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9 15:59
아체에서의 소식을 전합니다.
오랜 고요 속에 취해 있다 보면 고요가 무심한 정적으로 변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생생한 기운이 필요해지고 주변에서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게 되지요.
안개 낀 듯한 정신을 맑게 해주고 시선을 명쾌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침 이번 주에는 그동안 몸을 숨겨온 핑퐁의 새로운 두 마리의 새끼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직은 세상에 겁 많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털을 곤두세우고 경계하다가도 호기심에 다가와 주위를 둘러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세상을 모르는 이들의 모습에서 놀랍게 여겨지는 점은 온몸으로 주변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신으로 본다는 것. 모든 것을 자신과 연결지어 보려는 마음. 세상을 끌어 당겨보려는 가냘픈 떨림과 생경한 시선에서 저의 마음도 금세 밀착되어 집니다.
어느덧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흘러 로미와 사하자 님이 아체에 복귀했습니다. 모두 보고 싶어 했던 얼굴이었고 한편에 허전해진 우정을 다시 채워줄 이 날을 많이 기다려왔습니다. 뿌뜨라와 함께 공항에 마중을 나가 있었는데 후에 모올리와 마싯다도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습니다.
비행기의 연착으로 몇 시간을 기다린 후에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고 3R로 돌아왔습니다. 다들 집 같던 3R이 좋았는지 마음을 놓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음에도 아체를 떠난 시간이 아득하기만 했다는 사하자님은 같이 점심을 먹을때 십 분여 만에 다시 적응되었다는 말과 함께 늘 아체에서 지내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로미는 긴 여정임에도 건강한 얼굴로 돌아왔고, 곧바로 마파라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러 갔습니다.
주말 오후에는 PANTI ASUHAN 아이들이 3R에 방문해 뿌뜨라에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기타에 집중하는 모습과 아이들에게 재능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세미나 준비로 그간 마음을 졸였던 뿌뜨라에겐 이런 시간이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주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모두 3R에 모인 날이기에 더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기도나눔
1. 오랜 여정 후에 돌아온 사하자님과 로미가 건강할 수 있도록
2. 아체 사회가 조금 더 열린 사회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