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 난 항상 50점이었다"
 개척자들 송강호 씨, 강정마을 평화운동 동참 호소
2011년 06월 26일 (일) 21:20:13 정인곤

하나님나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는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을 펼쳐 온 평화 운동가 송강호 씨(개척자들)의 고민이다. 그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을 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6월 25일 저녁 기독 청년들과 나누었다. 이 자리는 홍대 앞 찻집 커피바인과 개척자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다음은 송강호 씨의 강연 요약이다.


정의와 평화와 기쁨의 하나님나라를 생각하면 거의 본능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것을 하게 되면 범법자가 됩니다. 처음 강정마을로 갈 때 아들이 저한테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아빠, 아빠가 하는 일 다 이해하는데, <아리랑>이라는 책을 보니까 아빠와 비슷한 사람이 나와요. 그 사람이 어떻게 싸웠는지 책을 읽고 생각을 더 깊게 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리랑>을 들고 제주도에 갔습니다. 책을 읽어 보니까 아들이 하고자 했던 말은 옳은 일을 하더라도 가능하면 처벌을 받지 않고 뜻을 이루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불법이라는 딱지를 받지 않고 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정말 어렵습니다. 공사 트럭을 막아서거나 바다에서 크레인을 막다 보면 업무 방해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공사가 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처벌을 받지 않고 평화운동을 한다면 그것은 100점이지만, 처벌을 받게 되면 50점밖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50점이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골똘히 고민하지만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저 또한 그 부분에 미련이 남습니다.

제가 강정마을에 하고자 했던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구럼비에서 하루 세 번 기도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찬성과 반대를 떠나 강정마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해 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강정에 가면 중덕이 아빠라고 불리는 김종환 씨와 자신을 고장난 이라고 일컫는 고종인 씨가 있습니다. "우리 동네가 예전에는 열심히 싸웠는데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밤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정의가 불의 앞에 굴복하는 것을 봤습니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불법에 대해서 불법이라고 말하는 용기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희망이 끊어진 절망의 순간에 하나님의 정의는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강정마을 사람들이 의분을 회복하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강정마을 사람들이 깊은 패배 의식에서 조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지 않은 인원이지만 해군과 삼성과 대림에 대응하여 싸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가장 지독하고 가장 철저한 집단입니다. 제가 평생 싸워 본 상대 중 가장 강적입니다. 저는 이길 것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 이 싸움의 승패는 하나님께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자기 최면을 걸듯이, 제 자신에게 암시를 하듯이 '이길 수 있을 것이다'고 하지 않습니다. 이길 싸움은 하고 질 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하나님이 정의의 편이라고 믿음으로 오늘까지 살아왔습니다.

오늘날 십자가는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것이고 재산이 압수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과 신념을 지키려고 하면 재산상의 손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자본주의 시대에 져야 할 십자가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초연하지 않는다면 오늘날 십자가를 지고 사는 신앙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저한테는 이미 3,000만 원 이상 벌금이 부과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벌금이 30억 이상이 되더라도 평화운동을 지속할 것입니다.

해군은 지금 당장은 폭력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그 안에 들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들어가고자 하는 우리들을 총으로 죽일 수도 있습니다. 군대는 본질적으로 무시무시한 집단입니다. 지금은 호미로 막을 수 있습니다. 아직 해군이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곧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그게 두렵습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더라도 저는 절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당하게 땅을 빼앗아 전쟁 기지를 건설했다고 해군 사령관에게든 대통령에게든 외칠 것입니다. 누군가 이 말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이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면 제가 그것을 응원할 것이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제가 그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현재 강정마을에서의 평화 활동은 주로 해상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주도 화순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시멘트 구조물이 강정 앞바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특히 조립식 부두인 케이슨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그게 고심거리입니다. 제주도 강정마을에 오셔서 평화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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