등 업무 비중에 비해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부문에 대폭 투입하시기를 바랍니다.

국방의무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젊은 남성에게만 실제적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이것도 역시 싸움 잘하는 근육질 남자들만이 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던 구시대적 유물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위기를 극복해 나가려면,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젊은 여성들에게도 같은 수준으로 국방의무를 지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민하고 섬세한 분별력과 판단력을 발휘하는 데 여성이 남성보다 못하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또한, 양심과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비중증 장애인까지도 예외 없이 복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의무 복무 제도를 만들어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위협에 협력적·창의적 활동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우리나라가 먼저 새로운 국방 개념을 만들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이웃 나라를 가상의 적으로 간주하고 전투기와 전함, 핵미사일을 배치하여 서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건국 이래 전가의 보도처럼 애지중지해 온 국방부를 해체했다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염려할 수도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변신하며 새롭게 도전하듯이, 우리 사회도 그때그때 빠른 속도로 변화하며 대응해 나가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적응과 변신은 우리 사회의 불가피한 과제입니다. 비록 완전할 수는 없어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해냈고, 앞으로도 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예상치 못한 대홍수로 남북한의 수다한 집과 농작물이 떠내려가고, 인터넷을 통해 국적도 알 수 없는 해커와 침입자가 국민의 재산을 강탈해 가고 있습니다. 사스·메르스·코로나19와 같은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국민 생명과 국가 경제를 파멸시키고 있습니다. 허수아비처럼 총만 들고 철책 앞에 서 있는 지금의 군대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언제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사람은 반대와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님이 그 새로운 문이 되어 주실 수 없겠습니까?

2020년 9월
제주교도소에서
송강호 올림

[출처: 뉴스앤조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국방 개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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