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쌀농사 짓기로 유명했던 강정마을, 그래서 다른 마을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이제는 쌀밥에서 얻었던 행복은 추억이 되었고, 쌀농사 지었던 땅 위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농사를 짓습니다. 마을 어르신들 말씀 듣노라면, 논에 물을 대던 물길도 점점 사라진다고 합니다. 마을에서는 이 물길만이라도 복원해야 한다며 마을 운영위원들이 일본에 견학을 다녀와 깨끗한 물길로 복원할 준비들을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품고 있는 강정의 추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박용성이라는 강정지킴이는 전라도 시골 태생인데, 강정에 이주한 이후로 이곳에서 쌀농사 짓는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마을에서 물길 좋은 땅을 얻어 쌀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땅 속에서 생명도 자라면 평화도 함께 자란다는 믿음을 가진 강정의 생명평화농부 입니다. 못자리 만들고 있는 날, 강정 어르신 한 분이 지팡이 집고 오셔서는 “거참, 옛날 강정에 쌀농사 많이 했는데, 보기 좋네.”라며 말하고 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습니다. 박용성 지킴이에게 쌀 수확하면 함께 떡도 만들어 먹고, 식혜도 만들어 동네 잔치하면 참 좋겠다 전했습니다. 어느 삼촌은 볏단 모아다가 강정 초가집 지붕 새로 올리자 말했어요. 생명평화를 농사 짓는 농부, 참 아름다운 일꾼입니다.

 지난 주 화요일 원주 길배움터 학교 학생들이 강정에 왔습니다. 2년 전 자전거 타고 왔었습니다. 강정에 머문 덕분에 자전거는 쉴 수 있었지만, 학생들은 강정의 일들을 많이 거들어주었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다시 온다니 마을에서는 반가웠습니다. 학생들은 투정 없이 마을 일들을 거들었습니다. 동원과 에밀리 결혼식에 와서 공연해준 고마운 친구들이기도 합니다. 저녁에 수박 한 덩이 나누며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동원이형은 왜 병역거부 안했어요?”라고 물어와 평화복무 이야기해줬습니다. 군대 아닌 다른 길 함께 고민해보자 했습니다. 양평에 사는 고래 선생님(양정지건)과 중국에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반갑게 들렸습니다. 길에서 배울 줄 아는 학생들이 멋져 보였습니다.

동원과 에밀리가 중덕 삼거리에서 옆 마을로 주거를 옮겼습니다. 조금 더 건강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생활을 위해 결정했습니다. 말 카페를 운영하는 말 엄마가 빌린 집을 때마침 우리에게 빌려주었습니다. 집세를 끝내 안받겠다며 거절하고, 임신한 에밀리를 위해 준 선물이라 이해해달라 말했습니다. 방 3개 있는 큰 집입니다. 동원은 오랜만에 낮잠을 잤는데, 바닥이 몸을 감싸주는 느낌으로 푹 잤습니다. 가위 눌린 거 아니냐는 친구의 말이 재밌습니다. 에밀리는 처음으로 신혼 집이 생겼다고 좋아합니다. 개척자들 사무실 공간은 중덕 삼거리에 남아 있습니다. 동원과 에밀리가 비워준 빈 방에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벌써 생겼습니다. 시멘트로 덥힐 이 땅에 사람들이 자꾸만 뿌리를 내려주니 고맙습니다.

[기도제목]

1.        생명평화를 경작하는 일, 경작하는 사람, 경작되는 땅 그 모습과 방법이 다양합니다. 귀한 마음을 잃지 않고 강정에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