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7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4.03.17 15:50

개척자들 조회 수:1247

지난 주에는 두 개의 큰 마을 행사가 있었습니다.

꾸미기_1구럼비 바람이 분다 상영회에 모인 사람들.jpg

목요일 저녁에 평화센터에서 조성봉 감독의 구럼비, 바람이 분다의 개봉 전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영화가 강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셨습니다. 호수에게는 조금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영화가 시작될 때부터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영화가 끝날 때 즈음 뒤를 돌아보니 맨 뒷줄에 옆으로 길게 서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까지 평화센터에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저녁 행사가 있을 때 많이 모이는 편이 아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 것은 호수에게는 정말 놀랄 일이었지요. 게다가 활동가들 뿐만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이 많이 오셔서 인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북적이면서도 다들 들떠있는 듯 했습니다. 2-3년 전 투쟁이 한 창일 때의 장면이 영화 속에 등장하자 그 때의 분한 심정이 다시 올라오는 듯 모두들 분해했고 또 누군가 다치는 장면이 나오면 모두 함께 탄식하며 아픈 소리를 냈습니다

꾸미기_1벤자민 모네 강제 추방 2주년을 기념하며.jpg

구럼비가 살아있을 때 그 특별함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장면이 나올 때는 모두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였습니다. 그 날 오신 분들의 속사정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두 시간이 넘는 영화를 보겠다고 피곤한 몸을 끌고 그곳에 오게 한 것은 구럼비와 지난 투쟁의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고통스럽고 괴로운 시간이었기에 함께 싸운 그 시간들이 싫고 지겨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하나되게 해주었기에 한 편으로는 그 시간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지..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도 보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난 날의 소중한 추억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이렇게 모이게 했다면 또 우리를 다시 한 데 모이게 해주는 일들이 앞으로도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꾸미기_1에밀리 동원 혼인잔치 후 제주팀함께 식사.JPG

목요일 저녁 훈훈한 시간을 보낸 뒤 또 다시 마을 사람들이 한 데 모이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동원 에밀리의 혼인잔치였습니다. 전날부터 의례회관 부엌에 모여 미량님의 진두지휘 아래 일이 척척 준비되었습니다. 거의 200인분에 가까운 식사 준비를 아무런 두려움 없이 해나가는 미량님의 카리스마에 실버와 호수는 경외감 마저 들며 따랐습니다. 역시 부엌일이 서툰 두 사람에게 미량님은 결국 큰 호통을 치고 말았습니다. 그 귀한 가자미 생선을 엉망으로 구웠던 것이지요

꾸미기_1에밀리 동원의 혼인잔치.JPG

행사를 처음 치뤄보는 호수로서는 계속 감탄할 일들이 이어졌습니다. 지킴이 친구들의 자발적 성실 열심 참여에 한 번 놀라고 또 그 팀워크와 빠른 몸놀림에 또 놀랐습니다. 개척자들도 왠만해서는 뒷정리에 빠지지 않는데 여기 지킴이들은 정말 쉬지도 않고 그릇을 씻고 닦고 하는데 누구 하나 뒷걸음 물러나 있지 않고 자신의 일인냥 그렇게 마음을 다해 일해주었습니다. 한 편 식당에서는 에밀리와 동원의 부르스타임이 진행되고 마을 어르신들이 한 분 한 분 초대되어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축가를 선사했습니다. 동원과 에밀리의 그간의 우정과 신뢰 관계 덕분에 정말 많은 마을 삼촌들이 와주셨고 이 시간을 통해 한 동안 공적인 장소에서 보지 못한 분들도 함께 하게 되어 모두들 기뻐했습니다. 인륜지대사를 치루며 사람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감격스러운 일이면서도 이 전통이 계속해서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날의 잔치는 동원 에밀리 두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잔치이기도 했습니다. 몸은 좀 힘들었지만 마음은 훈훈해지는 시간이었지요.

꾸미기_1혼인잔치를 치루며 성실하게 돕는 지킴이 친구들.jpg  

강정 마을 사람들이 기쁨과 슬픔, 힘겨움과 즐거움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다시금 연대하는 마음과 신뢰 그리고 희망하는 마음을 키워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어 봅니다.

 

기도제목

1. 수감 생활 410일째를 맞이한 양윤모 선생님의 건강과 강건한 마음을 위해

2. 부부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동원 에밀리의 여정을 위해

3. 강정마을이 생명 평화 마을로 가는 긴 여정에 서로 어울리며 기쁨을 누리는 시간들이 자주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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