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of Haiti : Santiago 8호

지난번 사진을 보고 아무도 절 못알아보고 너무 걱정들을 많이 하셔서 최근의 회복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허허허.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김조남 과장님, 대한적십자 김재율 선생님, 기아대책 김중원 간사, 도미니카공화국 한국대사관 이언우 영사님, 이철희 선교사님, 기아대책 하경화 긴급구호팀장, 그리고 Santiago 송준권, 기아대책 김현석 간사, 대한적십자 나종권 선생님입니다.

캠프에서 만난 청년 : The Frontiers 장윤덕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과 느낌을 기반으로 썼습니다. 그래서 세세한 내용과 설명이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만남

대한민국 1차, 2차 긴급구호팀이 활동을 마치고 귀국을 하고나서 캠프에 NGO 단체를 받기 시작할 무렵입니다. 캠프 현지인력원 한명이 와서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으니 가보라고합니다.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 일본인 혹은 미국교포라고 생각될 만한 얼굴을 하고있습니다. 영어로 서로 한참 자기소개를 하다가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한국에서 왔다고 합니다. 국적이 어디냐고 물으니 한국이라고 합니다. 한국어 할줄 아냐고 물으니 화들짝 놀라면 한국말로 대답합니다. 아마 그 친구도 제가 한국사람같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괴상한 활동

다른 NGO들은 단체로 와서 자동차도 빌리고 현지 코디네이터에 통역까지 구해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데, 이 친구는 아침에 혼자 캠프를 걸어서 나갑니다. 하루 종일 어디를 다녀왔는지 땀에 젖어서 또 걸어서 캠프로 들어옵니다. 어떤 때는 제가 바짝 죄어놓은 현지경비업체 직원에 걸려서 캠프에 못들어와서 전화를 걸어와 문을 열어준 적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뭘 했냐고 물으니 걸어서 캠프주변을 다녔다고 합니다. 걷다가 현지 주민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 사람 집에도 다녀왔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taptap이라고 부르는 화려한 치장을 한 대중교통을 타고 도시의 다른 지역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고 생각해서 안전수칙같은걸 생각나는데로 일러주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날은 다른 NGO에 가서 활동을 도와주고 왔다고 합니다. 원래 뭘 하다가 왔냐고 물으니 응급구조학과 학생이랍니다. 그래서 다른 NGO 의료캠프에 가서 활동을 도와주면서 다른 단체의 활동을 몸소 느끼고 왔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해도 안되고 들어본적도 없는 활동을 합니다.

기아대책본부 1차 의료단이 빠지고 2차팀이 오기전에 캠프에 텐트와 장비들이 남아있게 되었는데 그걸 지켜주면서 그 텐트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그러니 텐트도 안가져 온겁니다. 도미니카공화국 한국대사관 대사님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준비가 된 사람만 와야한다는 개념에 반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있는듯 없는듯 존재감이 별로 없는데다가 주위사람에게 전혀 폐를 끼치는 법이 없습니다. 흠.. 요상한 청년입니다.

청년의 고민

솔직히 말하면 모든 NGO는 사람과 돈을 싸들고 와서 하는 활동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첫 고민은 '왜 날 혼자 이곳에 보냈을까?'였습니다. 그 다음의 고민은 아이티 사람들이 정말 필요한게 뭘까라더군요. 한동안 발로, taptap으로, 오토바이택시로 도시 곳곳에 설치된 난민캠프를 돌아다니더니, 며칠전에 그간에 본 마을가운데 지진의 진앙지인 레오간(Leogane)의 한 난민촌으로 혼자 들어가 현지 난민들과 같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떠나기 전의 고민은 파견되면서 책정된 활동비를 언제 어떻게 쓰느냐는 고민을 하게되었답니다. Leogane은 우리 한국의 PKO 부대가 주둔하게될 바로 그 지역입니다. 내일 PKO 2차 선발대가 그곳으로 가게 되는데 기회가 되면 만나보고 오려고 합니다.

