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키 리졸브로 확인된 ‘작계 5029’ 본격화 움직임
급변사태 나면 작전통제권 넘어가 북에 대한 주권 행사 불가능 
  
 
지난 2월15일, 한미연합사령부는 2월28일부터 3월10일까지 연례 한-미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 연습을 시작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런데 이 훈련을 설명하는 영문 보도자료와 한글 보도자료의 내용이 달랐다.
 
월터 샤프 사령관 발언 오역 소동
 
“우리는 재래식 공격을 넘어선 수많은 실질적 시나리오에 맞춰 훈련을 하고 있다”(We are exercising Alliance actions to a number of realistic scenarios beyond defeating a conventional attack)는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을, 한글 보도자료는 “우리는 재래식 공격을 격퇴할 수 있는 수많은 실질적인 시나리오에 맞춰 연습을 실시하게 된다”고 번역했다. 애초 샤프 사령관의 발언 가운데 ‘beyond’(넘어선)가 빠진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 당국자는 “번역 과정의 단순 누락”이라고 설명했지만,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국내 보수·진보 진영의 논란과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군 당국이 샤프 사령관의 발언 의미를 일부러 축소했다고 해석했다. ‘beyond’라는 단어의 유무에 따라 이번 키 리졸브 훈련의 성격이 ‘한반도 전면전 대비’에서 ‘북한 급변사태 대비’로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한글 보도자료대로 ‘재래식 공격을 격퇴할 수 있는 수많은 실질적인 시나리오’라면 이번 키 리졸브 연습의 성격은 재래식 전쟁에 대비해 실시해온 연례 군사훈련이 된다. 다시 말해 북한군의 도발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진 상황을 가정해 미 본토 등에서 대규모 미군 증원 병력과 장비를 한반도에 긴급 투입해 북한 도발을 격퇴하고 평양 이북까지 북진하는 ‘작전계획 5027’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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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한-미 해상 연합훈련에서 미국 잠수함을 선두로 한-미 함정들이 편대 운항을 하고 있다.연합 
 
  
 
이와 달리 ‘재래식 공격을 넘어선 수많은 실질적 시나리오’는 북한 급변사태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가 대비하는 북한 급변사태 유형은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의 유출 △북한 정권 교체 △쿠데타 등에 의한 내전 상황 △북한 내 한국인 인질 억류 △북한 주민 대규모 탈북 △대규모 자연재해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훈련에는 지난해에 이어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제20지원사령부 요원들이 참가해 북한의 핵 및 대량파괴무기 제거 연습도 강화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전까지 ‘개념계획’으로 있었던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5029’가 사실상 ‘작전계획’화됐다는 의미다. 개념계획은 북한에서 특정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미가 대략 어떤 방향과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개념적 시나리오 수준인 데 비해, 작전계획은 대대급 이상 병력 동원, 무기·장비 배치 계획 등 구체적인 군사력 운용 계획을 담는다.
미국이 5029를 작전계획화하려는 핵심적인 이유는 북한 급변사태 때 미군 특수부대를 투입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을 탈취·파괴·확보하려는 데 있다. 미국은 2008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나빠진 뒤 북한 급변사태 유형 가운데 특히 대량파괴무기 유출과 제거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가 어지러운 과정에서 핵·미사일 기술 또는 무기가 알카에다 같은 미국 적대세력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권 포기하며 미국에 매달리는 MB정부
 
따져보면 북한 급변사태 대비 논의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김일성 주석이 숨지고 북한의 경제난이 깊어지면서 ‘북한 붕괴론’이 나왔다. 거의 20년 된 이야기다. 참여정부 때 통일부 정책홍보본부장을 지낸 고경빈 한국사이버대 교수는 최근 한반도평화포럼이 연 토론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북한의 급격한 붕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를 비상대비 차원에서 준비하지 않았던 정부는 없었다. 햇볕정책을 왕성하게 추진하던 때도 매년 전 공무원이 ‘을지연습’을 통해 전쟁 상황에 대비했고, 동구 공산권 붕괴 이후에는 한반도 유사 상황에 대비하는 연구가 추가돼 전 부처가 참여해 정기 점검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새삼스럽게 급변사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기회만 있으면 요란하게 이야기한다. 고 교수는 “안보 측면에서 비상대비 차원 업무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는 만큼, 정부가 비상상황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밝히는 것은 대비계획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북한과 불필요한 마찰을 초래하는 빌미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줄곧 작전계획 5029가 북한 급변사태의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미국에 매달리고 있다. 이와 달리 참여정부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5029가 주권 침해 위험이 있다고 보아 개념계획으로 한정시키고 이를 작전계획화하는 데 반대했다. 작계 5029의 기본은 북한 급변사태를 관리하는 주체를 대한민국 정부에서 한미연합사령부로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전계획 5029가 완성되면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데프콘(방어준비태세) 3’이 발령된다. 현재는 데프콘이 3단계 이상으로 올라가면 한국군 작전통제권이 자동적으로 한미연합사령부(사실상 미군) 쪽으로 넘어간다. 북한 급변사태 때 한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이 상황을 장악하고 군사적 조처의 전권을 쥐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북한 지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 행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며 북한은 미수복 지역’이란 주장을 펴왔다. 이명박 정부가 이 입장에 충실하려면 5029 작전계획화를 추진하는 미국에 ‘주권을 무시하지 말라’며 문제제기를 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참여정부 때 한-미가 벌인 작계 5029 논란의 핵심은 북한 급변사태 때 안정화 작전(점령)의 주체와 통치 방식이다. 역대 한국 정부의 북한 통치 주체에 대한 태도는 명확했다. 한국 정부 주도다. 우리 헌법 영토 규정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미 합동참모본부는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 당일과 9월27일 맥아더 장군에게 6개항의 훈령을 보냈다. 주목할 것은 훈령 6번째 항이다.

“(대한민국) 주권의 북한 지역에 대한 공식적 확장과 같은 정치적 문제는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유엔의 조처를 기다려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역할 제한 원해
 
북한 지역의 통치 주체와 방식에 대한 미국의 원칙은 한국전쟁 때 정립됐고, 6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에 맞춰, 미국의 대외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외교협회(CFR)가 ‘북한 급변사태 대비’란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한국군이 북한 지역에 개입한다 해도 한국의 국내법이 아닌 국제법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과도정부를 세우는 등 합법적 점령세력으로서 한국의 역할이 국제사회에 의해 제한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전쟁 이후 일관되게 북한 지역에 대한 한국 주권의 확대 적용을 부정하는 것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능력과 주도권을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을 한국에 맡기지 않고 주한미군과 한 몸인 유엔군사령부를 내세울 경우 다양한 선택권을 쥐게 된다. 예컨대 미국은 △미군이 북한 지역을 점령하는 방안 △남한 미국 중국이 공동으로 점령하는 방안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공동 관리하는 방안 등을 상정할 수 있다. 고경빈 교수는 최근 한반도평화포럼 토론회에서 북한 급변사태 논의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우리 운명을 우리가 주도하려는 의지”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장단에 맞춰 작전계획 5029에 올인할 때가 아니란 지적이다.

권혁철 기자 한겨레 정치부문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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