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줄을 알자 (송강호)

2012.09.10 10:11

개척자들 조회 수:1077

위대한 왕 세종이 왕의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 자리를 비워주는 결단을 내렸어야만 했다. 그 위대한 결정의 주인공은 우리가 흔히 한량으로 기억하는 양녕군 이었다. 누군들 왕의 존엄과 영화와 권능을 탐내지 않을 자 있겠는가 마는 그는 분별력과 판단력 그리고 자제력이 있었던 게다. 그는 자신이 앉아서는 안될 자리를 피하는 겸손함뿐 아니라 그 자리를 탐하는 권력욕에 도취된 무능한자들의 딴지를 걸어 마땅히 그 시대에 왕이 되었어야 할 동생 충녕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지도자의 자리는 그렇게 차지해야 할 사람과 양보할 뿐 아니라 그 원래의 주인이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욕심 없는 현인들의 공동의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기 자신 만이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강변을 하는 대선후보자들을 지켜보며 꼴불견 이라고 느끼는 것이 비단 나뿐일까?
고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여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는 과정을 씁쓸히 지켜보며 아직도 개발독재와 유신의 망령에 홀린 채 역사의 퇴행을 재촉하는 가엾은 국민들에 대한 분노와 연민을 느낀다. 부친의 수치를 더 이상 들추어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분은 부친의 공과를 다 가슴에 품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떠나 주셔야 할 분인데 집착이 발목을 잡는 것이리라. 욕심을 버리면 보이는 것이 있고 탐심을 버리면 결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플라톤이 정치가는 철인(哲人)이 해야 한다고 했는데 꼭 철학자는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철학(哲學)과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 지도자로 추앙 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철학이 없는 지도자는 시류에 편승하고 인기에 영합하기 때문에 진로에 일관성도 없고 고상한 가치추구에 대한 천착도 원대한 미래에 대한 전망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권 말기 들어 우왕좌왕하고 있는 이명박대통령에게서 자신의 성공에 대한 과도한 확신을 갖고 고집스러우리만치 국민의 소리를 무시해온 비민주주의적인 군주의 비참한 추락을 보게 된다.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국민의 탐심을 자극하여 국민소득 4만 불의 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7대 강국 진입, 7% 경제 성장률을 공언했지만 그 결과들을 모두 거의 반도 이루지 못했으나 모두 세계 경제 불황 만을 탓할 뿐 자책과 사과는 없다. 수치를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그로부터 도망치려고만 하는 것일까? 나는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 염치라고 생각한다. 수치를 모르는 뻔뻔스런 지도자를 존경하고 따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의 면면에서 염치없는 자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는 것이 비단 나 뿐일까?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대회에서 박근혜 후보 이외의 모든 후보들은 자신들이 얼마만큼의 지지를 얻을 것인지도 가늠하지 못하고 판단력이 모자라는 분들이었고 자신이 역사의 무대에 나서야 할 지 말아야 할 지를 분별하지 못하는 박근혜씨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것을 보며 다시금 왜 정당인들은 수치를 모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이 일반시민들이 정당자체를 혐오하게 되는 이유는 아닐까? 그리고 이런 혐오감의 대척점에서 안철수씨가 부름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그 분이 대통령이 될 경우 일천한 정치 경험으로 인해 국익에 손실을 가져오는 실수를 할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우리나라를 보다 공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보다 미래 지향적인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점이다. 그것은 그가 그의 말이 아니라 그의 삶으로 우리에게 증명해주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희망적인 양지에 그늘들이 있다. 어떻게 정의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가진 자들을 화합시키고 과거에 파묻힌 국민의 의식과 통한을 청산하고 정리하여 함께 끌어안고 미래를 향해 나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가 비록 실패한다 할 지라도 그런 정의로운 미래를 향해 나갈 꿈조차 꾸지 못하고 지도자들 보다는 백배 나은 것이 아닐까. 최소한 우리는 실패한 지도자라 할지라도 존경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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