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지금, 샘터는...

2011.12.30 05:02

개척자들 조회 수:2638

오전에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샘터에 함께 살고 있는 또희라는 이름을 가진 진돗개의 목줄이 풀린 것입니다. 또희.JPG 문제는 목줄이 풀리면 달려가는 곳이 한가로이 샘터를 누비며 먹이를 먹는 닭들이 있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지역 교회에서 저희들에게 9마리의 닭을 주셨고 어린 닭으로 샘터에 왔던 9마리의 닭은 어느 새 꽁지깃을 한껏 뽐내며 시시때때로 꼬끼오목청을 높여 샘터의 아침과 나른한 오후 밀려드는 졸음을 깨우기도 하는 장닭이 되고, 한 손안에 쏘옥 들어올 만큼 작은 알을 낳는 암탉이 되었습니다. 9마리의 닭은 무리를 지어 늘 함께 다닙니다. 처음엔 닭장 주변의 텃밭에서 노닐더니, 어느 날은 좁은 화장실 옥상에 모여있기도 하고, 다음날은 사랑채 지붕에서 부리로 지붕을 뜯고, 차츰차츰 샘터 식구들의 생활공간이었던 백인당 뒤뜰, 드디어 장독대 터에까지..이제는 있는 자리에서 시선을 돌리면 언제고 볼 수 있는 곳에까지 왔답니다.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친구들입니다. 이런 샘터 닭들이 때때로 예상치 못한 수난을 당하기도 합니다. 오늘처럼 샘터에 함께 사는 또희와 아지가 풀려날 때입니다. 안타깝게도 한 마리의 닭이 또희에게 물려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샘터에 화재가 일어나던 날, 서둘러 난영이 작업실에 있던 금숙이와 모미라는 고양이들을 대피시키고, 또희와 아지의 목줄을 풀어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했습니다. 그런데 아차!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나무위 장닭.JPG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불을 피하는 것보다 또희와 아지의 마음이 앞서 달려간 곳이 닭들이었던 것입니다. '꼬꼬댁 꼬꼬', '푸드덕' 요란한 날개짓 소리와 함께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안돼! 또희야, 아지야!”를 목청껏 외치기도 하고 다쳐서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허철 간사와 기철은 서둘러 또희와 아지에게로 달려가기도 했지요. 순간, 우리들의 동동 구르는 발을 멈추게 하고 잔뜩 당황한 우리의 표정을 감탄으로 일순간 바꾸어버린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화재보다도 또희와 아지라는 더 큰 봉변을 만나게 된 닭들이 위기 상황에서 갑자기 날개를 펼쳐 들더니 하늘 높이 수십 미터를 날아 또희와 아지도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높은 곳에 안착한 겁니다. 모두들 !’ 감탄을 하며 흐뭇하게 그 장관을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닭들의 무사함을 인해 안도의 한숨을 짓기도 했습니다. 화재 당시의 그 장관이 오늘 또 다시 펼쳐졌습니다. 글쎄요, 야생의 본능에서인지 아니면 타락의 폭력성(?ㅎㅎ)에서 기인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또희의 도발에 닭들이 날갯짓을 하며 하늘을 향해 날더니 한 마리의 장닭은 높은 겨울 나무의 가녀린 가지 사이에, 또 한 마리의 장닭은 산으로부터 샘터에 물이 실려오는 호수 위에 자리를 잡음으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닭장 안에서만 지냈다면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하기가 힘들었겠지요. 자유함이 준 선물이자 생명이겠다 싶습니다. 하늘을 유유히 날며 생명을 살 수 있는 그 자유함이 목 마르네요. 또희와 아지(), 금숙이와 모미(고양이), 그리고 닭들이 화재 속에서도 무사하여 지금 저희 곁에서 함께 해줌이 얼마나 다행이며 고마운지 모릅니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한 가지, 욕심이랄까요? 만나면 목숨을 위협하는 사이에서 이제는 세 친구들이 사이좋게 어울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 복구팀은 목공팀과 전기팀으로 팀을 세분화하여 작업을 했습니다. 목공팀은 예전 샘터의 욕실 공간에 문을 달고, 나무로 창을 보강하고 비닐을 쳤습니다. 욕실 아니면 부엌 용도로 쓰일 예정입니다. 전기팀은 누전 차단기를 달고, 목공팀이 보수한 예전 샘터의 욕실 공간에 전등을 설치했습니다. 측량설계사무소에서 와서 샘터 지형을 측량했구요, 어제 늦은 밤 서울에서부터 싣고 온 포크레인으로 화염에 녹아 내린 물탱크를 치우고 샘터 뒤 텃밭으로 향하는 길을 내었습니다. 텃밭에다 숙소로  사용될 비닐하우스를 짓기 위함입니다. 포크레인은 신양교회 차정규 목사님께서 샘터를 재건하는 동안 사용할 수 있욕실복구.JPG도록 빌려주셨고, 포크레인을 이용한 작업은 김기출 집사님께서 해주셨습니다. 허철 간사는 불편한 몸인데도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샘터를 찾고, 목발을 짚기도 불편한 샘터의 이곳 저곳을 다니며 복구작업의 이모저모를 살핍니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불편한 몸으로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도 늘...괜찮답니다. 종종 샘터 식구들의 모습 속에서 소리 없는 그 묵묵한 섬김을 만납니다. 소리 없는 묵묵한 섬김일수록 마음에 와 닿는 파동은 존재를 파고들만큼 크고 깊습니다. 얕고 부끄러운 생각과 마음으로부터 끊임없이 구원해주는 하늘의 마음입니다. 내년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있을 동티모르 스탭을 위한 평화교육 워크샵이 준비 중입니다. 3주 동안 동티모르에서 진행될 예정인데 오늘 워크샵 일정을 대략 잡았습니다. 화재로 인해 자료가 소실되어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 내용들을 하나하나 알차게 채워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박희철 형제와 복음과 상황 기자이신 김은석님께서 복구작업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가락재 영성원 정광일 목사님께서 샘터를 둘러보시고 격려해 주셨으며, 장충단 성결교회 박순영 목사님, 주희숙 사모님께서 찾아와 주셔서 저녁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어둑해진 저녁, 초기 동티모르 캠프 참가자이자 파트 타임 발런티어로 함께 하신 정종길 전도사님과 사모님, 자녀분들이 멀리 포항에서부터 찾아와 주셨습니다. 오는 31, 제주 강정마을에서는 오후 4시에서 밤 12시까지 강정포구 해맞이 행사 및 개척자들 후원을 위한 주점이 열릴 예정입니다. 저희들을 위한 이러한 마음과 애씀의 손길들을 거듭 만날수록 고마운 마음과 함께 살아내야 할 마땅한 삶에 대한 책임감이 묵직이 자리하게 됩니다. 흐트러진 마음새를 가다듬어 주시고 어그러진 다리를 고쳐 바른 걸음 걷도록 이끌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넘치도록 거저 받고 있으니, 이제는 거저 주는 삶을 잘 살아가야 할텐데요..이 마음 실어 잠시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밤 하늘 별빛이 영롱합니다.

