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들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20113월달에 강정마을에 내려와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민권을 갖지 못한 주민입니다. 저는 지금 제주 교도소에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저의 사리 사욕 때문에 죄를 지은 것이 아닙니다. 강정 마을 주민들이 일어버린 구럼비를 다시 돌려 달라는 요구를 하다가 체포 당했습니다


구럼비는 원래 공유수면입니다. 개인이나 특정집단이 배타적으로 점유할 수 없는 공공의 자연 유산입니다. 이 구럼비를 땅속에 파묻고 그 위에 군사기지를 지었습니다. 며칠전에 레바논의 한 항구에서 화학물질이 폭발해서 수천명의 사상자가 난 사건이 발생한 것 아시나요? 강정해군 기지에는 그런 위험한 폭발물이 없을까요? 없을리가 있겠습니다까? 군대에 총과 총탄이 없다면 누가 믿겠습니까? 무시 무시한 폭약들이 어디엔가 보관되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디 있는지 잘 관리되고 있는지 마을에 아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나요? 어련이 잘 관리할거라고요? 그런 무책임한 사람들이 마을의 지도자들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마을 주민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우리 자녀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요 사실 더 무서운 것은 군함이나 잠수함에 장착된 가공할 만한 폭탄들입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조건으로 보상금을 받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언젠가 강정마을이 거대한 폭발로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재앙이 닥칠지도 모릅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그런 불행한 미래가 닥칠 가능성을 감수히기를 결정한 것입니다. 그 대가로 지금 정부 보상금과 지원금을 뭉텅이로 받고 있는 거구요. 그것이 우리 자녀들의 피값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저의 주민권을 빼앗아 갔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법이 정한 엄연한 강정주민입니다. 저는 제주도도, 강정마을도 사랑합니다. 강정천도 구럼비도 사랑합니다. 그 사랑 때문에 지금 네번째 옥고를 치루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의 어르신들께 당부합니다. 우리 마을 주민들과 자녀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어디에 폭탄과 화약고가 있는 것인지 그것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그리고 군함들의 폭탄들이 불의의 사고로 폭발될 경우 어떤 영향을 마을에 가져올 지를 알아 보시고 그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알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생명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2020. 8. 9

75년전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날

제주 교도소에서 강정마을주민 송 강 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