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제주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바람이 많아지는 계절이 왔습니다. 한라산 자락 사이로 부는 바람, 태평양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평화의 바람까지.


 마을의 소식을 먼저 전합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마을임시총회가 있었습니다. 크루즈항 터미널 사업에 대한 찬반을 가르는 회의였습니다. 주민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강정 이주민들도 많았습니다. 안건은 중요하고 예민한 것이었습니다. 회의에 온 주민들 상당수가 크루즈항 터미널 사업이 마을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기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회의 시작부터 이러한 입장의 의견들이 쏟아집니다. 마을의 어느 청년은 이제는 우리도 이득을 챙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고보니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회의에 평소보다 눈에 띠었습니다. 쏟아지는 의견 뒤, 회의 분위기는 크루즈항 터미널 사업이 받아들여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 어느 할아버지께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의견을 냅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우리 마을은 더 이상 찬반갈등이 일어나면 안되니, 이 회의에서 찬성반대 결정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다. 반박할 수 없는 의견이었습니다. 회의에 모인 그 날도 찬성반대로 주민들이 갈라서는걸 모두가 느끼고 있었을 것입니다. 할아버지 의견을 뒷받침하는 의견도 나옵니다. 강정지킴이 한 사람은, 며칠 전 크루즈 터미널 사업 완공 시점이 2017년이라는 신문기사를 언급하며 사업은 이미 결정된 것인데, 왜 마을에서는 찬반 결정을 하냐는 말을 했습니다. 마을 지도부의 설명을 들어보니, 크루즈 터미널 공사를 위한 공사차량은 해군의 반대로 기지 공사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마을 안길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마을회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터미널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고, 제주도에서는 강정주민들이 크루즈 터미널 사업을 찬성해주면 그 명분을 내세워 해군에 공사장 도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의 중간에 주민들이 나갔고, 정족수 미달로 회의는 안건이 폐기 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살 길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크루즈 터미널 사업이 더불어 나누며 살 길을 만들어 줄지 모르겠습니다. 임시총회에는 왜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지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꾸미기_평화의 인간띠 된 나무숲학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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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에 양평 나무숲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통째로 여행을 왔습니다. 양평 공동체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습니다. 지저귀는 새소리 마냥 야단법석 아이들이 강정에 다른 생기를 넣어줍니다. 아이들은 마을 길을 걷고, 바다 수영하고, 바다 멸치를 잡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공사장 정문 앞에서 생명평화백배를 하고, 인간띠잇기와 강정춤을 함께 췄습니다. 송 할아버지가 참 많이 고생해주었습니다. 어른들이 하는 일들을 아이들이 하면 모양새도 느낌도 다릅니다. “, 정말 평화롭다.” 는 생각이 듭니다. 에밀리가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린 날, 에밀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강정에 선물해줄지 물었습니다. 가희가 에밀리 옆에 살며시 다가와서는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찰 아저씨 사랑해요.”

이 말 듣고, 아이들의 사랑은 어른들보다 더 위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찰 아저씨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어 가희의 말을 그림에 쓰지 못했지만 가희 말이 참 귀했습니다. 마음 속에 고이 간직하고 싶습니다.


 아이들 돌보느라 고생한 선생님들, 밤에는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 꽃 피웠습니다. 따뜻한 사랑과 정으로 아이들이 잠든 밤에 나눈 그 이야기들로 어른들이 힘을 얻고, 아이들을 키우는 지혜를 배웁니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 이야기에 동원과 에밀리도 함께 했습니다. 곧 아빠 엄마가 될 동원과 에밀리는 나무숲학교 선생님들 덕분에 좀더 좋은 아빠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무숲 학교에 참 고맙습니다.


꾸미기_강동균 전마을회장 차남 결혼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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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에는 두 가지 잔치가 있었습니다. 강동균 전 마을회장의 차남 결혼식이 있었고, 강정평화사목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긴 시간을 받치는 동안 아들은 이렇게 부쩍 커서 결혼했습니다. 강정평화사목센터는 마을에서 공동체, 평화교육, 복지 등 다양한 사업을 할 예정입니다. 강정 평화운동의 또 다른 거점이 생겼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 요나구니지마 방문과 오키나와캠프 참여를 위해 에밀리가 출국을 합니다. 임신한 몸으로 먼 길을 떠나는 게 걱정스럽습니다. 요나구니지마에서는 에밀리에게 발표를 부탁해서 준비할 일도 많아졌습니다. 대만과 가까운 요나구니지마가 대만 사람들과 연대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길을 떠납니다. 다녀오는 길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세요.


이번 주 소식은 여기까지 입니다.

 

[기도제목]

1.      강정에서 평화를 위해 수고하는 모든 이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2.      에밀리가 요나구니지마와 오키나와평화캠프에 안전하고 건강히 다녀올 수 있도록, 말똥이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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