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9 샘터에서 온 소식

2012.03.20 13:31

개척자들 조회 수:1788

민정이와 신이.jpg 지난 한 주간의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바야흐로 때는 춘 3월, 모든 생명이 새 기운을 받아 용트림을 하는 시간입니다. 그래도 가끔 찾아오는 꽃샘추위는 다 녹아 흐르는 개울 가장자리로 살얼음을 얼게 하기도 합니다. 이 봄의 기운을 담고 찾아온 손님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신”, 가희의 동생입니다. 세기모를 마치고 돌아와 밤 11시쯤 울리는 전화로 우리 모두 새 생명의 탄생에 탄성을 질렀답니다. 그러는 바람에 가희가 샘터로 올라와서 지냈는데 제가 코고는 소리에도, 진돌이가 짖는 소리에도 깨어 울었습니다. 승현이가 잠을 설쳤지요. 참, 이날의 세기모는 분쟁지역 스터디로 준비되었는데 형우와 기철이가 시리아와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해 준비해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샘터의 풍경은 언제나 프라이팬에 쿠키를 구울 준비가 되 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전기밥솥으로 케익을 만드는데 까지 발전되었는데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 4~5판을 구워냈을 뿐 아니라 토요일, 철이의 생일 축하를 이 케익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몇 번을 태우고 성공했지만요. ^^


수요일(14일), 제가 김샘의 거실에서쿠키와 케익.jpg 길러주신 고추와 토마토 등의 모종을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는 가희가 이 모종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었습니다. 역시나 가희의 손에 뽑혀 시달림을 받은 모종이 있기는 하지만 승현이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슬픈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뽑은 모종을 조용히 주더랍니다. 이후로는 모종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참 영특하기도 하지요~ ^^가희는 이날 동생과 함께 돌아온 엄마를 만나러 집으로 돌아갔지만 금요일부터 산후도우미 이모가 오기 때문에 계속 샘터로 출근했답니다.


목요일(15일)엔 형우가 학교폭력 예비 조정을 하고 돌아 왔고 영희도 3달 간의 가희네 집 생활을 마치고 샘터로 귀환했습니다. 가희의 수석이모로 민정이와 가희를 돌보느라 애쓴 영희가 고마울 뿐입니다. 돌아오자마자 사무실을 정리하고 청소하느라 바빴지요. 다음날부터는 은경이와 정주의 베이커리를 비집고 들어가 은경이에게 쿠키와 케익 만드는 것을 전수 받으며 파티쉐의 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요일 밤은 저희들의 문화의 날이지요. 이날의 공연은 “노틀담 드 빠리” 였모종들.jpg 습니다. 불을 끄고 뮤지컬에 빠져들 무렵, 임시 가옥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철이가 올라왔습니다. 해동이 되면서 문제가 생겨 해체된 흙부대집을 잠시 보류하고 다른 방법으로 공간을 안정시켜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곧 허가가 떨어지면 흙부대집에 매달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가장 춥고 어려운 시기에 샘터 노동에 참여해 준 분들에게 너무 죄송하지만 급히 마무리해서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대신 형우네 앞 마당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주방과 모임 장소를 마련하고 기도실 한 쪽에 방 한 칸을 만들어 저희 가족의 거처로 삼기로 했습니다. 의논을 마치고 저희들은 김빠진 뮤지컬을 접고 대전에서 올라오는 정숙이를 기다리며 리그레또를 했습니다. 춥고 비 오는 밤, 정숙이와 기철이를 픽업하고 만난 우리는 잠시나마 회포를 풀었지요.

 
토요일 아침, 케익을 구워 가희네로 가려던 계획은 급 조정 되었습니다. 철이가 이른 아침부터 산꼭대기의 샘물에 가기 위해 왔기 때문에 철이의 생일축하는 샘터에서 하게 되었지요. 겨울가뭄이기도 했지만 샘물을 모으는 집수정에 철이 생일케익.JPG 문제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철, 형우, 기철이와 이날 집에 온 한별이까지 네 남자들은 점심 식사 후에 포크레인까지 끌고 올라가 저녁식사 시간까지 작업하고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양쪽 물탱크에 물이 철철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남자들이 바깥노동을 하는 동안, 안에서는 난영이가 정숙이의 도움을 받으며 2월 재정보고를 마쳤습니다!!! 난영이가 이 대목에 느낌표를 마구 찍어서 저도 그대로 옮깁니다. 사실 이 때문에 정숙이가 앞당겨 샘터 나들이를 했던 것입니다. 철이는 은경이에게 ‘금주의 세계’ ppt 작업을 인계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건축에 더 힘을 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일(18일) 오후에 난영이가 자신의 불탄 그림 전시회를 불타고 남은 욕실에서 오픈했습니다. 그림에 대한 애도의 뜻과 새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조촐하고 애달픈 흔치 않은 전시회입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열려 있을 예정이니 많은 관람을 바랍니다. 풍물팀도 이 날부터 고봄이 선생님으로부터 다시 수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울리는 장구소리에 제 가슴에 쌓여있는 울체가 조금 가라앉는 느낌입니다. 더구나 주일예배를 대아교회에서 드리는 식구들이 고난주간에 드리는 매일예배에 특송을 해달라는 광고를 듣고 오더니 어느새 노래가 정해지고 이어서 파트가 정난영.jpg해지더니 금새 연습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정주는 더 많은 노래를 연습해서 때에 맞춰 준비된 모습을 보이자고 합니다. 샘터에 부는 바람에는 예술혼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구럼비 발파는 계속되었습니다. 불법과 폭력으로 점철된 기지 건설에 맞서 싸우는 우리는 악의 뿌리가 드러날 때까지 주어진 길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2012. 3. 19. 샘터에서 큰언니, 큰누나가

 

 

 

 

[기도 나눔]
1. 새로운 샘터 재건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함께 꿈꾸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계획해 나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2. 샘터 재건에 필요한 기술적, 재정적, 인력적인 지원이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3. 재건을 이끄는 허철 간사에게 지혜와 건강을 더하여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4. 새 생명을 출산한 민정이의 몸과 마음의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며 동생을 본 가희도 언니로서 가족의 구성원이 된 동생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5. 이번 일을 통해 흩어지고 분주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함께 모으고 다른 지체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