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자들의 마을

2021.01.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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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마을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복이 있다. 그 사람은 하느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5;8)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마음은 세상을 보는 창과도 같습니다. 창이 더러우면 밖을 내다 볼 수 없듯이 마음이 욕심이나 탐심으로 칠해져 있으면 보기는 보아도 사물을 인식할 수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예전 구럼비가 부셔져 시멘 콘크리트에 매장되기 전 구럼비에는 맑은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들이 여러 곳에 있었습니다. 구럼비에서 기도하면 군인과 경찰들이 잡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잡히기 전 그 깨끗한 웅덩이에 풍덩 빠져서 물속에서 하늘을 바라다 보면 나를 둘러싼 경찰들의 형광색 옷들이 물결에 하늘거리며 빛이 납니다. 그때마다 자문 했었습니다. “당신들 정말 미친 것 아닙니까? 어떻게 이렇게 맑고 깨끗한 선녀탕 같은 하늘의 선물을 시멘 콘크리트로 묻을 수 있습니까?”라고, 구럼비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절대 보존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군과 공사측은 특별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고 역설했습니다. 그곳에는 희귀한 생물들이 살고 있었지만 이 역시도 그 소중함을 폄훼하기 위해서 변명을 늘어 놓았습니다


왜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고 소중한 것이 무가치 해 보일까요? 왜 거룩한 것이 속 되 보이고 희귀한 것이 천해 보일까요? 탐욕 때문입니다. 모든 살아 있는 것, 아름다운 것, 신성한 것들이 돈을 벌기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보이니 그 본래의 미와 가치는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아름다운 마을 강정은 이제 [눈 먼 자들의 마을]이 되었습니다. 마을의 지도자라는 마을 회장은 [맹인들을 인도하는 맹인]이 되어 마을의 운명을 비극의 구렁텅이로 끌고 갑니다. 아름다운 마을 강정은 이제 무시무시한 전쟁무기들과 위험한 폭탄들로 싸여 있고 자녀들은 기지촌 윤락가에서 자라나게 되었습니다. ‘해군과의 상생이라구요? 돼지의 살에 붙어서 피를 빨아먹는 진드기가 돼지를 불사르는 날 함께 불타 죽는 것이 바로 그 허울좋은 상생입니다


강정이 살길은 하루속히 정신을 차리고 해군을 마을에서 내치는 것입니다. 해군기지를 폐쇄시키고 구럼비를 다시 복원하여 개방하며 부속 건물들은 평화센터로 활용하는 것이 강정마을이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거짓 상생으로 주민을 호도하는 현 강정마을 지도자들은 강정마을 주민들과 그 후손들에게 죄업을 쌓고 있는 것입니다. 돈의 유혹과 탐심을 버려야 바른 길이 보입니다. 해군들에게 빼앗긴 구럼비와 중덕 바다를 다시 되찾을 수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눈을 뜨고 힘을 모으면 잃어버린 마을을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강정마을의 땅과 바다를 팔아 먹거나 그것을 그저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강정주민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잃어버린 강정 마을의 땅과 바다를 다시 되찾으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강정 주민입니다.


202072일 제주 교도소에서 송 강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