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9 14:18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내리는 비를 만난 한 주였습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양 퍼붓는 비로 부엌이 온통 물바다가 된 날도 있었고, 추적추적 가늘고 조용하게 쏟아지는 빗방울을 실눈으로 확인하기도 했으며, 쨍쨍한 햇살을 뚫고 나리는 여우비에 빨래를 살짝 적시기도 했습니다. 가물었던 날들이 물러가고 이제, 아체의 우기가 시작되는가 봅니다. 열 번의 일요일 밤을 넘기고 두 달 여 만에 갖는 공동체 모임 첫 날이었던 지난 주일 저녁, 한 자리에 모인 공동체 식구들은 조금은 어색하고 조금은 들뜬 모습으로 둥그렇게 둘러 앉았습니다. 그새 감을 잃어 버린 듯 처음에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한참을 설왕설래하기도 했지만, 엉뚱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인해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더 빛을 발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목요일에는 마을 이장님을 찾아 뵙기도 했습니다. 마을과 함께 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한 만남이었고, 그 중에서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실 운영을 확정지었습니다. 10월부터 일주일에 세 차례씩 아이들을 만날 예정이며 타유코가 중심이 되어 이끌게 됩니다. 영어 교육을 매개로 생명, 평화, 정의, 사랑의 가치를 아이들의 하얀 도화지에 함께 그려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 주는, 비단 남자 멤버들만이 아닌 거의 모든 식구들이 총동원으로, 청소년자원봉사센터 건축에 올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작업 중이면 예외없이 틀어 놓는 음악 소리는 해가 지고 저물어 하늘에 별이 총총한 밤 늦은 시간까지도 꺼질 줄 몰랐습니다. 그때 그때 마쳐야 할 작업들이 있으면 끼니 때가 되어 허기진 속을 달래는 것마저도 한참 뒤로 미루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덕분에, 쉽지 않아 보였던 부엌 공간 설치는 돌아오는 주 중 사용 가능하게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공동체로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구성원 각자에게 그 이유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소통과 변화에 책임을 느끼지 못 하면 자신에게도 다른 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부담만 더 키우게 되겠지요. 건강한 공동체로, 건강한 일원으로 개척자들 아체 식구들이 함께 자라가길 소망합니다. [ 기도제목 ] 복희, 데블로, 아안, 한나, 타유코, 푸르완토, 로미, 의성, 마리아띠, 슈쿠르, 후새이니, 민영 1. 공동체 지체들을 향한 사랑의 섬김이 성숙해 가도록 2. 청소년자원봉사센터 건축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 3. 아체 브사르 지역 청년·청소년들과 계속해서 의미있는 사귐을 이어 갈 수 있도록 4. 계획된 하반기 활동들을 마음을 모아 성실히 진행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