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체에 도착하여

 

한 톨 

 

두번째 소식을 전하며.

 

아체에 도착해 보내는 첫 소식입니다.

아체에서 한 주를 보내는 동안은 이곳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던 한 주였던 것 같습니다. 이 곳에서 함께 해 나갈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 곳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이 먼저 일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때 해 주었던 조언들을 되새겨 보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기후도, 생활 습관도, 문화도 다른 이곳에선 제게 익숙한 것이 많지 않네요.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고, 저도 한 사람이기에 큰 걱정은 없어집니다.

이곳의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던 한 주간의 이야기들입니다.

 

새 옷의 냄새에 취하고 싶어도 나는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복고풍 이야기’ / 신해욱

님의 시 마지막 부분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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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 저녁 길 풍경



World Service for Peace in Aceh l 2014.07.14-20

 

아체에 잘 도착해습니다.

아체공항(Sultan Iskandar Muda International Airport)은 소박했고, 작은 도시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체 공항에서도 역시 모든 짐을 다 풀고, 검문검색을 해야 했습니다.

꼼꼼하게 조사하는(?) 아체 경찰들을 보며, 제 짐을 잘 확인해 주는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입국심사 카드와 입국할 때 필요한 설문지를 작성 후 공항 밖을 나오자 사하자, 로미, 이르만이 마중을 나와 오랫동안 기다려 주고 있었습니다.

직접 만들었다는 베짝(Becak)을 몰고 왔는데, 저는 이 이동수단이 맘에 무척 들어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오랫동안 고치고 또 고치며 사용해 왔다는 이 베짝의 구석구석에서 애정의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물건을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너무 활짝 열리는 기분이 듭니다. 왜일까요? 무엇이 이리도 마음을 활짝 열어 주는 것인지…. 덕분에 저는 아체에 도착한 기분을 한껏 느끼고 있습니다.

로미가 운전해 주는 베짝에 모두 몸을 싣고 타고 30여 분 남짓 이동하며, 흘러가는 아체의 풍경을 만끽했습니다. 간간이 내리는 비도 맞고, 흘러가는 구름과 호수 같은 바다의 풍경, 오토바이로 옆을 지나는 아체 사람들의 모습. 무엇보다 바람을 원 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4.07.14. Mon

Ramadan -16th day

 

오후 3 10분경 Aceh에 도착.

(말레이시아 시각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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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ltan Iskandar Muda International Airport

 

 

Banda Aceh를 조금 벗어나자, 은빛 지붕의 모스크가 보였고 잠시 후 3R center에 도착했습니다. 3R 월드서비스 스텝으로 지내고 있는 뿌뜨라, 익산과 3R에서 후원해주고 있는 모울리, 마리꼬, 수늄. 그리고 3R에 자주 온다는 아체친구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모두 저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벌써 보름째 라마단(이슬람 금식 절기)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낮 동안 금식을 하고 있어서인지 모두 차분한 모습들입니다. 저도 이곳에 지내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금식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인사를 마친 후 사하자님께서 3R 센터 곳곳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3층 높이의 3R 센터는 전체가 나무로 지어졌는데(기둥, , , 난간 등등…이 모든 것들이), 맨발로 곳곳을 다니는 동안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나무의 느낌이 매우 좋았고, 나무로 지어진 특성상 바람이 잘 통해숨을 쉬는 집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천장과 벽의 이음새들이 막혀있지 않아, 바람이 통하는 틈이 많았고, 방과 방 사이의 천장들도 막혀있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개방적으로 지어진 3R 바닥에는 크고 작은 개미들이 길을 만들고, 벽에는 작은 도마뱀들이 돌아다닙니다. 벌과 나방도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습니다. 핑퐁이라는 고양이는 터 좋은 곳에 앉아 해지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3R 친구들과 함께 직접 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 건물을 짓는 내내 힘들면서도 뿌듯했을 그들을 잠시 떠 올려 보았습니다. 자신들이 생활할 곳을 손수 지으며, 어떤 마음들을 키웠을지... 그리고 그동안 손수 다듬어 온 시간들로 축적되어 온 추억들이 곳곳에 서려있을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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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 3층 방 풍경

 

 

 

앞으로 제가 머물 곳은 3층에 올라가자마자 있는 첫 번째 방이었고, 모기 등의 벌레가 많아 모기장 겸 1인용 텐트를 치고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소 산장에서 야영하는 기분이 듭니다. 무겁게 들고온 두 배낭을 모두 풀고보니 짐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매트를 깔아도 바닥에는 개미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가방이나 중요한 것들은

걸어두거나, 선반 위에 두기로 하고, 가져온 줄들을 튀어나온 못에 걸어 고정한 뒤 옷을 걸거나 수건 등을 걸 수 있게 하니 한결 생활하기에 편해졌습니다.

