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3일] 아체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2.07.27 01:03

개척자들 조회 수:987

2주간의 평화캠프를 끝내고 지난 일요일, Pulo 아체에서 3R로 돌아와서 잠깐 쉼을 가졌습니다. 하루는 국제 참가자들을 위해서 현지 참가자들이 반다아체 시내로 동행해주었습니다. 청년참가자들 전체 인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체 일행이 우르르 떼로 몰려 다니며 누군가가 물건을 구경하고 구입하기까지 시선을 떼지 않고 함께 했답니다. 현지 참가자들은 외국 친구들이 행여라도 더 비싸게 구입할 까봐 마음을 졸이며 흥정을 하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지요. 2주간, 그 새 정이 그리도 들었는지 몇 시간을 함께 걸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기를 반복하는 그 날의 일정을 한 사람도 정말 지겨워하거나 힘들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스탭으로 함께한 정주, 영희간사만 빼고 말이지요.^^ 이 날 저녁을 먹고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평화캠프에 대한 소감을 짧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짧게 나눈다고는 했지만 3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나누다보니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야 마칠 수 있었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나눔이 길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가득 담겨 있는 나눔이었습니다.

Copy of all the participants hang out in Banda Aceh after peace camp ended.JPG  

다음 날, 드디어 첫번째 일행이 아체를 떠났습니다. 한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처음으로 떠나게 되었지요. 어젯밤 늦게 집으로 돌아갔던 참가자들은 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왔습니다. 게다가 청소년 참가자들까지도 이 날을 기억하고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결국은 공항 물품 검색대를 지나 현지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 와중에 역시나 눈물을 떨구는 이들도 있었지요. 길지 않는 시간이었음에도 이렇게 마음과 마음을 나누어 우정을 경험하는 이들의 가슴 한 켠에 있는 고운 순수함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11년 전, 처음 평화캠프를 참가했을 때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Copy of we visit the Aceh Tsunami Museum.JPG  

3R에 있는 사람들의 수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 날은 드디어 동티모르로 향하는 일행이 떠났습니다.  독일에서 온 테레사와 앤, 영희, 은경 그리고 익. 다섯명이 발리로 향했습니다.  잠시 쉼을 갖고 또 다시 평화캠프에 참여한다는 것이 조금 힘든 여정일법도 하지만, 아체 평화캠프에서 좋은 경험을 한 이들의 얼굴에는 설레임이 더 번져 있는 듯 했습니다. 공항에서 저는 은경과 1년간의 이별을 앞두고 마음이 찡해지는 인사를 했어야 했습니다. 이별하고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는데 그 다음 날엔 동티모르 캠프에 처음 참여하는 아체 공동체 스탭인 로미와 또 인사를 했습니다. 로미에게는 외국에 나가는 것이 처음 경험인데다가 언어에 대한 부담과 함께 조금 긴장해 보였습니다. 참 로미가 떠나는 날, 아체에서는 라마단이 시작되었습니다.

 

Copy of Tayu and Jungjoo at beautiful sunset.jpg

 

아체 공동체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좀 남아 있습니다. 평화캠프 이후 청소년 친구들도 자주 왔다 갔다 하고 청년 참가자들도 발길이 잦아졌습니다. 여기서 학교 과제도 하고 놀기도 하고 말이지요.  라마단에 처음 참여하는 저로서는 여러 가지가 새롭습니다. 아침 4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그 누구도 아무것도 먹지를 않습니다. 물조차도 말입니다. 그리고 650분이 되면 7시에 모스크에서 울릴 약간 사이렌 같은 종소리가 울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비운 배를 채우기 위해 대추야자 열매를 먹습니다.  라마단이 시작되자 늦은 밤까지도 모스크에서 기도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어제는 비가 한 차례 내리더니 그 이후에 찾아온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함께 주린 배를 채우는데 허겁지겁 이다가도 깊어지는 노을을 보곤 모두가 그릇을 손에 들은 채로 밖으로 뛰어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경외감마저도 들게 하는군요.

 

[ Indonesia-Aceh ] 복희, 데블로, 타유코, 로미, , 마리아띠, 후새이니, 정주, 영희, 은경, (Anne)

1. 평화캠프에서 마음을 나누며 우정과 평화에 대해 깊이 경험한 참가자들이 각자가 속한 삶의 장에서 다른 이들과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또 평화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도록.

2. 한 달 동안의 라마단 기간 동안 흩어져 있게 되는 아체 공동체 식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며, 9월에 다시 모여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할 수 있는 기운과 여유를 담아서 올 수 있도록.

3. 다시 동티모르 평화캠프에 참여하는 멤버들이 지치지 않고  새로운 장에서 새로운 만남 가운데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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