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30일] 일본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1.05.30 15:15

개척자들 조회 수:1146

안녕하세요 여러분, 센다이에는 요즘 비가 자주 내립니다. 이제 곧 장마시즌이 시작될 듯 하네요. 한 낮 기온은 이제 제법 높아져서 작업복을 가볍게 입고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아침과 밤은 조금 쌀쌀한 편입니다. 센다이의 날씨는 여자의 마음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루 에도 수 차례 하늘이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방금은 맑았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다거나, 갑자기 먼바다에서 강한 바람이 마구 불어댄다거나, 개척자들이 활동하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날씨만큼이나 급격한 일기의 변화가 있는 곳입니다.

 

311일의 일본동북부 대지진이 발생한 지 3개월이 다되어갑니다. 지진, 쓰나미 피해지역의 복구 상황은 아직 한창 진행 중 이지만, 아직 복구를 시작하지도 못한 지역과 마을이 많습니다. 피난소 생활을 하는 주민들은 자신의 집이 폐허가 되었다 하더라도 가능하면 다시 자기가 살던 마을과 집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분이 많기 때문에, 가설주택을 지을 경우에도 피해주민의 요구에 최대한 응하기 위해 입주 시기가 많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후쿠시마 원전의 3km 이내에 사셨던 한 부부를 만났습니다. 지진과 원전사고로 인해 현재 센다이의 작은 아파트를 빌려 어렵사리 생활을 이어나가고 계시는데 저희가 일하고 있는 JIFH팀의 구호물품 창고에 물품을 얻으려 오셨습니다. 자동차도 생필품도 모두 후쿠시마현의 살던 집에 놓고 와서 그 부부의 생활이 참으로 여러모로 고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록되어있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직장을 잃고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버렸다는 것을일본에서 지내는 동안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본이라는 나라는 선진국이며, 일본에서는 재난 사태 이후 3일만 버티면 모든 물자가 조달되는 나라이며, 일본으로의 물자지원 혹은 인적 지원은 그리 필요치 않다. 라고 하는 말이 정말 동의가 될 때가 많지만, 이 곳에서 만나는 피해주민의 마음과,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지역의 처절한 광경을 목도 할 때는어떤 모양으로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큰 자연재해 이후 그 현장에서 살아남은 인간은 그 당시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니게 되며 이후의 인생에도 분명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일본은 아무리 보아도 풍요로운 선진국입니다. 하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작고 작은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 가여운 나라입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내비치지 않는 일본의 문화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나누지 못할 마음의 고통을 혼자서 감내하며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고통, 두려움, 슬픔을 쉽게 꺼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에도 어려움이 있는 듯 합니다. 많은 사회 단체, NGO에서 PTSD치료, 일본에서는 のケア(코코로노 케어)’ 라고 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건물의 재건활동보다 훨씬 장기적 프로젝트로 추진해 가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라는 것은 한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한, 말로 표현하지 못할 고통과 슬픔이며, (굳이 치료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치료의 첫 단계는 고통과 슬픔을 함께 공유하는 애도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고통과 슬픔을 제대로 나눌 수 있는 이가 주변에 없고,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애도와 위로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쓸쓸하고 괴로운 모습이떠오를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는 이곳에서는 재건작업위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피해주민 분들과 마음을 나누고, 마음 깊은 곳을 터치하고 작은 위로나마 되어 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8 타카하시 씨 초상화 선물.JPG


 

 지난 주에는 혼자 살고 계시는 타카하시라고 하는 아저씨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분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그 분의 슬픔이 나에게 흘러 들어오는 것을 느꼈고뭔가 도움이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제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크고 소중한 것은 이 분의 얼굴을 그리는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만나러 갈 때까지 그림을 완성해 액자에 넣어 선물해 드렸더니정말이지 너무나 좋아하셨습니다새삼.. 저에게 참 소중한 능력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지진 쓰나미 피해를 입으신 분들, 또 마음의 쓰나미를 입은 분들에게 그림을 선물해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도쿄에서 열리는 동북지진피해관련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기아대책 멤버들과 함께 자동차를 얻어 타고, 그것도 공짜로 콘서트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스페셜 게스트로 손가락이 네개 밖에 없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이희야씨의 피아노 연주가 있었는데,,, 정말 감동적이고 멋진 연주였습니다.

 

 이번 주부터 저희는 약 4일간 휴식기간을 가질 생각입니다. 일본기아대책기구에서 함께 지내고있는 스텝 중 한 분이 자신이 다니는 센다이복음자유교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저희는 이곳에서의 3주간의 일정이 완료되었지만, 휴식 이후 다음주 금요일 즈음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수 주간의 작업을 함께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곳에서는 저녁식사를 일본기아대책기구 멤버들이 준비하고 여러 단체 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다같이 식사를 하는 식인데요. 지난주 일요일에는 특별히 장희와 제가 한국의 비빔밥을 만들어 선사했습니다. 모두가 너무 좋아하고 맛있게 드셔서, 저희도 정말 기쁘고 뿌듯했는데, 다시 이곳에 오면 또 다시 한국음식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주간 이곳에서 지내면서 장희도 저도, 이곳의 생활과 사람들과 작업에 대해정이 많이 든 것 같습니다.

여러분, 다음주에 또 편지 쓸게요.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바람강한 센다이에서 난영이가.

 

 

<기도제목>

1.     쓰나미와 지진의 피해로 깨어진 관계의 회복과 상처 난 마음을 위해

2.     기아대책의 프로그램에 따라 하루하루 진행되는 일을 잘 협력할 수 있도록

3.     많은 양의 일이지만 지치지 않고 피곤함을 잘 견딜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