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0 지금, 샘터는...

2011.12.31 07:23

개척자들 조회 수:2113

마대에 담아 정리해 두었던 잔해 쓰레기를 오늘 오전 쓰레기차가 와서 싣고 갔습니다. 화재 이후 열흘 동안 계속된 잔해 정쓰레기 정리1.JPG리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종이를 태우는 소각 작업은 아직도 틈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탄 곳이 생활공간이었지만 책과 일기, 수, 편지, 사진 등 개인의 지난 시간을 담아낸 기억의 흔적들이 꽤 많이 있었거든요. 저녁 시간에도 제게 물어왔습니다. “누나, 오늘 종이를 소각하다가 일기 조각을 발견했는데 누나 건가요? 내용은 2011 5, 금숙이의 아이들과 이별을 준비하며..” 저의 삶의 기록이 아닌 작업실에서 금숙이와 동고동락했던 난영이의 것이었습니다. 화재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며 자신조차 추스리기 힘들어했던 상황 속에서도 절로 힘을 내는 난영이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바로 금숙이와 모미, 또희와 아지를 돌보는 것에서였습니다. 창고 한 켠에 종이 박스로 금숙이의 집을 지어놓고는 금숙이의 집이라는 표시도 해두었고, 금숙이와 모미가 먹을 고양이 사료를 구입했는데 아마도 난영이가 화재 이후 가장 먼저 구입한 물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업무 공간이 사랑채 건물이어서 책이든, 소소한 물건이든 남아있는게 있지만, 난영이와 마마송은 불타버린 백인당 공간에 작업실 및 생활물품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남은 게 없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난영이의 호흡입니다. 그런데 올해 공방물품을 만드는 일과 디자인 및 미디어 일을 하느라 그림을 그리는 시간조차 갖기가 힘들었습니다. 화재가 나기 전날 2012년 계획에 대해 나눌 때 2012년에는 창조팀을 만들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난영이에게는 그것이 그림을 마음껏 그리는 것이었지요. 이렇듯 그림이 난영이의 호흡이고 생명인데, 화재 이후 아체 아트 캠프를 앞두고 그림을 구상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에밀리가 미술 용품을 사서 난영이에게 그림을 그리라며 전해 주었는데 그때 난영이가 그랬답니다. "그림을 도저히 그릴 수 없어요.." 이 말이무척이나 아픕니다. 그림이 난영이에게 있어서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머리로서 겨우 이해하는 내게 그 말속에 담긴 난영이의 고통과 아픔이 느껴져서..참으로..아픕니다. 아체로 떠나기 전날 난영이에게 그랬습니다. “난영아,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고, 홀로가 아니라 여러 사람과 소통하면서 하는 그림 작업이라 더욱 쉽지 않겠지만 아체에서 맘껏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캠프 일에서 틈틈이 개인의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네가 그리고 싶은, 그려내지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체에서 돌아오면 너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회복되고 그래서 그땐 너의 웃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건강하게 잘 다녀와…” 화재 전날 밤, 난영이의 작업실에서 몇몇 사람과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안온한 공간에서 따뜻한 온기를 마련해주고, 농담도 건네며 웃곤 하던 난영이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립니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곧 볼 수 있겠지요…!

어제(29) 마저 하지 못했던 예전 샘터 욕실 공간의 비닐 치는 작업을 오늘 마쳤습니다. 부엌 아니면 욕실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비닐창이라 욕실 공간이 될 경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텐데요, 그 난감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기철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눈을 감고 샤워를 하면 됩니다^^” 완벽한 이 방법이 더욱 난감하네요ㅎㅎ. 화재로 녹아 내린 커다란 플라스틱 물탱크를 조각 내느라 형우 간사는 진땀을 흘렸습니다. 그제 밤에 서울에서부터 싣고 온 포크레인이 오늘은 작동이 되지 않아 점검 중입니다.

 

오늘은 한국공동체 협의회 이병욱 목사님께서 오셔서 점심 식사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비폭력 평화물결 박성룡 목사님, 방문손님.JPG명시 학교 폭력 대책위원회 박경옥 선생님, 한일 백년 평화시민 네트워크 이대수 목사님께서도 찾아와 주셔서 함께 점심 식사를 나누었습니다. 강정마을에서 복구작업을 돕기 위해 양윤모 선생님께서도 오셨습니다. 숙소에서 저녁 식후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영화평론가이신 양윤모 선생님께 샘터 식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배우에 대한 궁금한 것들을 묻기도 했답니다.^^ 며칠 저희와 함께 머무실 예정입니다. 개척자들의 절친한 벗인 김옥연 목사님께서도 세 번째 걸음을 하셨습니다. 첫 걸음을 하셨을 때엔 오시자마자 후원관련 업무를 해주셨고, 두 번째 걸음에는 샘터 식구들 모두가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큼의 피자를 사오셨구요, 세 번째 걸음인 오늘은 식후 가득한 그릇들을 깨끗하게 씻어 주셨습니다. 증동 2리 마을 청년회에서 오셔서 위로금을 전해 주셨습니다.

 

퇴원 후 일주일이 된 오늘, 허철 간사는 병원을 찾아 상처 부위의 봉합실을 제거했습니다. 다음주에는 부목을 제거하게 됩니다. 내년 3월 출산을 앞둔 민정 간사는 태중의 생명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 살피기 위해 산부인과에 들려 진료를 받았습니다. 현재 1.1 Kg의 몸무게를 지니고 있는 홍실이가 엄마의 몸 속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는 홍실이가 많이 대견하고 고맙네요.                                                                 

 

삼한사온의 영향일는지 모르겠지만 며칠 포근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서운 겨울 날씨 속에서도 앙상한 겨울나무가 따뜻하게 보이곤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앙상한 가지 속에 생명이 깃들어 있음 때문인 듯 싶습니다. 요 며칠 이어진 따뜻한 겨울날 속에서는 금새라도 앙상한 가지에서 새싹이 움틀 것만 같습니다. 지난(26) 세기모에서 내게 봄과 같아서라는 노래와 함께 아가서(2:8-13)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 사랑하는 임의 목소리! 저기 오는구나. 산을 넘고 언덕을 넘어서 달려오는구나.

