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의 평화 나무들에게 문안 드립니다!


잘들 지내시나요? 저는 편히 지내며 지난 날을 돌아보는 소중한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더 열심히 하지 못했던 것을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성산 제 2공항 반대 대책위가 제 2공항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깊이 생각해 볼 점입니다. 우리도 해군기지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항 행동을 계속하면서 해군기지를 정치문제화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도청 앞에서 집회시위 신청을 하고 반대 시위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왜 강정에 왔는지를 돌아보기 바랍니다. 생계 유지형 스파이처럼 우리도 세월이 흐르면서 일상을 살아 내기 바쁜 생계 유지형 평화 운동가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강정에 온 이유는 해군기지가 강정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희망과는 반대로 해군기지는 강정에 지어졌습니다. 우리는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를 인정하고 강정 마을 주민들 다수는 정부에 무릎을 끓었고 활동가들 다수는 강정을 떠났습니다. 아직까지 강정에 남아 있는 우리들은 왜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까?


저의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처음처럼 해군기지를 쫓아내기 위해서 입니다. 아직 우리의 힘과 기술이 그럴 만큼 강하지 않지만 사람을 모으고 힘을 길러서 마침내 우리의 존재 이유를 실현하는 날을 반드시 맞이합시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독립 투사들이 보았다면 일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투사의 눈으로 우리 현실을 내다봅시다. 해군기지는 반드시 우리 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독 안에 든 쥐라는 믿음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포기하고 떠나지 않는 한 그 날은 반드시 옵니다


우리가 더 많은 동지들과 구경꾼들을 강정으로 불러들이면 들일수록 그 날은 빨리 옵니다. 크고 작은 모임들과 행사들과 활동들을 만들어서 세상 사람들을 강정으로 불러 들입시다. 그래서 TV에 강정 해군기지 소식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와 추념식등의 온갖 행사들과 토론회, 낭독회, 전시회, 강연회, 청년캠프, 작업캠프, 평화캠프 등을 유치합시다. 길멍 친구들이 경기도 강화도에서 걸어서 강정까지 온 것을 보고 너무 놀랐는데 걸어서 강정오기, 자전거 타고 강정오기 같은 행사도 하면 좋겠습니다


내년 37일 구럼비 발파 9주년에는 강정천에서 문신부님이 추락하신 방파제 끝까지 인간띠 잇기를 합시다. 이미 2012년에 시도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최소한 매년 한번씩은 그리해서 시민들의 기억속에서 강정과 구럼비가 잊혀지지 않게 합시다. 잊지 않으면 찾습니다. 우리의 적은 해군이 아니라 망각입니다.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강정과 구럼비를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꼭 이 망각의 사슬을 끓어 버립시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되시는 분 계시면 저 대신 제자리로 들어 오십시오. 제가 나가서 대신하겠습니다. 농담 아니고요. 무기력증이 엄습하면 감옥에 들어와서라도 수용자들에게 강정이 끝나지 않았음을 전파해 주십시오. 감옥에서 가장 기쁜 것은 여러분의 모습을 TV에서 보는 것입니다. [해군기지 결사반대 저항]의 외침을 TV가 계속 보여 줄 수 있도록 방법을 찾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해군기지는 우리의 것입니다. 김영관 센터는 우리의 평화 센터입니다. 그렇게 될 겁니다. 신성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고 진주를 돼지에게 주지 말라는 성경의 구절이 있습니다. 구럼비와 해군기지를 배신자, 변절자들에게 주지 말고 우리가 차지해서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소중하게 활용합시다. [강정의 봄]이 올 겁니다. 꼭 이 겨울을 견디고 나면 따뜻한 날이 오고 사람들은 강정으로 삼삼오오 찾아 오겠지요. 꼭 이 강정을 지키며 새로운 평화의 묘목들을 기다립시다. 강정이 평화의 푸른 숲이 되어 해군 기지를 덮어 버리는 날을 꿈꿉니다. 그리 멀지 않은 훗날, 우리는 그 아름다운 숲속에서 다 함께 만날 것입니다.


해군들아 꺼져라!(불이 꺼지고, 땅이 꺼지라는 뜻)

구럼비야 일어나라!

할망물아 솟아라!

2020.10.23                제주국립수도원에서 물귀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