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06977.html


등록 : 2013.10.14 18:49

스물두살의 그녀가 8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는 소식을 지난주에 들었다. ‘상해’라는 죄목이 덧붙어 기소되었다고 했다. 처음에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상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녀를 안다. 앳되고 해맑은 아이. 평범하고 성실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그녀는 성인이 된 스무살에 앞날이 뻔한 대학 진학이 아니라 더 의미 있는 삶을 찾아 인도로 가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왔다. 자원봉사를 잘 마친 스스로에게 선물한 것이 제주 여행이었다. 그땐 해군기지에 대해 전혀 몰랐다. 구럼비가 발파될 즈음 강정마을에 들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당하고 있는 부당한 고통을 생생하게 목도했다. 평생 살아온 고향 땅에서 내동댕이쳐진 주민들이 흘리는 뼈아픈 눈물이 그녀를 강정마을에 머물게 했다. 미약한 힘이나마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는 여행자에서 강정 지킴이가 되었다. 주민이든 지킴이든 경찰이든 용역이든 그 누구도 폭력으로 다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던 그녀. 정확한 증거도 없고 앞뒤가 안 맞아 증언으로서의 효력이 없는 경찰 쪽 증언에도 그녀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감옥에 갇혀야 하는 이 억울함을 어떻게 해야 하나.

10월8일 그날, 그녀와 함께 법정 구속된 사람이 또 한명 있다. 72살 강정 주민. 어릴 적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구럼비를 빼앗기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이다. 복용중인 약만 네가지일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데 뇌경색으로 투병중인 부인을 돌보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 이전에는 마치 마을에 없는 것처럼 조용히 살던 분이라 한다. 그런데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는 것을 본 이후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시작하셨다. 고향을 빼앗긴 채 심신이 병들어가던 노인을 해군은 몇번이나 법정에 세우더니 결국 법원은 실형 6개월을 선고했다. 마을 주민이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스물두살 일반인과 고령의 주민이 법정에서 덜컥 구속되어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이 날아든 순간,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절규가 내 심장을 두들겼다. “내가 나를 위해 살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를 위해 대신 살아줄 것인가? 내가 또한 나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과연 나의 존재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길이 아니면 어쩌란 말인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프리모 레비의 절규와 “나는 결코 엄마한테 부끄럽지 않다”고 울먹이는 스물두살 그녀가 함께 떠올랐다.

언론은 이제 강정마을을 잊고 싶어한다. 대책도 없는데 떠올리면 불편하기만 하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강정마을은 저기, 저렇게, 있다! 현재진행형의 고통으로 지금, 여기, 이렇게, 있다! 잊고 싶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주민들과 강정 지킴이들이 공사장 정문에서 매일 당하는 ‘고착(일시적 체포) 현장’을 여러번 지켜본 적이 있다. 경찰은 공사장 출입구에 앉아 있는 사람을 인해전술로 완전히 감금해버린다. 기본적으로 한사람당 6~8명의 경찰이 달라붙어 완전히 포위해 들어 옮긴다. 이 과정에서 지킴이들은 팔다리가 꺾이고 비틀린 채 포박당해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옷이 벗겨지거나 찢기기도 한다. 이런 ‘고착’이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는데, 6~8명의 경찰에게 사지가 완전히 붙들려 제압된 상태에서 발로 가격해 전치 12주 상해를 입히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몇달 전부터 해군이 용역 대신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민들을 공사장 문 앞에 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등골이 오싹했다. 얼마 전에는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제주도민으로부터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 주민들이 연거푸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제주도민이 제주도민과 대치하게 만들어놓고 해군은 짐짓 뒤로 물러나 어슬렁거린다. 이토록 비인간적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밖에 없다. 부디 강정마을을 잊지 말아 주시길! 제주에 오는 여행자들은 한번쯤 강정마을에 들러 주시길!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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