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이라는 상호작용 속에 있는 아이들은 특수한 기술에 대한 정보나 시범이 아닌 그 이상의 뭔가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교사의 기분, 신념, 그리고 태도에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교사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학생들을 어떻게 느끼며,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공부 자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영향을 받는다. 

"교사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가르친다."는 피어스의 말처럼 온갖 겉치레 장식에 불과한 교육 행위 아래서 교사는 모델링(modeling)을 통해 가르친다. 곧, 전통적인 학교에서 전형적인 교사 역할처럼 그 기초를 이루는 학생의 성적과 행동에 대한 지도, 관리, 평가를 통해 가르치는 게 아니다. 따라서 가르침은 더 이상 다른 사람보다 더 숙련된 누군가가 하나의 주제나 하나의 연결된 긴 절차를 잘게 조각내어 학생들이 쉽게 소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과정으로 볼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개념의 경계가 사라지는 바로 그 지점을 적절하게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어휘가 긴급히 필요하다. 서구 과학의 낡은 패러다임인 원인과 결과 법칙으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다. 왜냐면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행하는 대단한 무엇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여러 수준에서 일어나는 상호간의 공동 작업의 한 형태라고 인식하게 된 지점에까지 우리 이해가 확장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 전 같으면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 주어야만 한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그 지식과 기술이 (학생 내부에) 잠재되어 있어 일깨워지기를 기다린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더 이상 교사가 원인이며 학생은 학습 과정의 결과물이라는 오래된 학교 교육의 대전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시와 낸시 그리고 메리는 프리스쿨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면 스스로가 충만함 속에서 현재를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늘 자각하고 있다. 미시는 단지 그림 그리기-기술과 기법-를 가르치고 있는 중이 아니라 '한 사람의 화가가 된다는 것'은 또 '예술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자신이 모델링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 미시는 또한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를 모델링하고 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특정한 순간에 자신과 학생들 간에 겉으로 봐서는 예술의 '주제'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여러 수준의 나눔이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읽기를 가르칠 때 낸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낸시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과 힘, 즐거움, 그리고 쉬움을 모델링하는 것이다. 낸시는 읽기가 그다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읽기란 즐거움이지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낸시는 어떤 누구에게도 지금 현재 준비되었고, 마음을 먹고 있고, 할 수 있는 그 이상으로 빨리 나아가라고 결코 강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시가 그렇듯 낸시 역시 언제나 스스로 충만해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 가르침과 배움의 경계 허물기, 두려움과 배움을 함께 춤 출 수 없다(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씀)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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