기본적인 것들을 우선 정리해 놓고, 차차 생활하면서 다듬어 나갈 생각을 해 봅니다. 같이 생활하는 3R 친구들이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었는데, 우기 시에는 비가 바람과 함께 심하게 들이치면, 방 안이 모두 비에 젖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니, 그럴 때를 생각해서 대비해 두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전기도 쓸 수 있는데, 한국과 같이 220V를 사용하고 있어서, 별다른 어댑터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종종 전기가 끊기는 경우가 있고, 그때는 전기가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합니다.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다고 합니다.

 

 

3층에서는 아체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습니다.

라마단 기간의 중간지점이 되는 오늘.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하늘에 떠 있습니다.

음력을 계산하는 동양의 문화가 라마단이라는 절기에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람이 부는 이곳에서 달이 뜨는 풍경을 보며, 큰 호흡을 해 봅니다.

저녁 7. 무언가를 알리는 신호음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집니다.

부까 푸아사(buka:열다 / puasa:금식)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라고 합니다.

낮 동안금식이라는 방의 문을 열고 나와 가족과 친구들과 한자리에 앉아 밥을 먹습니다. 가벼운 음료로 속이 놀라지 않게 한 후, 몇몇 친구들은 마그립 Maghrib(4기도)를 한 후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식사를 마친 후 숙소로 돌아와 짐을 마저 정리했습니다.

이곳에 올 때 친구들이 써준 편지를 다시 꺼내 읽어 보기도 합니다.

아체에 왔다는 실감이 비로소 느껴지는 첫날.

몸은 피곤해도, 머릿속은 너무나 또렷해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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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까 푸아사

 

 

오늘은 라마단의 기도 시간에 맞춰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5번의 기도시간이 있고, 라마단 기간에 아체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기도시간에 맞춰 생활하므로, 이들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기도 수부 Shubuh (05:00-05:30)

새벽 4시에 일어나, 1기도 수부 Shubuh(05:00-05:30)가 시작되기 전에 간단한 아침을 먹었습니다. 밤새 울려 퍼지는 아잔 소리는 말레이시아보다 더 진한 느낌입니다. 하나의 기도 소리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도 소리가 중첩되어 들리는데, 메아리 같기도 하고요. 5시가 되니 수부를 알리는 신호음이 람룸푸 Lam Lumpu (3R이 있는 마을 이름) 전체에 울려 퍼집니다.

아체 친구들은 기도하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동틀 무렵 사하자 님과 바닷가로 산책하러 나갔습니다.

가는 도중에 급작스런 비가 쏟아져 비가 그칠 때 까지 마을 회의공간에서 비를 잠시 피했습니다. 덕분에 좀 시원해졌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걸어 소나무 숲을 지나니 시원한 지평선을 보이는 바닷가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수마트라 섬 북서쪽의 끝에서 바라보는 인도양과 다채롭게 변하는 구름.

좀 전에 내린 비로 몸이 시원하더니 이제는 눈이 시원해집니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며, 근처 바닷가까지 느긋이 걷고 돌아오니 2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2014.07.15. Tue

Ramadan -17th day

아잔은 아랍어로어서 와라~’라고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모스크에서 각 기도 시간에 맞춰 기도문을 읽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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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수부전에 간단한 식사를 한다.


2기도 두후 Duhur (12:40-14:00)

3R을 중심으로 한 지도를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보았습니다.

3R과 관련된 지역, 연대하는 단체, 조사가 필요한 곳들과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지도가 있다면 앞으로의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3R 친구들이 동의해주며 함께 아체지도를 벽에 붙이는 것으로 지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지정학적인 위치도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상상하고, 희망하는 세상을 우리의 삶으로 끌어올 수 있는 작은 지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생명이 더불어 살고, 함께해야 할 세상의 고통받는 이들이 외면당하지 않는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의 숨을 쉬며 사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분쟁과 갈등이 많은 우리 세상이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이 종식되는 날이 오겠지요. 그런 날이 정말 오리라는 마음으로 저의 자리에서 힘을 내봅니다.

3기도 아샤 Ashar (16:00-17:00)

오후 5. 현지인 평화 캠프 신청자 19명이 한자리에 모였고,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가졌습니다. 대부분 친구들이 참여의 목적이 새로운 경험을 얻는 것이라고 신청서에 기재해 로미는 캠프의 목적은 우리 자신의 즐거움이나 경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캠프 기간만큼은 타인을 위한 삶을 실제로 살아 보는 것이 목표라고 얘기했습니다.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찾아서 가는 것이라고요.

