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1 14:59
안녕하세요. 오키나와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요나구니섬에서의 마지막 밤은 참 깊고 뜨거웠습니다. 하와이에서 온 구한 씨와 에밀리의 발표회 그리고 주민들과의 간단한 대화시간을 갖고는 모두가 머물렀던 테츠상의 집에서 다섯 명의 주민들과 함께 대화를 더 나누었습니다. 요나구니의 상황은 지난 1월 자위대 레이더 기지 찬반 주민투표 이후 절망의 상황 속에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찾아온 개척자들과 하와이 백구한 씨의 방문으로 인해 몇몇 주민들은 속마음을 털어놓고, 앞날을 바라 보기 위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날 밤,카야는 요나구니 원주민 청년의 이야기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청년은 마피아와 같은 기지 찬성파 한 주민과 잔인하기에 그지없는 몸싸움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충격으로 인해 3년간의 기억을 잊고, 오랜 시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두려움 가득했던 청년이 이 날 밤 자리에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 것입니다. 적은 인원의 주민들이 희망을 놓지 않고 있고, 이들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고 있다는 모습이 강정마을의 지난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요나구니의 방문은 용기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뜨거운 연대 방문이었습니다. 요나구니 기지 반대 운동의 확대를 위해 주민들은 이 연대를 계속해서 이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요나구니 방문을 마치고는 에밀리를 제외한 우노, 카야, 브라더 송, 구한 씨는 자마미섬에 다녀왔습니다. 자마미섬에는 요트와 같은 전통 배를 이용한 경주대회가 있는 곳이고, 평화를 위해 항해하는 어느 주민이 살고 있는 섬이기 합니다. 자마미섬에서 만난 아카라 상은 자마미 어부협회 회장이면서 요트 항해를 하는 분입니다. 요나구니지마까지 항해한 경험이 있고, 평화의섬 연대 항해단과 함께 오끼나와부터 요나구니까지 평화의 항해를 하고 싶은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아주 귀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요나구니를 위한 평화의 항해가 곧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우노가 들려준 자마미 섬은 정말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해변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들이 많이 보인답니다. 모기도 없어서 브라더 송과 자마미에 있는 동안 캠핑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섬이 가진 아주 아주 슬픈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날 무렵 오키나와 전쟁이 벌어집니다. 일본군은 오키나와 사람들이 미군에 협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군을 사람이 아닌 짐승처럼 묘사했고, 포로로 잡히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는 거짓소문을 퍼트렸습니다.그러면서 미군의 포로로 잡힐 바에는 천황을 위해 자결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미군을 만나 본적이 없었던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군의 말을 믿고, 서로 목숨을 끊게 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자마미 섬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는, 학교 선생님과 함께 어느 동굴에 들어가서 경험했던 그 날의 상처를 우리에게 들려주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자결하기 위해 수류탄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동굴에 들어가 자결을 시도하지만 수류탄이 터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면도칼을 손에 들고는 아이들의 손목이나 목을 그어 아이들을 먼저 죽인 후 선생님 자신도 자결을 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 겨우 도망쳐 나왔던 할머니는 그 날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오키나와에 있는 수많은 동굴들은 이러한 비극의 사건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19일부터 시작된 평화의바다 오키나와국제캠프 첫날, 우리가 찾아간 얀바루 숲 동굴에서도 일본군의 탄압 속에서 굶어 죽거나 맞아 죽은 오키나와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동굴에서 도망가 발각되면 죽임을 당했고, 도망가지 못한 채 일본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오키나와 사람들이 5만명을 넘습니다.
평화캠프는 75명의 참가자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번에는 리오를 비롯한 대만참가자가 15명이나 되었습니다. 캠프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모습에 참가자들 모두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어머니들께서 준비해주시는 맛있는 식사들, 상처 가득한 역사를 해설해주는 평화가이드의 이야기, 헤노코 미 해병대기지에서의 24시간 농성, 카약을 이용해 헤노코 해상 공사를 막는 사람들과 함께 한 해상시위 등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시간들은 연대를 위한 평화캠프라 함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참가자들은 남녀노소 다양합니다. 고등학생부터 여든이 넘는 어른까지 계십니다. 매년 캠프 때마다 작성하는 평화 선언문 내용이 기대가 됩니다. 캠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주 소식에 더 자세히 나누겠습니다.
강정의 소식도 나눕니다. 강정 기지에 완공도 되기 전에 군함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처음으로 발을 들여 놓은 군함은 미사일을 방어하는 이지스함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하며 망연자실해 했습니다. 하지만 신문기자에 의해 찍힌 사진 한 장이 희망을 줍니다. 이지스함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카약 세 대가 바다에 나갔고, 그 중 한대가 이지스함 근처에까지 도달한 모습이 찍힌 것입니다. 거대한 이지스함 앞에 아주 작은 카약 한대가 마주한 사진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로 다가갔습니다.
이번 주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기도제목]
1. 평화의섬 연대 오키나와 국제캠프를 통해 연대하는 평화가 폭력과 전쟁에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2. 오키나와 방문 중인 우노, 동원, 카야, 에밀리, 브라더 송의 안전하고 건강한 여행길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3. 거대한 군함을 마주한 작은 마을 강정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