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16758


2013년 10월 8일, 제주지방법원은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던 스물두 살 여성 김은혜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하였다. 사건 발생 시기는 1년 전이었다. 김씨는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경찰이 주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을 촬영하는 중에, 여경 5명에 의해 사지와 머리가 붙들려 땅바닥에 짓눌러졌다. 그 후 여경 1명이 '짓눌린 상태의 김씨에게 맞아 전치 12주 상해를 당했다'는 이유로 김씨를 고소했다.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폭행 증거를 찾을 수 없었으며, 목격자 진술도 엇갈렸으나, 판사는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였다. 이 사건을 그림일기로 기록한 강정마을 '재인'의 일기와 함께, 재판관에게 던지는 질문을 차라투스투라의 말을 빌려 전한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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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에 사는 재인의 일기장에서
ⓒ 이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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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재판관들이여, 그대들은 편견으로가 아니라 공정함으로 판결해야 한다. 그대가 행한 모든 일을 사람들 앞에 말했을 때, 다들 이렇게 소리치지 않게 하라.

"아아, 어처구니없는 자 같으니라고!"

어떤 기준이 창백한 사람을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는가. 피와 진실과 비명이 비둘기로 변해서 묻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지라.

김군(김은혜의 별명)은 스물두 살 된 젊은 딸. 그가 평화를 길벗 삼아 제주도를 여행하던 2012년 3월. 강정마을은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는 참혹을 겪고 있었다. PVC 파이프를 끼고 화약 운반을 막는 처녀들 팔을 향해 위협적으로 전기톱을 가동하는 경찰도 있었다. 그때 우리는 말했다, "부끄럽구나".

이 공사는 애초에 해군기지로 승인되지 않았다. 언필칭 15만 톤급 크루즈선이 입항할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허가를 받았다. 기밀로 가득한 군사기지에 전 세계 장삼이사가 드나든다는 뜻이었다. 중국을 방어하는 해군기지에 적국으로 간주될 중국의 관광객을 실은 배가 들어온다는 뜻이었다.

재판관들이여 위법과 죄의 원천을 통찰하라. 이 공사의 계약서가 이중으로 작성되었고, 알고 보니 크루즈선이 들어올 수 없는 설계도임이 드러난 지 오래된 시점이었다. 의도적인 설계 오류가 발각되었음에도 지속되는 공사는 불법이었다.

합법과 절대 권력 사이에 언어의 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국회는 '잠시 멈춤'을 지시했으나 정부와 해군은 '무시하고 강행'했다. 권력자가 불법을 원할 때 그들의 호위병들은 신성을 외친다.

"이 대지 위에 국책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 우리는 질서를 부여하는 신의 손가락이다."

주민과 사제와 수녀와 평화시민들은 매일 기지 공사장 앞에 앉아 법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수백만 시민들이 각처에서 지켜보았으나, 그들은 무시되고 부정되고 고착되고 내동댕이쳐지고 채증되고 연행되었다. 흥겨운 심술궂음으로 가득 찬 권력은 막강한 숲과 같았다.

엎어진 사람에게 맞아 다리가 부러졌다는 경찰... 이걸 믿으란 건가

김군의 여행은 강정에서 멈춰졌다. 그는 자연과 사람이 유린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김군은 강정에 남기로 했다.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8월,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드리던 중 경찰에 의해 성체가 훼손되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 김군은 날마다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공사장을 막지도, 경찰과 다투지도 않았다. 오로지, 사진을 찍었다.

묵묵한 현장 촬영, 그것은 위대한 경멸이었다. 1년 동안 김군이 찍은 사진은 불법 집행과 인권 유린을 증명해주었다. 업무방해나 공무집행방해를 다투는 재판에서, 성실한 증거가 되어주었다.

사건 당일도 김군은 아침부터 휴대폰으로 현장을 촬영하였다. 오후 5시가 되자 배터리가 떨어졌고, 김군은 연좌 중인 주민들 옆에 앉았다. 불법 요인을 안은 채 진행되는 국책사업에 대한 시민불복종의 연좌. 이에 대한 공적 폭력 앞에서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들은 급류가 흐르는 강가의 난간이다. 난간에 기대는 자 떨어져 내릴 것이다. 급류 흐르는 강이 무서운 까닭은 그 난간이 허약하기 때문이로다. 그들은 우리 지팡이가 아니로다."

여경 다섯 명이 사진 찍던 처녀를 도살될 양처럼 땅바닥에 엎어놓고 짓눌러서는 안 되었다.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말했다.

"'제복'이 하는 일이면 위헌도 신성하다고 말하는가?"
  
팔이 기역자로 꺾여 땅바닥에 눌린 채 버둥거리던 김군에게 얻어맞았다는 경찰은, 전치 2주 진단을 제주에서 받았으나 다음 날 서울에 올라가 12주 진단서를 받아 제출하였다. 물론 이것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엎어진 사람에게 맞아 다리가 부러지는 허약한 경찰이라니!  

존경받을 재판관이여, 모든 질문은 본문 속에 있다. 우리 질문 역시 그대의 혼잣말과 판결문 속에 있다.

폭행한 증거가 없으나 정황상 그럴 수 있다. 피해 여경과  목격자 여경의 진술이 엇갈리나 1년이 지난 일이라 기억이 안 날 수 있다. 전치 12주로 피해 정도가 심하다. 그러므로 징역 8월에 처한다.

"증거는 없으나 정황상 그럴 수 있다"... 이건 부조리극의 대사다

우리에게 전해진 이 판결문은 사실이 아니어야 한다. 이것은 심한 구역질과 창백한 공포를 유발하는 어떤 부조리극의 대사와 같다. 땅바닥에 눈코입을 짓눌리던 처녀가 법정 구속될 때 그들은 혹시 웃었는가? 그들의 승리를 관객모독의 배경으로 삼으며 우리는 질문한다.  

1. 경찰 5명에게 짓눌려 엎어진 김군에게 전치 12주 상해를 당하는 정황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상황이 재현되었는가.  

2. 엑스레이 사진 한 장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하여 김군에 의한 12주 상해를 판단하는가.

3.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많은 사진과 동영상 중 절룩거리거나 기절한 경찰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 채증 기록에도 없는 상해를 왜 사실로 인정하는가.

4. 원고 진술과 동료 여경의 증언이 엇갈리는 것을 1년이라는 시간 탓으로 돌리고 무시해도 좋은가?  

5. 김군의 사진 촬영을 업무방해로 기소한 별도 사건에서 검찰이 주장한 '업무방해에 본질적 기여를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부분에 대해 법원은 '혐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에 의거하여 경찰의 불법 행동을 판단하라. "김군의 당시 상황이 폭력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할 만큼 시급하고 위험한 일이었는가?"

6. 정부기구나 공권력을 가진 쪽이 원고일 경우에 재판관은 '약자보호'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 원칙은 충분히 고려되었는가.

제주도는 바람이 많은 곳이다. 역사 또한 바람이 아닌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존경받을 재판관이여 바람을 향해 침을 뱉지 않도록 하라."

차라투스트라는 또 말했다. '무엇이 선인가?' 라고 물었을 때 어린 소녀들이 이렇게 대답하게 하라. '귀여운 동시에 감동을 주는 것이 선이다.' 서귀포 강정마을에 사는 어린 새들과 꽃들과 소녀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김군은 선이다. 김군은 귀엽고 감동을 주는 스물두 살 평화주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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