그러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미안하지만 참석하지 않는 것이 더 낳을 것 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참석할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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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 지도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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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캠프자 오리엔테이션

 

 

회의 중에 인상 깊었던 로미(3R의 리더)의 말을 담아봅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보내주신 신청서를 보았고, 오늘은 이 활동을 정말 하고 싶어하는지.... 그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참여할 것인지를 밝혀주었으면 합니다. 평화캠프 기간에는 한 장소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캠프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한 장소에 지속해서 머물기 때문입니다.)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여러분에게 당부 차 나누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시간이 중요합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시간은 4시였습니다. 1시간 늦은 것을

우리의 문화로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신경을 쓴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입

니다. 활동 스케줄에 영향을 주는 있는 일이었으나, 이번 계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이 활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2. 협업을 해 야 합니다.

3. 솔선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4. 개인적인 일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허락과 요청을 한 후 진행해 주십시오.

(신원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벌레를 주의해 주십시오.

6.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 주십시요. 그리고 정말 잘 이해했는지를 확인해 주십시오.

무엇보다 타 종교에 대한 이해를 부탁합니다.

7. 타인의 삶을 우선시 생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평화캠프 기간 동안은 무엇보다

타인을 위한 삶을 실천하는 시간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위해 참여하는 것은

우리와 다른 목표입니다. 그런 마음으로만 참여한다면, 참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며, 어려움을

찾아가는 삶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8. 누군가의 지시와 명령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있다면, 움직이십시요. 우리가 자유인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길은스스로(주체적) 할 때입니다.

9. 리더의 지도를 따라 주십시오.

10. 마지막으로, 자원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참가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캠프는 함께 할 때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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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 리더 로미

 

 

4기도 마그립 Maghrib (19:00-20:00) & 부카 푸아사 Buka puasa 19:00

‘Buka : 열다 Puasa : 금식

평화캠프 참가자들과의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마치고, 함께 부카 푸아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마그립은 해가 지기 전에 기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다들 음료로 허기를 달랜 후, 곳곳으로 기도를 하러 움직였습니다. 각자 조용한 곳을 찾아가는 모습들입니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왔을 즘, 올해 초 캠프에 참여했던 친구들도 응원 차 음료수를 사 들고 와 함께 부카 푸아사를 하러 왔습니다. 예상했던 숫자가 훨씬 넘어가는 바람에 음식이 모자랄 수도 있었지만, 발 빠른 친구들이 급조를 해주어서 무사히 넘겼습니다 :)

그리고, 선 경험자들로써 이것저것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5기도 이샤 Isya (20:15- 05:00)

참가자들과 3R친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는 듯 합니다.

참가자들 중 많은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3R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습니다.

오늘 3R의 밤은 저마다 다양한 꿈으로 가득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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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참가자들과 함께한 부까 푸아사

 

 

8월에 있을 평화 캠프를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6일부터 19일까지는 연속해서 평화 학교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였으며, 테스트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캠프 참가자들을 위한 평화 학교 교육은 중요한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Takengon 지역에 있는 마을에서 캠프 참가자들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게 될 활동을 위한 사전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3R의 스텝과 함께 계획한 것들을 만들고 시연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였습니다.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생길 때 마다 보충하면서 모두 어린이가 되어 보기도 하고 선생님이 되어 보기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6일 오전에는 아체 군인들이 저의 신원조회를 하기 위해 3R에 들렸습니다.

외국인이 오면 마을에 신고가 들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군인들은 저에 대해 물어보았고,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저를 대변해 주는 로미를 볼 수 있었습니다.

군인들이 큰 힘을 행사하게 된 연유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드려볼까 합니다.

*

아체 지역은 수마트라 섬의 북부 지역(인구 약 500만 명)으로 1511년 이후 포르투갈과 영국, 네덜란드의 지배를 번갈아 받아오던 중 1945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을 쟁취하였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중앙정부는 아체 지역을아체 특별지구로 명명하며 인도네시아로 귀속시켰고 51년 강제 합병을 통해 석유와 천연가스 등 경제적 수탈을 노골화해 왔습니다. 이에 독립을 원했던 아체는 1976년 자유아체독립운동(GAM:아체 메르데카)단체를 결성, 본격적인 무장 투쟁에 나서게 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바계 주민을 대거 이주시킴으로써 강경 대응하였고 군사적 잔혹 행위로 약 5만 명의 아체 주민이 희생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아체 주민들은 석유, 천연가스의 풍부한 부존자원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전체 평균에도 못 미치는 빈곤 상태에 허덕여오며 분리독립만이 유일한 살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집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자원 때문에라도 아체 분리독립을 반대해왔던 것이죠.