 

 

 

기도나눔입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1. 큰 인명피해 없이 모든 샘터 식구들이 몸과 마음을 잘 지켜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2. 허철 간사가 속히 회복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3. 이번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개척자들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4. 사랑채 복구가 속히 이루어지고 복구과정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5. 이번 일을 통해 흩어지고 분주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함께 모으고 다른 지체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6. 새로운 샘터 재건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함께 꿈꾸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계획해 나가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지원 요청 사항>

 

- 가장 시급한 필요는 보금자리입니다. 조금은 더디고 어설프더라도 저희의 손과 땀으로 샘터를 직접 재건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재정과 일손을 모아 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후원계좌: 비소득공제용- 국민(예금주: 개척자들) 822401-04-032475

             소득공제용- 국민(예금주: (재)한빛누리(개척자들)) 093401-04-124532

                            (보내실때‘건축+성함’을 기입해 주십시요)

 

- 현재 상황에서 저희들에게 필요한 긴급한 생활물품은 모두 채워졌습니다.

그래서 일단 더 이상 생활물품은 받지 않습니다. 필요한 또 다른 곳과 나누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렇지만 이후 샘터가 복구되기 전까지 장기간 머물 새로운 임시 거처가 마련되면 상황에 따라 그때 구비되어져야 할 또 다른 생활물품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때  다시 요청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사무기기와 관련하여 모든 기기가 채워졌습니다.  

 

- 복구 관련하여 인력이 필요합니다.

다음주 화요일(2012. 1. 2)부터 비닐하우스 설치 작업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노동으로 함께 해 주실 분은 따뜻한 노동복과 헌 신발을 구비하시고 사전에 연락을 주신 후 샘터를 찾아주세요. 

하루에 두 번 국수역에서 픽업을 해드립니다. 픽업 시간은 오전 9시, 오후 1시 45분입니다.    

 

<개척자들 긴급 연락처>

이형우 간사 010-2659-0780
권승현 간사 010-3025-0780
이형우 간사 집 전화 031-772-4259
  (화재로 핸드폰을 분실하신 분: 이난영)

 

* 이제 개척자들의 긴급구호의 무게 중심은 새로운 보금자리와 사역을 위한 건축부분으로 옮겨졌습니다. 구체적인 지원요청 사항은 이 지면을 통해 계속 알려드리겠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잘 이겨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