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을 지키는 평화의 나무들에게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올 장마는 유난히도 길게 느껴집니다. 저는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별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재판정에서 여러분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외롭게 법정에 서 있을 때 거의 찾아 뵙지 않았는데 그 때 참 쓸쓸 했었겠구나 하는 생각에서요. 교도소가 좋은 점이 여럿 있어요.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도 안 시켜요. 하루 종일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휴양소지요


사실 저는 이 편한곳에서 여러분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반전평화운동에서 내가 저지른 실수는 무엇이었고 아직도 알지 못하는 패착은 무엇인지를 복기합니다. 해군기지 반대 운동이 쇠락하기 시작한 지점은 201212월 박근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부터 입니다. 물론 그전 이명박 정권에서도 조현오 경찰청장이 서귀포 시장을 여러 차례 갈아치우면서 강정주민들을 겁박 할 때 반대 대책위나 평화 활동가들이 마을 주민들을 잘 품고 잘 대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박근헤가 대통령이 되면서부터 동력이 많이 떨어지고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자포자기 하는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게다가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개인적으로 주무르기 위해서 박근혜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판결을 법관들에게 주문하였습니다. 강정해군기지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재판들이 이런 사법농단의 결과로 패소한 것들입니다.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고 건축허가를 내주고, 절대 보존지역도 불법적으로 해제 하였으며, 엄청난 문화재가 발굴되는데도 그 가치에 대한 신중한 판단없이 다 긁어 내버렸습니다


지금 그 당시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 부쳤던 이들, 이명박, 박근혜, 조현오, 양승태 이자들 모두가 처벌을 받고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습니까? 이들이 저지른 죄악의 결과는 버젓이 강정 앞바다에 보란듯이 펼쳐져 있는데, 이들이 죄인들이라면 이 자들이 저지른 죄악들도 처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반대 주민회와 우리 평화의 나무들이 이명박, 박근혜 시절 저지른 잘못된 재판들에 대한 새로운 재심을 신청합시다. 군사시설 실시 계획, 공유수면 해제,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관리등 강정에 해군기지를 짓기 위해 이들이 저지른 모든 불법과 편법을 다시 법정에 올려 시시비비를 가려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해 법이 있고, 그 법 위에는 헌법이 있습니다. 아무리 번지르르한 건물들과 시설들이 이미 들어서 있다 하더라도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한 초석인 헌법의 가치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해군기지를 법의 심판대 위에 세웁시다. 불법적으로 건설된 해군기지를 해체하여 구럼비를 복원 개방하고 구럼비를 생명 평화의 공원으로 만듭시다. 물러서지 않으면 반드시 그날은 옵니다. 힘냅시다.

2020. 7,27 제주 국립수도원에서 물귀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