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전합니다.

중덕 삼거리에 컨테이너 하우스를 지은 마가지 주택조합이 지난 주 월요일 모임을 열었습니다.

서로 바빠 함께 모이는 시간 내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모임을 할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삶에 대한 이야기 나누는 게 좋고, 함께 일할 계획 세우는 것도 즐겁습니다. 동원과 에밀리가 시원한 수박 한 덩이 사서 나누었습니다.

모임 때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에밀리가 모임 안건을 제안했습니다. 완성되어 가는 갤러리 공간 활용을 어떻게 할 지, 중덕 삼거리 화장실 청소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논의하고 싶었습니다.

 이 두 안건 중에 화장실 청소에 대한 안건은 민감한 문제였습니다. 컨테이너 집 입주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입주자들이 청소를 해서 깨끗합니다. 그런데 방문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위생상태가 좋지 못했습니다. 화장실 공간을 지은 사람들이 있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청소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말없이 무관심으로 서로에게 미루기만 한 결과였습니다. 어느 날 여든이 다 되신 문정현 신부님이 화장실 청소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많은 이들이 부끄러워했습니다. 화장실은 집안의 얼굴이라면서 당신 일로 여기시고는 매일 청소를 하십니다. 

 공간을 만들어 놓고 공간에 무관심했던 마가지 주택조합 사람들이 책임을 통감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함께 나누자 했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마가지 주택조합 노동의 날을 정해 중덕 삼거리 청소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강정지킴이들이 중덕 삼거리 식당 청소할 때 화장실 청소를 함께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마가지 조합원들과 지킴이들이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정지킴이들, 강정 방문자들이 사용하는 중덕 삼거리 화장실이 집안의 얼굴이 되면서 화장실이 새롭게 보입니다. 투쟁과 활동 뒤에 가려진 일상과 삶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갤러리는 생명평화대행진 전 7월 중순에 작가들을 초대한 전시를 시작으로 갤러리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에밀리도 갤러리에 전시할 그림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강정에서 해군기지 반대 깃발이 가장 많이 걸려있는 길목에 도로 확장 공사를 한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반대하는데도 측량을 하고 있어 마음이 불안합니다. 가장 오래된 구멍가게 알점방과 세탁소, 치킨집이 있는데 문을 닫을지도 모릅니다. 구멍가게 알점방을 지키는 할머니는 30억 주면 집 주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구멍가게 팔 마음이 없으십니다. 따라 잡을 수 없는 변화에 맞서 구멍가게 살리고, 마을의 일상의 일부인 것들을 어떻게 지키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동원은 주말에 귤밭에서 일을 거들었습니다. 밭에 가면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일한 만큼 작은 보상도 받아 좋습니다. 해군기지 공사장과 가장 가까운 귤밭에서 일했는데, 밭 주인인 할머니는 공사하는 소음, 공사인부들 목소리 듣고 있으면 마음이 부들부들 떨려 일이 손에 안 잡힌 날이 많았다고 하십니다. 일하는 내내 공사하는 소음이 듣고 있노라면,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이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에밀리는 주말을 이용해 감물과 쪽 염색을 하는 수업에 다녀왔습니다. 물들일 만한 옷은 몽땅 가지고 가서 감물과 쪽물로 물들여 왔습니다. 자연을 닮은 색에 물들인 옷을 보니 신기했습니다.

제주 소식은 여기까지 입니다. 제주에서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

[기도제목]

1.      함께 투쟁하고 지키며 뜨겁게 살아가는 삶이 일상인 이 마을이 짊어져야 할 짐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끊임없는 연대의 손길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2.      제주에서 평화를 위해 일하는 그 모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