모든이의 관심대상

캠프에는 가끔 NGO를 따라서 혹은 개별적으로 기자와 PD들이 취재활동을 오곤했습니다. 여행프로그램 가운데 제가 제일 좋아해서 늘 즐겨보는 EBS '세계테마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공작소'라는 프로덕션이 있는데요, 그 회사의 윤재완 PD가 봉사활동가들의 생활을 테마로 1주일 일정으로 우리 캠프를 찾아왔었습니다. The Frontiers의 괴상한 청년을 발견하고는 궁금증이 발동해 하루동안 취재를 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이 청년은 고민을 잠시하더니 정중히 거절했다고 합니다.

SBS인가 KBS인가 미국 특파원으로 활동하시던 분이 또 저희 캠프에 왔었는데 이 청년을 보더니 아주 골때리는 매력덩어리라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한 이틀인가 지켜보더니 보도용 기사대상으로는 좀 성격이 안맞는다고 했던가 그랬습니다.

기아대책본부의 간사들, 굿네이버스의 간사들이 애지중지했다는 소리도 있었고... 여하튼... 물론 저도 아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청년이었습니다. 캠프의 야외 테이블 Cafe Cite Soleil가 정취를 절정으로 발하고 있을 즈음, 여러 NGO 간사들과 더불어 커피를 끓여마셔가면서 각자의 보고서를 작성하며 많은 대화를 나눌 때에야 이 청년과 제대로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 이전에는 바쁘기도 했고 혼자 위험하게 다니는듯해서 조금 걱정어린 시선으로만 봐왔던게 사실입니다. 대화를 나눠보고서야 점점 이해가 되는 그런 청년입니다.

현지밀착형 활동

이 친구, 이전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도 현지 주민들과 함께 생활을 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지진이 난 난민촌에 혼자 들어가 마을 주민들과 부대끼면서 살아내겠다고 떠났습니다. 지난밤 밤새 추적추적 때로는 주룩주룩 비가 내렸습니다. 비소리에 두번인가 잠에서 깨었는데요 이 친구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오후에 전화를 해봤더니 마을 사람들이 천막을 잘 만들어줘서 비에 안젖고 밤을 잘 보냈다고 합니다. 마침 내일 그곳에 갈 일이 있어 한번 보자고 했더니 허허허 웃으면서 자랑기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자기 천막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합니다.

구호활동의 빈자리

이번 아이티 지진참사 이후 많은 국가의 정부와 국제기구, 국제 NGO, 국내 NGO, 개별 활동가들이 활발하게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떤 단체는 의료활동을, 또 다른 단체는 물, 백신접종, 텐트, 여성성폭력, 고아문제, 전염병 등등 수많은 분야에 대해 지역을 나누어서 감동깊은 활동들을 하고있습니다. 이곳까지 올 수는 없지만 마음을 내어 성금으로 먼땅에서 지원을 더하는 사람들도 수백만 수천만명이 되지 않을까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활동과 관심에도 빈자리가 있습니다. 지역적으로도 빈자리가 있고, 눈에 뜨이지 않는 빈자리도 있고, 피해가 미미한 부분에 대한 빈자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짝 다가가서 바로보고 관찰하지 못해 생기는 빈자리도 있습니다. 이러한 빈자리는 전체적인 구호활동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덜한 경우도 있고 너무 개별적이어서 효과면에서도 후순위로 밀리거나 전혀 도움의 손길을 못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구호단체들이 우려하는 바도 바로 이런 것인데 빈자리와 더불어 활동이 중복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빈자리를 찾아내 밝혀주고 짚어주는 활동은 바로 이런 밀착형 활동을 통해서만 발견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며칠전 그 청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는 왜 자신의 단체가 자신을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혼자 아무런 정보도 없는 곳으로 보냈을까가 이해가 된다고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다른 단체에 규모면에서 비할바는 못되지만 자신의 활동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실현이 되어야할지 이제야 조금 감을 잡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농담삼아 청년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늘 하루 이 캠프 대신지켜주고 내가 대신 돌아다녀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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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젋은이여 도전하라' 클럽에 현민 오빠가 올려 놓으신 글입니다.  개척자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이런 글이 돌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작년부터 꽤나 조용해진 클럽이 아직 활성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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