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의 평화 나무들에게,


안녕하세요? 성미산 학교, 간디학교 학생들이 강정을 방문했다는 소식 듣고 기뻤습니다. 더 많은 학생들이 강정을 찾아오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강정은 평화 운동과 평화 교육의 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해군기지가 빨리 쫓겨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어서 반전 평화 운동과 교육을 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만일 해군기지 건설이 중단 되었었더라면 마을 주민들이 자기가 그 기지를 차지하겠다고 다투었을텐데 이제는 포기 선언을 했으니 이제 해군기지는 소수의 반대주민회와 평화 활동가들 몫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온전히 평화를 위한 기지로 바꾸도록 기회는 우리에게 왔습니다. 계속해서 강정에서 평화학교를 열고, 평화대학을 열어서 젊은이들도 찾아오고 평화 운동가들도 끊임없이 강정을 찾아오도록 우리의 투쟁을 계속 하기를 바랍니다. 해군기지가 지어졌으니 다 끝났다고 하는 사람들은 바보이거나 비겁한 사람입니다. 핑계를 만들어 스스로 책임 면제를 하려는 겁쟁이 인 것이지요. 오히려 해군기지가 지어졌으니 이제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의 허리띠를 동여 매는 것이 진짜지요.


제가 구럼비 개방 국민청원 해달라고 졸라서 불편하지요? 국민청원이 자존심 상하는 방식이라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구럼비를 다시 탈환하기 위한 길을 찾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구럼비다는 의미 있지만 함정도 있어 보입니다. 잘못하면 구럼비를 자신과 동일시 하는 것이 결국 구럼비는 살아 있다는 자기 기만을 통해서 파괴되어가고 기억속에서 사라져 가는 구럼비를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게 하는 수렁 같은 함정 속으로 우리가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있습니다. 구럼비의 실체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잃지 않아야 해군기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럼비의 복원과 해군기지는 양립할 수 없으니까요. 둘 중에 하나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청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무엇인가 구럼비를 찾아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구럼비는 이미 다 파괴되었다고 절망하는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파괴된 모습일지라도 그대로 발굴하여 군사기지가 저지른 범죄행위를 증언 할 수 있도록 그 형태를 드러내게 합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하길 바랍니다. 가장 괴로운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세월을 보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그 결과를 디딤돌로 삼아 그 다음으로 도약할 수 있으니까요. 꼭 구럼비를 탈환하기 위한 행동을 결정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년 37일에는 해군기지를 다 인간 띠 잇기로 에워싸고 구럼비를 내놓으라고 압박합시다. 해군은 구럼비를 먹을 수 없습니다. 구럼비는 두꺼비처럼 뱀이 삼켰어도 토해 낼 수 밖에 없는 신성한 바위입니다. 해군의 패착은 바로 그 구럼비 위에다 군사기지를 지었다는 것입니다. 터를 잘못 잡은 거지요. 물러나지 않으면 구럼비는 다시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결코 포기하지 마시고 우리 친구들을 구럼비, 강정으로 부릅시다. 어느날엔가 해군보다 더 많은 평화의 사람들이 이 강정을 평화의 숲으로 바꿀 것을 기대합니다


강정은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강정에서 평화가 발원하여 세상으로 평화의 사람들을 퍼뜨리는 꿈을 꿉니다. 바로 우리들이 그런 꿈을 실현하기 위한 썪은 밀알들일 겁니다. 감옥에서 작은 방에 10명의 수용자들이 함께 삽니다. 아침 저녁으로 기도하다 보면 이 수용자들을 보내서 만나 함께 지내게 하신 분이 하느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물며 강정에서 만난 우리들은 얼마나 더 귀한 만남이겠습니까? 하느님께서 뜻하시지 않으셨다면 결코 우리가 강정에서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우리의 만남은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그리 멀지 않은 훗날 우리의 꿈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강정에서 배우고 경험한 비폭력 저항운동가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곳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그 날은 올 것입니다.


2020.11.19

제주 국립수도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