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


함께 활동했던 강정 지킴이 중 한 분이 이제 이곳에선 자신이 할 일이 없는 것 같다고 하면서 씁쓸히 강정을 떠났습니다. 그런 분들이 마음에 기억되며 글을 씁니다.


만일 당신이 강정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더라도 결코 떠나지 마세요. 그저 강정에서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해군기지 결사 반대] 가 쓰인 노란 깃발을 들고 해군기지 정문을 막아 서십시오. 당신이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키면 당신은 저처럼 수감이 될 것입니다. 제주 교도소에서도 우리는 강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함께 수감된 죄수들에게 해군기지의 불법성과 불필요함을 알리고 개중에는 미래의 동지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해군기지 문제로 투옥되면 해군기지는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밖에 없겠지요. 수감되는 것이 가져오는 인생의 불이익을 생각하면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전쟁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이미 이 세상의 법과 제도를 뛰어 넘은 사람입니다.


나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감옥에 들어 오시기를 바랍니다. 감옥 안에는 늘상 들락거리는 군상들이 있습니다. 일반 잡범들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그룹은 조폭들입니다. 그들은 자기의 활동 중에 일부가 교도소에서의 수형 생활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생애의 일부를 불가피하게 교도소에서 보낼 것이라고 예상하고 교도소내에서도 [단골]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교도소의 주요 고객으로서의 특전 같은 것이지요. 우리가 그런 특권을 누리자는 뜻은 아니지만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법의 경계를 뛰어 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이 세상은 전쟁도 폭력도 없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수백명의 조폭들이 교도소에 수감된 들 세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지만 수십명의 평화 활동가가 수감이 되면 사회는 발칵 뒤집힙니다


우리는 해군기지 폐쇄를 위해서 미디어의 조명이 필요합니다. 미디어의 협조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미디어는 보도할 만한 내용을 찿기 마련이지요. 제물이 있어야 제사를 드리듯 미디어는 끊임없이 제물을 찾고 있습니다. 해군기지를 쫓아내기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도발적인 행동을 실험하면 해군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행동의 결과로 경찰에 체포되어 구감된다 해도 실보다는 특이 더 많습니다.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두 명 보다는 4명이나 10명이 해군들에게 부담을 주고 미디어의 관심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 싸움의 승자입니다. 만일 우리가 뒤로 물러나서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이 싸움을 회피 하지만 않는다면 이길 수 밖에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세렝게티 평원의 수천마리의 들소들이 수십마리의 사자들에게 쫓기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두려워 하거나 염려하지 말고 더 치열하게 해군기지 폐쇄를 위해 행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수감되면 그 빈자리는 또 다시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강물처럼 흐르고 그 자리는 다시 새로운 윗물에 의해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한 투쟁은 반드시 하늘이 도와줍니다. 이 믿음을 갖고 끝까지 물러나지 맙시다.


2020. 5. 28                  

제주 교도소에서 송 강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