2014.07.16. Wed

Ramadan -18th day

아잔은 아랍어로어서 와라~’라고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모스크에서 각 기도 시간에 맞춰 기도문을 읽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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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캠프 시뮬레이션


200212월 수십 년의핏빛 역사의 종식을 기리는 평화 협정을 맺습니다. 세계는 환영하였고 수십 년핏빛 역사의 종식을 기리는 사람들의 가슴은 희망에 부풀었으나, 5개월도 흐르기 전에 평화 협정은 깨지고 맙니다. 뿌리 깊은 불신으로 인도네시아정부와 GAM의 협정에 따른 책임 이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힘들게 도달한 결실이 깨어진 여파는 더욱 혹독했습니다. 다시 재개된 전투로 순식간에 3,000여 명이 죽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계엄을 선포하며 긴장이 격화되었습니다.

그 이후 2004. 급작스런 재해 쓰나미로 인해 아체에서 약 13만 명이 사망하고 국제사회의 구호 물결이 밀려들면서 인도네시아와 평화협정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아체 지역이 극심한 쓰나미 후유증을 겪자 자유아체독립운동(GAM)이 전격적으로 무장 해제에 동의하고 전면적인 독립 요구를 포기하기 되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21012일 일어난 발리 폭탄 테러 이후 대대적인 대테러 작전을 펼치게 되는 가운데, 미국이 재정 지원의 조건을 내걸면서 아체 반군과의 평화협상을 종용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평화협정을 통해 약속한 주요 내용은 GAM의 정당 건설 등 정치 참여 보장, 아체 천연자원 수입의 70%를 아체에 배분, 2주 내 정치범 석방,

평화협정 국제감시위원단 구성(유럽연합, 아세안의 평화 유지군과 비무장 감시요원) 등을 담고 있습니다. 아체의 전격적인 양보와 인도네시아의 적극적인 선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아체 평화협정의 숨은 공신에는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1994년부터 6년간 대통령에 재임한 그는 1970년대에 외교관으로 아프리카 곳곳의 유혈분쟁 현장을 누벼왔고, 현재 비정부기구(NGO)인 위기관리기구(CMI)를 만들어 50여 분쟁현장에서 대화와 평화를 외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숨은 노력은 참으로 뜻깊습니다.

그렇게 2005815. 헬싱키에서 맺어진 인도네시아-아체 평화협정으로 30년간의 내전이 종식됩니다. 아체는 특별행정구역으로 남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GAM은 아체정당(정당의 이름)이 되어 아체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과거 인도네시아의 무력진압에 맞서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준 그들은 스스로 예전 모습들을 무색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권력을 잡은 후 부패해가는 GAM을 보며, 아체의 청년들은 더 이상은 그들을 믿기 어렵다는 말들을 종종 합니다. 또한, 아체사회에 배분하기로 한 부존자원에 대한 수익이 실제로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도 의문이 많아 보입니다.

아직, 군인들의 힘이 가장 강한 아체.

소소한 일상을 찾은 그들이지만, 평화를 향한 길은 아직 멀게만 느껴집니다.


CMI 홈페이지

http://www.cmi.f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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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Iksan익산과 Romi로미가 활동하고 있는 자연을 사랑하는 모임 ‘MAPALA’에서 부까 푸아사를 할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같이 동행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흔쾌히 수락을 해준 친구들 덕에 오늘 오후 일정은 아체의 청년들을 두루 만나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익산의 오토바이 뒤에 몸을 싣고 약 30분정도 이동 후 도착한 곳은 Muham­madiyah Universitas 에 있는 MAPALA 모임터 였습니다.

출입구 쪽에 ‘MY LIFE MY ADVENTURE’ 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는데, 자연으로 떠나는것을 즐겨한다는 이들의 모습을 잘 표현해 주는것 같았습니다.

모두들 모여 이야기 할 수 있는 공터 옆으로는 작은 건물이 있었고 (한국 대학의 동아리 방 정도 되는 규모) 그 안에는 MAPALA의 활동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물건들이 즐비했습니다. 오래된 Back Pak(대대로 물려받은 등산가방)들이 걸려있었고, 각종 스카프와 스티커, 로프, 포스터, 사진, 그림 등등 그리고 역대 리더였던 친구들의 사진들이 천장 가까이에 걸려 있습니다. 각종 대회에 참석해서 수상한 경력을 볼 수 있는 트로피들도 상당 수 있었고요. 모든 물건들에서 역사를 느낄 수 있어서 저는 많이 흥분한 상태로 한 참을 둘러 보았습니다. 

