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환 형님

2021.01.16 16:43

개척자들 조회 수:87

종환형님,


안녕하십니까? 재판하는 날 법원에서 뵈었지만 멀리서 밖에 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먼 길 찾아와 준 것도 고맙고요. 나는 모든 신입 수용자들에게 두주간 독거방에서 지내는 시간을 다 마치고 혼거방으로 전방 되어 8명의 식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감방의 수용자들이 호의적으로 대해 주어서 힘들고 어려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늘 내 곁에 함께 계신다고 믿으니까 감옥안도 하늘나라입니다. 내가 수감될 것은 알았지만 재판이 끝나고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구속 재판이 되어 삼거리 식당 주변을 정리해 놓지 못하게 되어 미안합니다.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나가는 대로 삼거리 식당이 새로운 활동가들의 쉼터가 될 수 있게 만들게요.


형님, 우리 방에 있는 재소자들이 모두 술 때문에 죄짓고 들어온 사람들이네요. 술이 원수라고 이구동성으로 성토합니다. 형님은 술 때문에 실수를 하지는 않으시지만 술 때문에 건강이 상하는 것 같아 염려가 됩니다. 형님 몸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 중요합니다. 형님이 쓰러지면 강정 행군기지 싸움은 끝장납니다. 지금까지 형님이 해 주시는 밥먹고 힘을 내서 투쟁해 왔는데 형님이 건강을 해치면 그나마 남아 있던 활동가들은 뿔뿔이 흩어질 거예요. 제발 저의 간청을 들으시고 금주해 주시길 바랍니다. 건강한 몸으로 해군기지 문닫고 구럼비를 다시 모든 이들의 공원으로 개장하는 날을 꼭 기쁘게 맞이해야지요. 그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일제시대에 이광수, 최남선 같은 민족지도자들까지 친일파로 전락할 정도로 일본제국이 영원할 것 같았지만 결국 무녀졌쟎아요. 나는 인구 300만의 동티모르라는 작은 나라가 2억 인구의 인도네시아의 지배에서 독립하는 것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해군기지를 절대로 무너뜨릴 수 없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싸우면 결국 기적이 일어납니다. 기적은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주어지는 신의 선물입니다. 형님, 술취하시면 안됩니다. 우리 활동가들은 형님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형님도 품위와 격식을 갖추셔야 합니다. 경조사 이외에는 제발 금주를 해주시길 간절히 청합니다. 형님이 음주로 쓰러지면 저도 강정을 떠날 겁니다


저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끝까지 해군기지 철거를 위해 함께 싸우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강정을 떠나지 않는데, 정작 주민들이 사라진다면 내가 약속한 대상도 없어지는 셈이니까요. 마을 주민 다수가 변절하고 배신한 상황에서 끝까지 지조와 약속을 지키고 있는 형님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런 소중한 분을 지키기 위해서 외람된 부탁을 드린 것이니 너무 괘씸하게 생각지 마시고 제 간청을 꼭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형님,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우리 꼭 해군기지를 문닫는 날을 함께 맞이할 수 있도록 끝까지 변함없이 투쟁! 반드시 우리는 이깁니다. 국민을 이길 군대는 세상에 없습니다.


2020519일 제주국립수도원에서 동생 강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