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7 샘터에서 온 소식

2012.02.28 09:45

개척자들 조회 수:1707

지난 한 주간의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월요일(20) 세기모 대화는 동티모르 평화교육 워크숍에 다녀온 승현이와 정주가 나누어 주었습니다. 댕기에 걸려 운신을 못하며 고생했고 우기여서 집 앞 정도만 나가보며 그러나 평화 교육에 열정과 기대를 가지고 함께한 배움에 목마른 멤버들과 어렵고 무거운 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오후에 대아 초등학교 보육 교사 면접을 하고 왔는데 역시 나이가 많은 것이 흠이어서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DSCF0489.JPG 다음날(21) 정숙이는 대전의 을지병원 조산사 수련생 면접에서 당당히 합격하여 지낼 방을 구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로서 현장에 갔을 때, 생각보다 하는 일에 제한이 많았던 경험 때문에 1년 동안 조산사 수련을 받고 싶어했는데 다시 돌아와 긴급구호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를 버랍니다.

수요일(22) 오전에는 정리의 달인 비비안의 지휘하에 사랑채 2층 총정리를 했습니다. 각자의 리빙박스를 나란히 놓아 파티션처럼 세워 사랑채를 둘로 나누고 나니 훨씬 어지러운 짐들을 보이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공동체 미팅도 하고 청소구역도 정해서 생활을 정돈하기로 했습니다.

재봉을 가르쳐 주었던 김쌤으로부터 거실에서 전기담요를 깔고 비닐을 쳐서 모종을 기르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었는데 궁금하기고 하고 양평에 나갈 일도 있어서 내친 김에 다녀왔습니다. 우리를 위해 매운 고추와 방울 토마토 모종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백평 정도 되는 밭을 얻었다며 야무지게 이것 저것 모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씨앗도 주면서 제일 먼저 열대 식물인 고추와 가지의  모종을 준비하라고 당부하시는데 좁아진 살림 공간 때문에 제 때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P2240168.JPG

금요일(24) 오전에는 못다한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송별을 준비하는 식사를 하기로 하고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정숙이와 비비안이 이달 말로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비비안은 변산공동체의 남편에게로 가야하고 정숙이는 대전으로 가야하니까요. 예정된 이별도 늘 아쉽고 섭섭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은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서 영화를 하나 다운받아서 보려고 했는데 덕소로 이사온 커넥서스 어학원과 모여 살고 있는 공동체를 방문하면서 시간이 늦어져 영화는 미뤄졌습니다. 재영 간사와 캐런, 그리고 딸래미 로미를 보고 왔는데 로미를 안고 있으니 한별이와 샘이 어릴적 생각이 났습니다. 이토록 연약하고 아름다운 어린 생명을 보니 생명의 신비를 다시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그 아이들을 기르며 속상하고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그 아이들로 인해 얻은 기쁨이 마음을 채웁니다.

IMG_1432.JPG 토요일(25) 아침, 청파교회 청년들 6명이 와서 일을 돕기로 했습니다. 저는 질울 고래실 마을에 딸기 체험을 다녀 오느라 얼굴도 못 보았고 민정이가 산달을 앞두고 부천에 있는 조산원에 다녀오느라 철이네 가족이 집을 비운 마당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종화의 지휘하에 창고 정리와 자재 정리를 하면서 짧지만 집중적인 노동을 하고 갔답니다. 오후에는 형우네 가족도 재홍이의 결혼식에 가느라 떠나야 했습니다.

철이가 할아버지께 다니러 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건축 상황도 알려드리고 새해 인사도 못 드려서 겸사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샘터 아침 예배를 마치고 출발해서 서울에 간 식구들도 만나서 갔는데 할아버지께서 맛있게 드신 돈가스 집에서 한턱을 내셨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고모댁에 모셔드리고 사진으로 담아 온 샘터의 현재 모습과 집이 들어서면서 어쩔 수 없이 베어야하는 나무를 설명드렸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회초리 만한 것을 심어서 울창해진 나무를 베어내는 것을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그래도 꽃이 많이 피는 벗나무는 베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안심하시며 잘들 하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종화는 할 일이 있다며 집에 남았습니다. 저녁을 준비하느라 국수리에서 장을 보아와서 막 준비하려는 참에 우리가 들어섰습P2260256.JPG니다. 모두들 함께 손을 맞춰서 저녁을 준비하는데 야심찬 동그랑땡을 하려고 두부를 으깨고 야채를 썰어놓은 재료에 밀가루를 넣는다는 것이 그만 베이킹파우더를 넣어서 결국 버리고 말았습니다. 성의가 무색해진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식사 후, 떠나가는 두 사람의 송별 모임을 가졌습니다. 누구도 아주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다시 돌아 오는 것을 기정 사실로 여겨도 결국은 눈물바람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샘터에 밝고 맑은 기운을 안겨주던 두 사람이 어느 곳에 가더라도 사랑받으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믿으며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요즘은 리그레또를 둘 씩 한팀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데 모임 후, 자연스럽게 네팀이 게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주는 떠나가는 비비안과 한 팀이 되어서 즐거운 추억을 안겨준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우승을 했습니다. 특유의 기합 소리를 넣는 예본이의 쿵후 리그레또와 초록색에 사활을 걸었다가 초록색이 나오지 않자 돌아 앉아 초로오옥~~!!”이라고 외치는 다후의 절규 리그레또가 한층 흥을 돋구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들의 밤은 눈물과 웃음으로 깊어갔습니다.

                                                  2012. 2. 27. 샘터에서 큰언니, 큰누나가

[기도 나눔]

1. 큰 인명피해 없이 모든 샘터 식구들이 몸과 마음을 잘 지켜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2. 허철 간사의 다리에 예전 같은 힘이 생기고 건축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순조롭게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3. 이번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개척자들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4. 사랑채로 돌아온 식구들이 건강을 잃지 않고 복구과정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5. 이번 일을 통해 흩어지고 분주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함께 모으고 다른 지체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6. 새로운 샘터 재건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함께 꿈꾸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계획해 나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