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장병 여러분 (송강호)

2012.07.27 15:02

개척자들 조회 수:769

해군 장병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송강호 입니다. 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구럼비를 있는 그대로 지키기위해 구럼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는 이유로 제주교도소에 70일째 수감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덕에 자유를 잃고 어두운 감옥에 갇혀 이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강정에서 만나게 된 것도 이제 일년 사개월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이은국 단장이나 홍대령과 같이 이제는 강정을 떠나신 분들도 계시고 아직도 남아계신 분들도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바뀌어도 해군이 아직도 강정에 남아서 앞으로 계속 강정 바다를 차지하고 해군기지를 건설하려고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니까요.
저는 저의 소신에 따라 어떠한 전쟁도, 살인행위도, 군대나 기지도 반대합니다. 그러나 나라를 지키려는 선한 뜻을 갖고 평생동안 변함없이 힘들고 위험한 군생활을 해온 군인들을 볼 때마다 나의 신념과는 상관없이 군인들이 나와는 다른 생각과 뜻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나라를 사랑하고 자신의 명예를 존중하는 분들이라고 여겨져 내심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편지는 여러분의 친구로서 드리는 충고의 말씀입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명예를 지키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내가 여러분들을 만나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제가 여러분을 불명예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해군 때문에 이미 많은 강정 주민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체포, 연행, 구속당했고 지금도 저와 같은 평범한 시민이 감옥에 갇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해군 장병 여러분은 떳떳하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평화롭던 마을에 오시지 않았다면 이런 비극적인 재앙은 없었을테니까요. 실제로 제주법원의 박현준 검사실에서 포숭줄에 묶여있던 나를 만났었던 해군 법무관과 몇명의 장병들이 제 눈을 피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느끼고 있는 양심의 가책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 말에 모순이 있겠지만 나는 전쟁도 군대도 반대하면서도 명예를 존종하는 군인들을 존경합니다. 이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제가 존경하는 군인이 아닙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인들이 아니라 해군이라는 집단의 욕망을 채우기위해 자신들이 지켜야 할 국민들과 싸우고 있는 불명예스런 군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민들의 바다와 농민들의 농토, 강정주민들의 모든 기억과 사랑을 품고 있던 구럼비 바위를 빼앗고 이제는 여러분의 집들을 짓기 위해서 마을 주변의 땅을 더 차지하려고 합니다. 마치 인디언들의 땅을 잠식해 들어오는 신대륙의 침략자들처럼 주민들의 의사는 무시한 채 최소한의 법적 형식을 빌려가면서 소위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 여러분이 원하는 바를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더욱 더 여러분을 불명예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거짓말입니다. 제주도민들이나 국민들 중에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이 ‘해군기지’의 가면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간혹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해군장병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적을 속이기위한 기만전술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속이려고 하는 대상은 여러분이 섬겨야 할 국민입니다. 가장 비극적인 상황은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 것입니다. 해군기지를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어 놓기만 한다면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불린들 무슨 상관이냐는 자기기만과 자기세뇌입니다.
여러분은 강정주민들과 제주도민들,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5년까지 공사를 강행하여 마침내 해군기지를 완공하고 나면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도 끝날것이라고 믿고 계시나요? 그러시다면 착각입니다. 강정에 해군기지를 완공하게 된다면 더 많은 반전 평화 활동가들이 이 곳으로 모여들 것이고 강정은 시민불복종운동의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결국 이 시민들의 저항은 당신들이 평화의 섬 제주도를 떠날 때까지 계속 될 것입니다. 소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니 민간인 출입을 함부로 제지하기도 힘들겠지요. 여러분은 처음부터 기초를 잘못 쌓았습니다. 당신들은 이미 졌습니다. 군대가 국민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지요. 국민을 무시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이 굳게 지키는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시하고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제주해군기지는 모래위에 쌓은 성입니다.
해군장병 여러분, 여러분의 진실한 친구로서 호소합니다. 더 늦기 전에 이 아름다운 관광지 제주도를 떠나 여러분의 전우들과 천안함의 영령들이 기다리고 있는 전선으로 명예롭게 복귀하십시오. 이제 여러분의 휴식도 그리고 육백명이 넘는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을 체포, 구속하는 오만스럽고 무례한 대국민 전쟁도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국민에 의해 여러분의 제복이 벗겨진 채 벌거벗은 모습으로 쫓겨나가는 수치를 당하기 전에 어서 돌아갈 준비를 하십시오. 국민들이 여러분의 원대복귀를 환송해 줄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군인의 생명은 명예임을 잊지 마십시오.

2012. 6. 6.
한라산자락 제주교도소에서
여러분의 친구 송강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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