 

1993년도 부터 시작되었다는 이 모임은, ‘Muhammadiyah Universitas’ 한군데만 있는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전역에 있는 큰 모임이라고 합니다.

아체 내에만 13개의 MAPALA가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오늘은 라마단을 기념하여 모두들 함께 부까 푸아사를 하는 거라며, 아체 전역에 있는 MAPALA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저녁 645분경이 되자, 많은 친구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속속들이 도착을 했고,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다 같이 부까 푸아사를 시작했습니다.

미리 와준 20여명의 친구들이 이 모든 음식을 준비해 주었고, 속속들이 도착한 친구들도 먹을 것들을 싸가지고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부족함 없이 모두들 잘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 모인 친구들의 직업은 다양했습니다. 선생님, 공무원, 학생, 전문암벽등반자, 활동가, 동굴탐험가, 스노우쿨링 전문가, 포토그래퍼, 음악인, 화가, 건축인, 등등등.... 대학 졸업 이 후 자기 생업을 하면서도 이 모임 만큼은 지속적으로 참석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으나, 한결 같이 이야기하는 자연에 대한 애찬이 놀라웠고 아체 지역의 자연을 지키기 위한 실천에도 적극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3R에서도 종종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아위Awi도 이 모임의 일원이라고 합니다. 암벽등반 스패셜 리스트라는 이 친구는 이곳의 요리사로도 잘 알려진 친구입니다.

그가 ‘Aceh loen sayang’‘ I’ll come back’이라는 노래를 기타를 치며 함께 불러주었습니다. Romi로미도 곁에서 아체의 노래와사랑하는 내 동무야라는 한국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이곳에 적응해 가는 저에게 이 노래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기운을 북돋아 주더군요. Awi에게 Romi에게 정말 고마웠습니다

*

익산과 함께 돌아오는 길에는 Mesjid Raya Baiturrahman에도 들려 이샤(5기도)시간을 보내는 아체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체에서 가장 큰 모스크 : 아체는 인도네시아로 이슬람이 들어온 첫 길목에 있었고, 아체 사람들은 아체를 두고 ‘ Serambi Meka 슬람비 메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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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jid Raya Baiturrahman

 

 

3R로 돌아오는 내내 Iksan의 등을 보며 따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만치 따뜻합니다. 그리고 3R의 식구들이 생각나며 이 친구들과 아체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며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실제적인 삶의 방식을 모색해 나간다는 것.

답답하기만 한 일상이 아닌, 자신에게 정직한 일꾼이 되어 자유로운 삶을 일구어 내는 농부 같은 이들이 제 곁에 있네요.

노동이 달가워집니다. 힘들일 수 있는 일들에 환영입니다.

 

 

평화 캠프 시뮬레이션 시간을 보낸 후 몸에 힘이 없는 하루 였습니다. 목안도 아프고 입 안도 헐어버렸습니다. 오후에는 큰 일 없이 좀 쉬기로 하고, 바람이 잘 부는 3층 마루에 누워 쉬고 있었습니다.

부까 푸아사를 하기 전에 비밀경찰이 3R에 들렸습니다.

체 게바라 같은 모습을 하고 온 비밀경찰은 어제처럼 저에 대해 신원조회를 하러 왔습니다. 또다시, 저와 로미 사하자는 같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비밀경찰이 물어보는 것들에 대답해 주었습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연일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기사들로 어수선합니다. 후보가 오직 두 팀(Joko Widodo VS Prabowo)이었기 때문에 당선이 되더라도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고 미디어 마다 다른 발표들을 하는 중 당선율이 낮은 프라보워(prabowo)쪽에서 정부 차원의 발표를 미루어 달라고 하기도 하고,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선거를 다시 한다는 것은 국고 낭비이다고 말하면서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할 명분이 없다고 말합니다.

아체의 많은 사람 중에는 Probowo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점이 다소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Probowoo는 과거 아체 무력진압에 함께했던 군인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Probowoo를 지지한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하지만 대부분 청년들은 Jokowidodo를 지지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다양한 것 같습니다.

Probowoo를 지지할 수 없어서. Jokowidodo의 정치경력이 깨끗하다고 생각되기에. 서민 정치를 하고 있다고 판단되기에. 등등….

2번의 자바주 수라카르타시 시장을 연임하고, 자카르타 주지사로 활동한 경력밖에는 없는 Jokowidodo가 대선에 출마했기에 정치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아직은 신임을 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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