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에도 마침내 눈이 왔습니다. 비가와도 눈이 와도 여전히 멈추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아침 백배와 미사, 그리고 오철근 어르신의 삼보일배겠지요. 그토록 하얀 눈을 배경으로 하는 그들의 모습을 아름답다 하기엔 전쟁에 항거하는 이들의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몇 주전 군관사 건설 공사장 앞 시위 천막을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 1차 계고가 있은 뒤, 2차 계고장이 날라왔습니다. 2차 계고장이 날라 오기 전, 황기철 현 해군참모총장이 통영함 납품비리로 인사조치 통보를 국방부로부터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분간 행정대집행이 이루어지지는 않을거라 예상했지만 해군 측에서는 2차 계고장을 보내왔습니다. 98%의 주민이 투표로 반대한 군관사 건립에 대해 주민의 동의 없이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해군의 만행과 해군의 최고 수반이라 할 수 있는 해군참모총장의 비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묵인하면서 정당하게 반대행동을 하는 강정사람들에게 계고장을 보내는 이 국가는 정말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요?

군관사 시위 천막을 지키는 노력들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귤수확철이라 밭일과 포장일에 대부분의 지킴이들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도 새벽과 밤이면 시위 천막 앞 난로에 불이 꺼지지 않고 낮에는 짬짬이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마을 안 길로 들어서는 공사차량을 감시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연말이기는 한가 봅니다. 선물들이 여기 저기서 전해져 평화센터에 당도 하고 있습니다. 저 멀리 태평양 건너에서 파코 실버 부부가 마을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쓴 카드와 코코아부터, 속옷 가게를 운영하며 자영업자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을 하는 하는 분이 지킴이들을 위해 패딩 조끼와 내복을 보내주셨습니다. 또 강정 친구들이 유자차도 보내주고 또 여기 저기서 연말인데 뭐가 필요하냐며 물어오십니다.

제주팀인 에밀리와 정주는 주초에 한국 개척자들 연례회의 참석을 위해 육지로 갔습니다. 동원은 사회복무로 인해 아쉽게도 하루 일정으로 회의에 겨우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제주공동체에는 손님으로 이전 평화캠프 참가자인 대만친구 레인보우가 일주일 지내다 갔습니다. 레오의 누나이고 현재 사회복지일을 하는데 한국에 올 때마다 개척자들을 방문하며 좋은 친구로 벌써 몇 해를 지내왔습니다.

2014년을 며칠 앞두고 저희는 곧 이사를 하게 됩니다. 그 대장정의 이야기를 다음 주에 들려 드리겠습니다.

기도제목

1.     연말 연시에 강정마을에 나눔과 화해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오기를

2.     군관사 건설 중단에 대한 강정마을 사람들의 정당한 외침이 부당함과 불합리함으로 대처하는 해군의 힘에 무너지지 않도록

3.     이사를 앞둔 제주공동체가 살던 곳을 잘 정리하고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가 새로운 기운으로 새해를 잘 시작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