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6일] 아이티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0.09.10 11:16

개척자들 조회 수:1790

[HAITI]

95일 아이티에서 온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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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우기가 조금씩 물러가고 더 깊은 더위가 아이티를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바람도 불지 않는 한낮에는 뜨거운 열기에 눌려 그저 앉아 있기에도 벅찬 시간이 마지막 한 주를 채운 듯 합니다. 그렇게 마음이 흐지부지 해질 무렵 마지막까지도 우리를 방심하지 않게 밀리에 마을은 마지막 사건을 터트려 주었습니다. 사실, 몇 주 전부터 조금씩 지갑의 작은 돈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아이들이 강호 형제의 천막에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지 않았고, 우리 역시 돈을 주의해서 관리하지 못한 탓이라 여겨 그냥 넘어갔고, 두 번째 때는 경황이 없어 짚고 넘어가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늦은 아침시간, 브라이스와 제(정숙)가 잠시 청소를 하기 위해 자리는 비운 한시간 사이에 브라이스의 돈 100불이 없어진 것입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쿠쎄(CUCE) 멤버들에게 보고를 하고 도둑을 찾아주길 요청했습니다. 누가 도둑인지 알 수가 없으니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의심스럽고, 그 동안 맺어왔던 관계들이 깨지는 것 같아 실망스럽고, 속상한데 도둑을 찾는 마을 멤버들의 태도는 너무 미적지근해 보여 더 속상했었습니다. 마침, 다른 곳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강호 형제는 밀리에 마을과 쿠쎄(CUCE) 멤버들이 다음 날까지 도둑을 찾지 못하면 그 즉시로 개척자들도 사역을 중단하고 떠날 것이며 다른 NGO와의 연결도 상황을 전달하고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러나 공동체 리더들의 반응은 도둑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며 우리가 그렇게 떠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한탄했습니다. 아이티는 너무나 문제가 많은 나라이고, 국민들도 너무 어리석다며 자신들과 자신들의 나라를 비하했습니다. 우리가 한국이나 미국 역시도 문제가 많으며 이런 문제들은 어디서나 일어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들을 직면했을 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마음과 태도라고 거듭 설명하며 도둑을 잡기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그들의 상처받고 우울해진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어쨌든 다음날 목격자를 찾는 일을 시작했고 금새 한 어린 여자 아이가 한 청년이 브라이스 텐트 주위를 돌며 수상한 행동을 했다고 살짝 일러 주었습니다. 우리는 반나절을 기다려 의심이 가는 그 청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돈이 없어진 시간에 빵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빵 공장에 같이 가서 사실확인을 하는 사이에 그 청년은 뒷문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어쨌든 도둑을 잡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누가 브라이스의 돈을 훔쳤는지를 알게 되었고 더 이상 주위에 사는 난민촌 사람들을 불필요하게 의심하지 않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금이 갈 수도 있었던 마을과의 신뢰 관계도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쿠쎄(CUCE) 멤버들도 다시 활기를 띄면서 우리와의 이별을 준비했습니다. 비록 브라이스가 약간의 개인 돈을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이 마을 사람들과 쿠쎄(CUCE) 멤버들이 문제는 어려운 문제일지라도 의지를 가지고 해결해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들 스스로 문제들을 해결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면 이것으로 충분히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우리 사역을 마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참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을을 위해서 일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마을에 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현실을 더 깊이 헤아리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후회하는 마음이 듭니다. 3개월 동안 우리가 한 일이 무엇인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은 무엇인지, 헤아려 보게 됩니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의 허물어진 집을 일으켜 세워 주기보다는 먼저 더 심각하게 허물어진 아이티 사람들의 자존감과 긍지, 책임감과 봉사정신. 그것을 다시 세워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것을 위해서 그들에게 절박한 필요를 채워드려야만 하고, 그들이 존경 받고 사랑 받는 사실을 우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밀리에 캠프에 살아가고 있는 많은 어린 아이들과 주님의 사랑을 나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린아이들이 어린이들의 도시(시티지문)’와 그 때 함께 먹었던 맛있고 배부른 음식들을 두고 두고 기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지진 이후에 이들이 배고플 때 누군가가 자신들을 찾아와서 사랑이 담긴 음식을 함께 나눠 준 것을 고마워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이 위험하고 힘든 시간들을 억척스럽게 이겨 온 이 아이들의 미래를 이 아이들의 꿈과 희망으로 이루어 갈 것을 하나님께 기도 드립니다.

아쉽게도 우리들은 어른들과 청년들과 더 깊은 사귐과 더 깊은 사랑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그렇게 하기에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만일 우리가 미리 땅을 구할 수 있었다면 젊은이들과도 더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진 이후 아이티의 땅 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올라 왔고, 피난민들은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없습니다. 우리가 희망을 갖고 구입했던 건축자재들은 결국 땅을 구할 때까지 창고에 보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난민들이 자신들의 땅 위에 작은 집이라도 지을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 드립니다.

우리는 여러 아쉬움을 남기고 마을 주민들과 담담히 이별을 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결국 남은 과제는 주민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삶을 충분히 그들 스스로 개척해 나가며, 아이티를 아름답게 변화시켜가는 한 사람, 한 마을, 한 지역이 되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밀리에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리보다 더 나은, 좋은 친구들을, 선한 이웃들을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기를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 Haiti ]

강호, 정숙, 브라이스

1. 밀리에 마을의 남은 사역 기간 잘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팀원들의 안전한 여정을 위해

2. 난민들이 자신들의 땅 위에 작은 집이라도 지을 수 있도록

3. 밀리에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리보다 더 나은, 좋은 친구들을, 선한 이웃들을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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