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1일] 일본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1.04.12 23:36

개척자들 조회 수:1234

 일본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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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가 한국을 떠난 지 이제 일주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난주 일요일에 오사카에 도착했고 마끼와 마끼의 오랜 친구인 아이꼬와 함께 13시간 야간버스를 타고 화요일 아침에 센다이 시()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컸던 지역 중 하나인 시오가마 시로 이동했습니다.

 

‘카리타스재팬’이라고 하는 가톨릭교회의 사회참여 단체에서 재건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 저희는 2주간 이 단체에서 주관하는 시오가마시 가톨릭성당에서 숙박하면서 자원봉사를 할 예정이고 오늘은 그 5일째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굉장히 공동체적인 생활을 하는 곳입니다. 원래는 마을의 성당이었는데 지진과 쓰나미 이후로 자원봉사자들의 숙소로 지원되면서 공동생활을 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식사시간, 모임시간 등 전체의 약속이 있고 그것을 모두가 지키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인원은 수시로 바뀌지만 보통 30명 가까이의 사람이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대략 이렇습니다. 아침 7 30분에 약 한 시간 동안 다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정리가 끝나면 자원봉사 일을 나가기 전 짧은 미팅이 있는데 그 미팅에서 그 날의 날씨, 기온, 여진과 관련된 정보 등을 나눕니다. 그리고 걸어서 20분 거리의 시오가마 시 자원봉사자들의 일을 분배하는 중앙센터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다시 개인정보 등의 기록을 매일 새롭게 하고 일할 곳과 도구 등을 분배 받아 팀을 이루어 자동차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난 지 한달 정도가 지나서 인지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재건, 구호 활동은 매우 체계적이고 치밀합니다. 그러나 그런 체계적인 단계가 일을 더디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한곳에 모여 자신의 신상정보를 매일매일 써야 하고 일을 분배 받고 일터로 가는 과정에서 벌써 꽤 오랜 시간이 소요 됩니다.


자원봉사 도구.jpg

 

자원봉사 일이 끝나고 나면 저녁 즈음 숙소로 돌아옵니다. 아침과 저녁 식사당번이 정해져서 돌아가면서 준비하고 다같이 저녁을 먹습니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저녁모임을 가집니다. 저녁모임에서는 매일 자기소개와 자신의 하루 동안의 소감을 나눕니다. 짧은 시간 이곳을 방문해서 일을 돕고 돌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견딜 만한 시간인지도 모르겠지만 2주 동안 이곳에서 지내며 매일 자기소개를 하고 자신의 하루의 소감을 나눠야 하는 저희에게는, 특히 저에게는 매우 고역스러운 일입니다. 그래도 잘 견디고 있습니다.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에 대해서 (?) 알게 되고 느끼는 점이 많습니다. 저녁모임이 끝나고 밤 11시쯤에 취침합니다.

  

자원봉사 일은 아침9시부터 오후4시 정도까지 하고 합니다. 일은 주로 쓰나미로 인해 바닷물이 들어왔던 가옥 중에서 주로 연세가 많은 분들의 집을 청소하고 정리정돈 하는 일을 돕습니다.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은 집의 흔적도 없고 도로가 파손된 부분도 많고 무너질 것 같은 건물이 많아 자원봉사자들이 일하기에는 너무 위험해서 심하게 파손되지는 않았지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가옥을 방문해 크고 작은 일들을 돕는 형태입니다.

지진 때문에 전기와 수도가 오랫동안 끊겼었는데 제가 이 지역에 오기 바로 전날 수도와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밤12시경의 진도6의 여진으로 인해 다시 전기와 수도가 끊겼는데 지금은 전기가 다시 들어왔지만 수도는 이틀째 끊긴 상태입니다. 인터넷사용과 국제전화 사용도 어려워서 그 동안 연락을 잘 드리지못했습니다.

 

지난 목요일 모두가 잠든 시간에 큰 여진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잠이 든 12시경에 갑자기 땅이 꽤 오랜 시간 심하게 흔들렸고 모두가 잠에서 깼는데 순간 정전이 되었고 모두가 랜턴을 들고 서둘러 어떤 상황인지 알기 위해 모여 무선 라디오 등을 켰는데 마을 방송으로 크게 경보가 울렸고 여진으로 해수면이 상승했으며 쓰나미 경보가 있으니 피난하라는 방송을 듣고 모두 서둘러 중요한 물건만 챙겨 숙소를 긴급히 빠져 나왔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마을의 높은 지역으로 올라가 작은 신사가 있는 곳에서 한 시간 정도 서서 쓰나미 경보가 해제 될 때까지 있다가 돌아왔습니다. 이모든 상황이 긴박하게 흘렀는데, 신사에 서서 아래 마을을 내려다 보았는데 여기저기 건물에 화재가 일어났고, 자동차로 피난 가는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도로를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진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땅이 심하게 흔들리는 순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감이 몰려왔습니다. 모두가 굉장히 당황한 상태였는데 마끼가 달려와 제 옆에 꼭 붙어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괜찮다고 안심시켜 주었고 피난 준비를 하고 높은 지대로 피신하고 돌아올 때 까지 계속 곁에 있어주었습니다. 저는 자연의 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무능력함을 느꼈습니다.

또 너무나 슬프고 허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전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일어나는 자연재해로 이렇게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왠지 온몸의 기운이 빠지는 듯 한기가 드는 듯 소름이 돋는 듯 뭔가 설명 할 수 없는 기운이 한껏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이렇게 지진이 있었고 쓰나미가 왔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져서, 지진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있던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일본 각지에서 온 평범한 사람들인데 그 분들은 일본에 살면서 이미 지진을 여러 번 겪어서 인지 대체로 침착하게 행동 했지만, 그래도 그분들의 마음에도 두려움이 가득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은 다음주 18일까지 입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8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마끼의 대학교 후배 루리꼬씨가 일하고 있는 보육원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아직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후쿠시마현에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은 데 루리꼬씨의 보육원도 도움이 필요한 듯 해서 이곳 일을 마치고 그곳으로 이동하여 격려하는 차원에서 방문해서 자세한 내용을 듣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조사해 볼 생각입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주에 하겠습니다.

같이 일한  팀.jpg

 

마끼와 아이꼬와 저는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마끼와 저는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때 간간히개척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브루셔를 주며 단체소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마끼와 아이꼬는 2주가 지나면 다시 고베로 돌아가기 때문에 저는 다음 일정을 계획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렵습니다. 어찌 되든 2주 후인, 4 20일에는 장희 형제가 도쿄로 오기로 되어 있는데 우리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디에 있을 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지금으로써는 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상황을 체크하면서 계속 연락하겠습니다.

 

저는 며칠째 힘든 노동을 하고 목욕을 하지 못해서 지독한 냄새가 납니다. 이곳 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굉장히 열악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먹을 것과 물건은 넘쳐나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서 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할 때와 씻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또 다시 여진이 일어났습니다. 잘 느끼지 못하지만 가만히 주의를 기울이면 계속 미세한 진동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흐름 속에 있으면 멀미가 날 것처럼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여러분, 다음주에 또 연락 하겠습니다. 개척자들 식구들의 얼굴이 자주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

 

-일본 미야기현 시오가마시에서 난영.

 

 

<기도제목>

난영, 마끼, 아이꼬

 

1.      여진 가운데 그곳의 안전을 위해

2.     그곳에서 할 일을 구체적으로 발견할 수 있도록   

3.     함께 마음을 모아 잘 사역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