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복무에 대하여 (송강호)

2012.07.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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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비무장 평화의 섬으로 공표한다는 것은 모든 군부대들의 퇴출뿐 아니라 모든 군복무를 철폐하고 평화복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군복무를 국가의 방어를 위해서 뿐 아니라 국력이 강해지면 국가의 이익을 위한 침략전쟁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국가는 권력이나 부를 갖고 있는 자들을 지키기 위해서 군대를 모집하고 이들의 이해 관계 때문에 전쟁을 수행한다. 옛날에는 그나마 전쟁에서 승리했을 경우 사병들도 적국의 재물을 약탈하거나 젊은이들을 노예로 부리고 여성들을 강탈하여 개인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었으나 오늘날 전쟁은 오직 가진 자들을 위한 희생이고 소모다.
국가는 이런 가진 자들의 탐욕을 위한 무의미한 희생을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성화시키고 미화 포장한다. 우리는 탐욕스런 국가 이기주의의 희생물인 군복무제도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봉사하는 새로운 의무복무로 대체하여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의무가 아니라 이 지구상에 인류의 일원으로 태어난 한 인간으로서의 거룩하고 의미심장한 봉사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말하려고 하는 평화복무다. 애국이란 미명하에 탐욕스런 국가의 이기주의를 위해 야만적인 싸움을 하는 것을 국민의 의무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인류의 생존과 세계의 평화를 위한 복무로 군복무를 대신해야 한다. 정의와 평화, 생명과 자유와 같은 영구적이고도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평화복무를 제안한다. 제주도가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제주도에서 군복무를 폐기하고 평화복무를 도입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평화복무는 119 구조대 활동, 범죄를 예방하거나 범죄자들을 색출, 체포하는 경찰 업무, 해상 경비활동, 난민지원활동, 산림이나 바다 생태계, 곶자왈 수자원 보호 등 환경 보호 업무, 장애인 시설이나 요양시설에서의 간병활동, 응급구조 및 긴급환자 수송업무 등 사회적으로 상시 발생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난으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봉사업무다. 그 기간은 군복무기간과 최소한 같아야 하며 남성들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동등하게 복무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군복무는 성차별의 대표적인 사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군복무에 대한 여성들의 면제특권은 이후에 사회 속에서 다시 여성들에 대한 지속적인 성차별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병무청에 준하는 평화업무를 맡을 행정부서를 만들고 신체검사와, 적성검사 등을 실시하여 지원자가 특정 업무 수행을 위해 적합한지의 여부를 판정해야 하며, 가능한 한 지원자의 소원에 따라 업무를 분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평화복무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오랜 희망이었던 대체 복무의 길도 열어나갈 수 있다. 만일 제주도가 군복무를 폐지하고 평화복무제도를 도입할 경우 적지 않은 청년들이 제주도로 이주할 것이다. 또한 어떤 형태의 국가적인 복무도 거부하여 젊은 시절 1년 반 동안 감옥에 갇혀야만 하는 여호와의 증인들에게도 자신들의 신앙과 양심에 거리끼지 않는 국민적 복무의 길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복무는 여성들에게도 균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여성들 가운데에는 평화복무의 취지에 대해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군복무에서 당연히 면제되어 왔던 여성들의 의무복무에 대해 저항하거나 반발할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평화복무가 양성평등의 원칙에 입각해 있음을 홍보하여 지금까지 누렸던 부당한 특권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평화복무자들에 대한 일반 훈련은 군복무자들의 신병훈련의 엄격성과 난이도에 준해서 시행하도록 하되 일체의 군사문화를 배제하고 명령과 복종의 관계가 아니라 철저한 민주주의적 절차와 팀워크 훈련을 중심으로 시행해야 한다. 평화복무에는 해외의 분쟁과 재난지역에서의 난민지원, 구호사업, 개발지원 등의 업무도 포함하여 다양한 국제적인 반전 평화활동과 개발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열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국방의 의무에 대한 고정된 관념을 버려야 한다. 우리의 나라를 가장 위태롭게 만드는 적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는 탐욕과 불의라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 내야하고, 이 우리 안에 있는 악과의 싸움에서 먼저 우리를 건져야 한다. 총과 무기는 이 싸움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이 전쟁의 진정한 무기는 진실과 사랑이다. 이를 추구하는 불굴의 의지가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힘이다. 굳이 총과 무기를 들고 국경선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젊은이들은 육지로 보내자. 서부전선, 동부전선에서 이들을 필요로 할 군부대들은 수없이 많다. 어떤 이는 평화복무를 허용하면 누가 군복무를 하고 누가 나라를 지키겠느냐고 묻는다. 나는 이 세상을 폭력을 구원의 힘으로 신봉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지금도 힘들고 고단한 해병대나 특전사에는 지원자들이 경쟁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도 이런 현실을 증거해 준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그렇게 이끌어 가는 서로 다른 가치들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타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군복무는 가장 비인도적이고 폭력적이다. 또한 국가는 자기 나라를 자발적으로 지킬 필요와 가치가 있음을 국민들에게 역설해야 한다. 만일 그럴 능력이 없거나 스스로 지킬만한 가치가 없는 나라라면 사라져야 자연스러운 것이다. 누구도 조선왕조나 북한의 독재국가를 지키기 위해 군복무를 하려는 대한민국국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국민이 지킬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방법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후쿠야마 원전이 녹아 내릴 때 총을 든 지위대원들이 허둥지둥 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진정으로 이 시대에 이 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이 누군가? 내게는 강정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는 여러분의 자랑스런 모습이 눈 앞을 가린다. 여러분들이야 말로 아직 미처 법제화 되지 않은 평화복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평화복무를 통해서 젊은 제주도를 만들자. 다양한 복무들로 아름답게 역동적으로 움직여 나갈 제주도의 미래를 꿈꾸자. 전국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제주로 몰려들 것이다. 단지 군복무가 힘들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젊음을 더 의미 있고 소중한 일에 바치기 위해서다. 군대에서 더 이상 썩지 않기 위해서다. 빛나는 생애를 위해서 제주도를 찾아올 젊은이들을 맞이하자. 바다를 건너, 구름을 넘어 수많은 평화의 일꾼들이 제주도로 오는 꿈을 꾸며 설레는 마음으로 평화복무를 마음에 새긴다. 평.화.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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