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할 일, 저 할 일 마음이 분주하면서도 금곡고 평화수업 후기 남기는 일이 한편으로는 중요하다 싶어 이 게시판을 들어왔습니다. 

올 해 2월 개척자들 양평 샘터 공동체가 있는 마을에 대아 초등학교에서 이틀 간 아이들을 만나고는,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 12월 가림중ㅍ친구들 이후로는 오랜만에 만남이었어요. 남양주에 있는 금곡고등학교는 인문계와 실업계가 섞여있는 종합고등학교 였는데

선생님들의 평화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저희가 초대 받게 되었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상반기에 평화수업에 기회를 뒤로 미루고 있던

차에 함께 하게 된 거라 약간의 선물 같은 만남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땀 나는 샤인(광일), 수연, 빛나는 호수(정주)가 2학년 1반과 3반을 맡고 

마리솔(승현), 나도똥나무(형우), 혱영, 성일 네 분이 2반 4반을 맡았습니다.

총 6회차로 진행되는데 지금까지 아이들을 두 번 만났습니다. 


첫 만남에서는 나도 아이들도 서로에 대한 새로움으로 풋풋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빠진 아이들도 있고 해서 그래도 서른 여명의 학생들이 둥그렇게 둘러 앉아 풍선을 퐁퐁 튀기며 자신에 대해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먹는 거, 게임하는 거, 자는 거를 엄청이나 좋아하더군요. 가끔 책읽는 걸 좋아하는 친구가 등장하기도 했지요. 

자기 소개 시간을 가진 뒤, 분위기를 환기 시켜주는 놀이 시간! 휘~휘~ 바람이 불어요~ 바람이 오늘 아침 밥을 안 먹고 온 사람에게 

붑니다~ 처음에는 엉덩이가 제법 무거워 보이더니 놀이에 조금 익숙해지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이리 저리 자리를 바꿔 앉습니다.

술래가 된 친구들 머리를 몇 번이나 긁적이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재미있는지 계속하자고 하더군요. 

몇 번 까르르 웃고 났더니, 또 친한 친구 안 친한 친구 뒤섞여 자리를 앉게 되니 교실의 기운이 한 층 달라져 있습니다. 

졸음과 피곤함에서 깨어나 생동하는 기운을 조금 맛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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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놀이 했으니 이번엔 그래도 중요한 것 하나 짚고 넘어가야겠죠? 

바로 '우리들의 약속'을 함께 만드는 시간입니다. 평화수업 첫째 시간에 빠질 수 없는 순서! 

이 교실을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공동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입니다. 

평화수업에서는 자연스런 내 모습과 내 생각을 표현하는 기회가 많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그 순간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나를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사실은 필요합니다. 안전장치라는 건 CCTV 같은 것도 아니고 

더 힘있는 사람의 개입도 아니며 처벌과 보상 같은 심리를 통제하는 것도 아닙니다. 

평화수업에서의 안전장치는, 친구의 따뜻한 눈빛, 경청하는 자세, 서로를 격려하는 마음, 실수해도 한 번 크게 웃고 털어낼 수 있는 

용기와 누구의 표현도 야유하지 않는 배려의 마음 같은 것들입니다. 

저희가 미리 준비한 세 개의 약속(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실수해도 괜찮아, 서로 격려하기)에 작고 다른 빛깔의 색종이 조각 위에, 자신에게 중요한 한 가지를 적어서 원 중앙에 놓습니다. 알록 달록 다른 색의 색종이처럼 각기 다른 소중한 각자의 생각들을 모아

평화수업 시간에 마음 속에 간직하며 지켜갈 우리들의 약속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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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수업을 마무리 하며,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손을 잡고 섰습니다. 

마지막으로 '꽃은 참 예쁘다' 라는 노랫말이 참 고운 노래를 함께 부르며

어색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가사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키득키득 웃으며 몸을 비틀며 함께 따라 불렀습니다. 

아이들이 얼떨결에 따라 부른 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호응이 좋았습니다. 목소리 크기가 그래도 제 귀에 

들릴 정도였으니까요. 쉽지 않지만 연습하며 익숙해지는데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평화수업 마무리를 노래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한 번 익힌 노래는 마음과 생각 속에 기억되어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러다보면 학교 여기 저기서 아이들이 그 노랫소리를 흘려 보내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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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50분의 시간, 총 6번의 만남, 두 세명의 교사 그리고 30~40 명의 학생들.

이렇게 숫자로만 계산한다면 평화수업이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까 하는 의구심만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다고 반 전체 학생들이 늘 적극적인 참여나 눈이 반짝 거리는 호응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무리 중에서 눈이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게 되고, 작은 목소리지만 자기를 표현하게 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시간 시간 마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방법을 찾아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표현해냅니다. 그것을 경험할 때면 제 심장도 마구 뛰고 다시 희망하게 되더라고요. 


첫번째 시간의 기대와 설레임 그리고 꽃은 참 예쁘다를 손잡고 부를 때의 감동은 온데간데 없고 

두번째 시간 '갈등'에 대해 나눌 때, 다시 제 마음에 혼란스러움과 답답함이 찾아 왔습니다. 

'아이들이 갈등에 관심이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의심하는 마음이 불쑥 생겨난 것이지요. 그리고는 다시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두 번째 수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또 다시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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