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보슬 보슬 내리는 수요일 아침 아이들을 만나러 서둘러 길을 나섰습니다. 

세번째 만남이어서인지 그래도 덜 긴장이 되더군요. 

오늘 준비한 활동과 약간의 긴장과 설레임을 갖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흐리고 칙칙한 날씨 탓인지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핸드폰 게임에 집중해 있었지요. 

흠.. 수업 종이 곧 울릴텐데 아이들을 어떻게 원안으로 초대할 지 잠시 막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가가 살며시 인사를 건네며 수업이 시작됨을 알렸지만 잠과 게임에 빠진 아이들에게 들리기엔, 목소리도 용기도 작았던 것 같습니다.

종이 친 다음, 시간이 더 지나서긴 했지만 느리게 아이들이 원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여는 질문으로 세번째 만남을 시작했지요. 


'돈으로 살 수는 없지만, 내가 만약 옆 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나는 말이야.. 날으는 양탄자를 선물하고 싶어. 그래서 내가 가본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모습을 양탄자를 타고 가 보여주고 싶어. 

공부하기 싫고 빡빡한 학교 생활에 지친 친구를 위해 잠시라도 바람을 쏘여주면 좋을 것 같아.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준 다음, 아이들의 대답이 시작됐습니다. 

시원한 바람, 바다, 하늘, 구름, 날개, 무한 배터리, 야구경기를 볼 수 있는 특별한 기계,잠, 지방흡입, 살(마른 친구에게), 다른 피부색(까만 친구에게), 희망, 사랑, 친구, 발랄함 등등 정말 거의 모든 아이들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찾아 답했습니다.

사실, 선물이라고 했을 때 물질적인 것을 많이 이야기 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고 시도하면 정말 기존의 것과는 다른 대답이 펼쳐진다는 걸 다시 한 번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선물을 듣고 나니 제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았지요.

여전히 자신의 순서가 돌아오면 대답하는 걸 망설이고 부끄러워하고 어색해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상상하는 순간 만큼은 모두들 행복해 했습니다. 그리고 옆자리에 앉은 별로 안 친한 친구가 건네준 선물이 썩 내키지 않기도 했지만, 그래도 선물 받는 건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일이지요. 이렇게 마음을 말랑 말랑, 뽀송 뽀송하게 한 다음, 다음 활동으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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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주활동을 한 다음 마무리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데 시계의 분침이 벌써 마치는 종을 알리는 숫자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바쁘게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모자랐지요. 활동을 서둘러 마무리할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아, 시간이 오래 걸려도 모두가 발표를 마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고나니 역시나 시간이 모잘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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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꼭 마무리를 함께 해야지, 첫시간에 불렀던 '꽃은 참 예쁘다' 노래를 다시 함께 불러야지 했는데 노래 부르기는 커녕 인사할 시간도 거의 없었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떨리고 아이들이 그냥 나가버리면 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용기를 내어 인사 시간을 갖자고 했지요. 처음 들어간 1반에서는 종이 울렸을 때 아이들을 다독여  일어나 손을 잡고 둥글게 서서 서로에게 고마움과 존중을 표하며 인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예전 중학교 평화수업에서 종이 치면 바로 교실을 튀어나가는 아이들이 있어서, 부쩍 긴장하며 마무리 의식에 아이들을 초대했는데

아이들이 종이 울리고 있는데도, 서로 손을 놓치 않고 끝까지 기다려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때 저는 이전 활동에서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고 옆 친구들과 이야기 하거나 했을 때 섭섭한 마음이 녹아 내리며 아이들에게 다시금

희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아이들은 살아있습니다! 눈빛 하나 건네면 받아주지 않는 것 같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

다시 얼굴을 마주할 때 그 눈빛을 기억했다가 다시 저에게 건네주는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전혀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은데 이후에 그 때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며 되물어 올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수업 시간 내내 제 마음을 녹였다 얼어 붙였다 반복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이상하게 밉지가 않고 사랑스럽기만 한 건, 제가 너무 이상적이며 전체 보다는 부분만을 봐서일까요? 


이렇게 세번째 시간을 마무리 했습니다.


(저는 2학년 1,2,3,4반 중에 1,3반을 담당하기에 2,4반과의 상황과 내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는 전체학년 것이 섞여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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