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일] 아이티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0.08.03 09:49

개척자들 조회 수: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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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목요일, 온 밀리예 난민촌 주민들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윤덕이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그 동안 마을 사람들은 매일같이 윤덕이가 몇 일 날 올 것인지 귀찮을 정도로 자주 물어오곤 했습니다. 밀리예 마을 지도자들은 이미 우리보다도 먼저 공항까지 마중나갈 사람을 확정하고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연착된 비행으로 늦게 도착한 윤덕이를 데리고 밀리예에 도착한 때는 이미 어두운 저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천막 주변에서 윤덕이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 집 저 집으로 윤덕이를 끌고 다니면서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나누었습니다. 지진이 나자마자 그 힘들고 어려운 시절에 낯선 나라에서 찾아와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이들의 아픔에 동참했던 윤덕이를 마을 사람들은 자기 가족처럼 반갑고 따뜻하게 맞이했습니다.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되어 한낮에도 약간의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맡겨진 일들을 열심히 수행해 주는 윤덕이가 고맙고도 안쓰럽습니다.

2차팀은 현재 GAP와의 사귐과 협력의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GAP는 미전도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일과 북미지역 청년들의 선교 동참을 격려하는 일을 하고 있는 단체로, 아이티에서 구호활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개척자들의 구호활동 방향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가 현지인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난민촌에 들어가 사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GAP의 스탭이나 단기 선교팀들도 난민촌 생활을 필수 과정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청년들을 우리가 있는 난민촌으로 파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GAP를 통해 토론토의 한인교회 청년들 8명이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청년들을 손님으로 초대한 어린이들의 도시는 더욱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불을 피우고 밥을 올릴 때쯤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천둥과 번개가 심하게 쳐서 모두 천막 안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곁에 있는 천막으로 모두 피하였지만 천막이 너무 많은 쇠로 지어져 낙뢰의 위협을 느끼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하였으나, 아이들은 오로지 밥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고 모두 꿋꿋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어둡고 북적거리는 천막 안에서 큰 여자 아이들은 밥을 짓고 팀에 속해 있는 외국인 손님에게 가장 먼저 밥을 떠 대접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고맙고 대견스러웠습니다. 때마침 잠깐 약해진 비로 아이들은 고기반찬을 얹은 밥을 먹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늘 같은 밥에 같은 반찬인데도 불평은커녕 배불리 먹고 뿌듯해 하며 감사하다는 이 아이들로 인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보람과 의미가 커져 가는 것 같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려도 비를 피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진행해서 참 미안한데, 그래도 기꺼이 자기 밥을 떠 맛 보여 주려는 아이들의 손길이 우리의 마음을 배부르게 합니다.

캐나다에서 온 한인 청년들은 비로 인해 몹시 혼란했던 어린이들의 도시를 다행히 잘 마치고 비 내리는 을씨년스런 난민촌에서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코를 골며 잠에 떨어진 청년들도 있었지만 어떤 청년들은 잠을 안 자고 밤새 뜬 눈으로 지새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의 안락한 생활에 익숙해진 청년들이 이런 열악한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였을는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난민촌을 단기선교팀의 훈련 장소로 활용하려는 GAP의 의지가 개척자들의 정신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GAP를 이끄는 이동렬 선교사님이 2003년 경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역한 경험이 있으셔서 현장 중심적인 사역에 애착을 갖고 계신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GAP를 통해 어린이들의 도시때 필요한 쌀과 음료, 구충제와 어린이 비타민을 지원받았습니다. 구충제의 경우, 일단은 다른 방법이 없어 무조건 가방에 담아 각 집을 방문해 가족 구성원과 나이를 확인하고 인원수와 나이에 맞게 약을 나누어 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하는 상태에서 구충제에 대한 설명과 가족 인원을 확인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마침 여자 아이 몇 명이 함께 동행해 주어 이틀 동안 70가구 정도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남아 있는 가정이 더 많지만 다른 프로그램과 아픈 사람들이 있어 아직 다 나누어 주지는 못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구충제 나눠주는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 Haiti ]

강호, 정숙, 윤덕

1. 다음 주 내로 밀리예 난민촌 구충제 배급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2. 난민촌 지역을 이미 임대한 V&F와 주민들 간의 갈등을 대화로 잘 풀어낼 수 있도록

3. 북미 한인청년들의 활동 동참에 힘쓰고 있는 GAP와 협력과 연대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4. 윤덕이가 현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5. 정숙이의 다리 염증이 잘 치료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