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와 바벨탑 (송강호)

2012.07.27 15:00

개척자들 조회 수:678

제주 해군기지와 바벨탑

제주도 남단 서귀포와 중문 사이 강장이란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높은 탑이 쌓여가고 있다. 군부와 재벌이 함께 쌓고 있는 바벨탑이다. 바벨탑이란 원래 고대 근동 설화에 나오는 땅과 하늘이 맞닿을 정도로 높이 쌓아 올린 전설적인 탑이다. 구약성경에 기록된 이 이야기는 인간이 교만하여 ‘우리가 높은 탑을 쌓아 우리의 이름을 높이고 흩어짐을 면하자’고 하였다. 그러나 이 탑의 공사는 결국 언어가 혼잡하여 서로 이해할 수 없어 파멸하게 된다. 난 이 바벨탑이야기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동형태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1.        군부의 세력 강화
해군기지는 국방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 국가안보를 위한 사업이 아니다. 이는 군부가 겉으로는 국가 안보 이데올로기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자기의 세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집단 이기주의적인 망국적 사업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현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과의 불시의 전쟁을 대비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불요불급한 기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미지의 해적들이나 가까이 있는 강대국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예상하고 지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위협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공연히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거나 군사적 대결을 할 경우 나라 전체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주해군기지가 이런 오만하고 무모한 군사주의적 모험을 위해 지어지고 있다면 이는 필경 우리나라의 안보를 극히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나는 군부의 꼼수는 그럴듯한 명분을 들어 실제로는 자기들의 권력을 더욱 더 공고히 하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해군은 물론 항만관계 전문가 대부분은 제주 남단에서 가장 적합한 해군기지 예정지를 화순으로 꼽고 있다. 그리고 강정은 일부 매수된 극소수의 주민들만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지 건설을 환영할 뿐 모든 입지 조건들로 보면 거대한 항구 건설에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항만 건설을 위해서 절대보존지역으로 보호되어왔던 자연유산들과 문화재들을 파손시켜야만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이곳에 해군기지 건설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군사전략적으로 적절치 않은 이곳이 서귀포와 중문관광단지 중앙에 위치한 노른자위 땅이고 이 아름다운 땅과 바다를 차지하는 해군기지를 세워 자신들의 권좌를 튼튼히 하여 더 잘 먹고 더 누려보겠다는 군부에 내재된 무의식적인 집단적 욕망이 끈질기게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돈에 눈이 먼 삼성과 대림같은 재벌들이 합세하여 세금을 뜯어 먹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욕심에 눈이 먼 군부와 토건업자들 그리고 이를 비호하는 경찰들에 의해 무고한 강정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폭행당하고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소중한 구럼비 바위가 무참하게 폭파당하고 있다. 해군기지사업단은 구럼비도 무가치하고 평범한 지형이라고 하며 문정현신부님을 비롯한 숫한 성직자들과 시민들이 갈비뼈가 부러지고 어금니가 부러져 나가도 ‘최소한의 물리력’으로 공사진행을 돕고 있다고 항변한다. 지금 강정마을 해군기지사업단 주변에는 인간이 없다. 단지 고깃덩어리들만이 영혼 없는 개나 소처럼 돌아다닐 뿐이다. 탐욕은 눈만 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귀도 멀게 한다. 시민들이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린 이상 이들의 요구나 항의나 주장은 아무런 내용이나 의미가 없는 소음이 되어 허공에 흩어져 버린다.
국방부와 해군이 진정으로 군사전략적인 목적을 갖고 해군기지를 세우려고 했다면 먼저 냉철한 이성으로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느 곳에 기지를 세워야 할지, 그 건설의 시작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할지 심사숙고하고 판단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5년 이상 끌어오며 600명이 넘는 주민들을 무례하게 강제 연행하여 철창에 가두고 3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을 범죄자로 처벌하고 전과자로 만들어 버린 이 잔혹한 대국민전쟁은 처음부터 없었을 것이다.

2.        바벨탑 코드
설화 속의 바벨탑은 결국 파멸했다. 성경은 하나님이 언어를 흩으셨다고 했다. 그렇게 하여 의사소통이 안되어 공사는 엉망진창이 되고 공사는 마침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 옛이야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그랏이라는 곳에는 쌓아 올리다 중단된 거대한 탑의 폐허가 남아있다. 나는 때로 이 제주해군기지를 결과적으로 중단시키는 의사소통의 혼란이 가능할까?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도대체 어떻게 성립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정부와 국방부와 해군과 삼성과 대림, 경찰과 허접한 관변단체들이 서로 소통이 안되고 서로 갈등을 겪을 수 있는 소통의 혼란은 가능할 것인가? 생각해 보곤 한다. 거기에 바벨탑처럼 강행되는 해군기지 건설사업 파멸의 코드가 숨겨져 있다고 믿어지는데 그 비밀의 열쇠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감추어진 것만은 아니다. 만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우리시대 폭력과 자본이 함께 음란하게 야합하여 쌓아가는 바벨탑이라면 그것은 반드시 파멸할 것이며 그 파멸은 의사소통의 분열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암시다. 그리고 그것은 한 단어에서부터 시작될 것이고 이미 이 균열의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 한 단어가 바로 이 해군기지 건설사업의 이름이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이름은 무시무시한 군사기지를 교활하게 숨기는 거짓이름이다. 이 거짓말이 이미 국방부와 제주도 사이의 소통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갈등을 일으키는 언어들은 도처에서 더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결국 이는 지금 해군과 제주도정이 갈등을 겪고 있듯이 국무총리와 국방부, 해군과 국회, 제주도정과 삼성, 경찰과 해녀들 간의 불통과 갈등으로 번져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3.        등대인가 암초인가?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우리시대에 파멸할 바벨탑이다. 이는 정의와 평화를 향해 나가야 할 우리 민족사의 암초가 될 것이다. 우리 역사는 지배계층이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기 위해 당리당략을 일삼아 온 까닭에 나라가 식민지가 되기도 했고 지금도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군부와 재벌들이 똘똘 뭉쳐 국가의 세금을 빨아들여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려는 탐욕스런 이권사업이다. 그리고 이 탐욕스런 승냥이들의 배후에는 실제 이 기지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있는 사자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미국이다. 미국이야말로 이 기지를 사용하여 중국을 포위하려는 진정한 기지의 주인이 될 것이고 또 다시 우리 민족은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 속에서 희생양이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헤아려 이 위험한 사업을 막아내지 않는다면 안타깝게도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 민족이 끊임없이 당해 왔던 이런 비극적인 희생의 역사를 또 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미래의 평화를 위한 등대가 아니다. 이것은 암초다. 안전한 포구를 찾아 드는 뱃사람들의 안내자가 될 등대라면 수만 년 강정 바다를 지켜왔던 구럼비 바위부터 부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럼비야 말로 전쟁을 위한 군항이 놓일 자리가 아니라 희망을 비춰줄 등대가 놓일 자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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