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강정의 평화의 나무들에게 인사드립니다1


벌써 세달이 훌쩍 지나고 네번째 달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때약볕 아래서 항의 시위와 미사와 인간 띠잇기를 이어가시는 여러분이 저보다 더 고생이 많으십니다. 며칠전에는 강한 비바람이 불어와서 교도소의 창문이 심하게 덜컹러리면서 빗물이 방안으로 들이치기도 했습니다. 강정에서 맞이 했던 태풍들이 생각났습니다. 이 비바람속에서 여러분은 다들 안녕하신지 포구에 떠 있는 요나스 웨일은 무사한지 염려하며 밤새 뒤척였습니다


오늘 아침 문신부님의 [길위에서 하느님 나라를 만나다]의 한 귀절을 묵상햇습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께 달려 있다.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아라…” 새삼스럽게 지금 내가 수감되어 있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고 그분이 원하시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내가 구속되어 있음으로 인해서 나 자신이나 내 이웃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일까? 무슨 연유에서든 우리가 겪을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과 처지는 하느님이 뜻하셔서 주어진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무심코 교도소의 책 꽃이에서 책 한권을 집어와서 읽으려니까 놀랍게도 강정에 관한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염무웅이란 문인이 쓴 [자유의 역설]이란 산문집이었습니다. 그 일부를 나눌께요.

평택 미국기지 건설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시도가 의미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상통한다. 한 마디로 그것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만 설명 될 수 있다. 강정 마을 해군기지가 어떤 규모로 건설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로서는 노엄 촘스키 교수와 평화 운동가 매트 호이가 발표한 공동호소문의 주장; [이런 군사시설을 건설하는 목적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중국으로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라는 주장(인터넷 ,한겨례, 2011.9.30)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장차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이 미국의 일방적 패권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시점, 즉 중국이 자신의 국가적 역량에 자신감을 가지게 될 어느 시점에 양국간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물론 그것은 결코 일어나선 안될 악몽의 시나리오지만 그런 최악의 경우조차 예상하여 우리의 전략적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정부의 마땅한 의무이다. 그런 점에서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일종의 안전보장운동이다”(95)


강정주민들의 대다수, 그리고 제주도민들이 해군기지와의 상생이라는 신기루를 따라가고 있지만 여러분은 역사와 진실을 보고 있고, 미래에 닥칠 어두운 현실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우리를 지켜보며 응원하는 무수한 국민들이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이 보이지 않는 지지자들과 응원자들을 잊지 맙시다. 승리는 다수의 편이 아니라 진실의 편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 투쟁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 구럼비가 그 증인이 될 것입니다. 평화를 빕니다.


20207월 첫날

제주국립수도원에서 송 강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