사랑하는 나의 임은 노루처럼, 어린 사슴처럼 빠르구나.

벌써 우리 집 담 밖에 서서 창 틈으로 기웃거리며, 창살 틈으로 엿보는구나.

, 사랑하는 이가 나에게 속삭이네. 나의 사랑 그대, 일어나오. 나의 어여쁜 그대, 어서 나오오.

겨울은 지나고, 비도 그치고, 비구름도 걷혔소꽃 피고 새들 노래하는 계절이 이 땅에 돌아왔소.

비둘기 우는 소리, 우리 땅에 들리오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무화과가 열려 있고, 포도나무에는 활짝 핀 꽃이 향기를 내뿜고 있소.

일어나 나오오. 사랑하는 임이여! 나의 귀여운 그대, 어서 나오오.(아가서 2:8-13)”

 

앙상한 가지 사이로 찬바람이 스치는 이 겨울 속에서 봄을 봅니다. 화재 이후 한 날, 두 날, 세 날깊어져 가는 겨울 속에서 봄을 봅니다겨울이 지나고 비도 그치고, 꽃 피고 새들 노래하는 봄이 이 땅에 돌아왔다는 기쁨의 봄 소식을 듣습니다. ‘나의 사랑 그대, 일어나오. 어여쁜 그대 어서 나오오’..사랑하는 님의 속삭임을 듣습니다.

, 화재 이후의 저희들의 삶이 사랑하는 님의 손을 잡고 그 봄의 세계로 가는 여정임을 생각합니다. 어쩌면 화재가 나던 그 날이 이 봄의 세계에 닿은 첫 걸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서 현실 속 낡은 문을 열자마자 그 속에 펼쳐진 동화 속 환상의 세계처럼저희들의 삶 속에 새 하늘과 새 땅의 나라, 정의와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하나님의 나라, 그 봄의 세계를 이루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 간절함을 인해 오늘도 나의 사랑 그대, 일어나오. 어여쁜 그대 어서 나오오 속삭이며 손 내미시는 사랑하는 님의 손을 꼬옥 잡아봅니다. 이미 그 여정 걷는 소중한 벗님들의 손을 더불어 잡고서 가는 이 삶이 하늘에서 이룬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바로 그 '뜻'이 되기를 바라며...

 

 

-화재 직후 긴급 상황 속에서 저희들을 걱정해주시고 형편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매일 소식 나눔을 해드리는 것이 필요해서 지난 18()부터 30()인 오늘까지 지금, 샘터는…’이라는 제목으로 매일 샘터의 삶을 나누어 왔습니다. 지금은 긴급한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샘터 건축이라는 흐름 안에서 차츰차츰 일상을 회복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후로는 예전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저희들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샘터에서 온 소식을 통해 계속해서 여러분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하루하루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2011년 소중했던 기억들 잘 간직하시고, 2012년 새해, 희망으로 열어가실 수 있기를 빕니다.

 

 

기도나눔입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1. 큰 인명피해 없이 모든 샘터 식구들이 몸과 마음을 잘 지켜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2. 허철 간사가 속히 회복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3. 이번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개척자들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4. 사랑채 복구가 속히 이루어지고 복구과정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5. 이번 일을 통해 흩어지고 분주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함께 모으고 다른 지체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6. 새로운 샘터 재건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함께 꿈꾸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계획해 나가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지원 요청 사항>

 

- 가장 시급한 필요는 보금자리입니다. 조금은 더디고 어설프더라도 저희의 손과 땀으로 샘터를 직접 재건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재정과 일손을 모아 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후원계좌: 비소득공제용- 국민(예금주: 개척자들) 822401-04-032475

             소득공제용- 국민(예금주: (재)한빛누리(개척자들)) 093401-04-124532

                            (보내실때‘건축+성함’을 기입해 주십시요)

 

- 현재 상황에서 저희들에게 필요한 긴급한 생활물품은 모두 채워졌습니다.

그래서 일단 더 이상 생활물품은 받지 않습니다. 필요한 또 다른 곳과 나누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렇지만 이후 샘터가 복구되기 전까지 장기간 머물 새로운 임시 거처가 마련되면 상황에 따라 그때 구비되어져야 할 또 다른 생활물품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때  다시 요청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사무기기와 관련하여 모든 기기가 채워졌습니다.  

 

- 복구 관련하여 인력이 필요합니다.

다음주 화요일(2012. 1. 2)부터 비닐하우스 설치 작업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노동으로 함께 해 주실 분은 따뜻한 노동복과 헌 신발을 구비하시고 사전에 연락을 주신 후 샘터를 찾아주세요. 

하루에 두 번 국수역에서 픽업을 해드립니다. 픽업 시간은 오전 9시, 오후 1시 45분입니다.    

 

<개척자들 긴급 연락처>

이형우 간사 010-2659-0780
권승현 간사 010-3025-0780
이형우 간사 집 전화 031-772-4259
  (화재로 핸드폰을 분실하신 분: 이난영)

 

* 이제 개척자들의 긴급구호의 무게 중심은 새로운 보금자리와 사역을 위한 건축부분으로 옮겨졌습니다. 구체적인 지원요청 사항은 이 지면을 통해 계속 알려드리겠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잘 이겨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