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 어떻게 괴물을 낳았는가?


예전부터 한국교회는 괴물들을 낳아 길렀다. 그 괴물들은 교회 울타리 안에서 패악질을 하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 괴물은 교회 안팎을 넘나들며 온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다. 한국교회의 괴물들은 어떻게 잉태되고 자라난 것일까.

아집과 독선에 빠져 있던 일부 보수 교회는 오래전부터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저버리고 세속 권력자들과의 밀애에 빠져 있었다. 그 둘 사이에서 출생한 이 괴물의 기원은 꽤 오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이후, 북한 공산 정권 아래서 박해받은 평안도 그리스도인의 자녀들이 월남하여 구성한 서북청년단이 바로 이 전광훈이라는 괴물의 전설적 전형(prototype)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해방 직후 제주도에 내려와 빨갱이를 색출한다며 여러 악행을 저질렀다. 그들의 배후에는 기독교인 대통령 이승만이 있었고, 한경직 같은 평안도 출신의 보수적인 교회 지도자들이 이를 도왔다. 이들은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예수님 말씀(마 5:44)을 '증오와 복수의 복음'으로 바꾸었다.

독재자 이승만이 몰락한 이후 그 자리를 메운 이는 5·16 쿠데타로 정권을 강탈한 군인 박정희였다. 세속 권력에 야합해 특권을 누린 보수 교회 지도자들은, 독재자 박정희를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길 비는 국가조찬기도회를 열기 시작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같은 보수 선교 단체들은 여기에 앞장섰다. 이 단체들은 사회참여를 반대하고,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지 않았다. '순수한 복음'을 위해 유신 독재 정권의 전횡을 방관했고, 불의한 독재 정권에 소극적으로 협조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재 권력을 지원한 기독교 단체들도 있었다.

전광훈이라는 유사종교적(Pseudo-Religious) 정치인의 태동은 서북청년단에서 시작한 기형적 집단들에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공주의와 권력 지향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이 주도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이런 괴물들이 성장할 어두운 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도왔다.

그 가운데 전광훈의 앞길을 열어 준 탁월한 지도자는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였다. 그는 금전적 부정과 부도덕한 추문에 따른 법적 징벌을 종교적 박해라 항변하면서, 자신을 향한 공적 비판자들을 빨갱이로 몰아세웠다. 한기총은 이런 유의 보수 교회 지도자들이 형성한 집단이었다. 외견상 여러 교단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그 교단들은 들러리였을 뿐이다. 실상은 전광훈과 같이 사회를 어지럽히는 이들의 거처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교회의 참모습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회가 다시 상식이 통하는 공간으로 돌아와야 한다. 기독교는 다시 자기 부인과 희생의 종교로 내려와야 한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 세력화를 꾀하는 교단 연합회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각종 연합회는 언제든지 전광훈 유의 변종들을 길러 내는 위험한 환경을 만들 수밖에 없다.

기독교가 순수성을 회복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교회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교회에 특권을 주는 것은 탄압하는 것보다 더 해롭고 위험하다. 종교 집단은 언제나 위협보다 유혹에 약하다. 역사를 보면, 국가와 교회의 관계가 더 돈독해질수록 교회는 더 타락하고 부패했다. 종교가 교인의 숫자로 정치 세력화할 소지가 적지 않다. 정치인들이 표를 구하면서 그 대가로 온갖 청탁과 이권을 뒷거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대형 교회들은 한기총과 같은 이익 대변 조직을 통해 정치 권력과 결탁하고, 그 사이에서 선동가들이 탄생하는 것을 본다. 이들이 교회를 세력화해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전광훈을 통해 보는 현재 한국교회 모습이다.


이제 두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 번째는, 일단 괴물을 잡아들여 난동을 부리지 못하도록 결박해야 한다. 아직도 전광훈 이단 판정을 우물쭈물하는 교단들은 하루 속히 그를 정죄하고 치리해야 한다. 어떻게 교회가 하나님을 향해 까불지 말라고 하는 등의 경거망동을 비롯해 온갖 선을 넘은 발언들을 용납할 수 있나. 교회가 이런 자를 치리하지 못한다면, 교회 스스로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결국 교회는, 사회에서 지탄 받고 외면당할 것이다.

두 번째는 더 어려운 작업이다. 괴물들을 낳고 기르는 한국교회의 불결한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먼저 성직자들을 향한 모든 사회적 특혜와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목사들이 국민과 다른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그리고 교회가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할 경우, 토지세를 확실히 부과하기 바란다. 지나치게 넓고 비싼 토지를 소유한 교회들에게 적지 않은 토지세를 내게 해 공적 토지를 하나의 종교 집단이 사유화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그것이 교회의 균형 발전을 위해, 사회의 공공적 이익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난립해 있는 숱한 무허가 신학교들도 정비해야 한다. 공적 신뢰와 자격을 갖춘 학교만 신학교로 허가해야 한다. 물론 무허가 신학교에도 소명을 깨달아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순수한 열정으로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끊임없이 배출되는 사이비 목사들이 부정과 불법으로 교계를 어지럽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인들은 더 이상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면서 한기총 같은 교계의 이익 단체들을 상대하여 기독교 정치 브로커들을 만드는 데 기여해 왔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종교계의 각종 이익 단체를 규제해야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국내외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신뢰를 받는 역사적이고 상식적인 교회 협의체를 통로로 삼아 전국 교회와 소통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작금의 어지러운 세태를 탄식만 할 수 없어 교회를 새롭게 갱신하고자 뜻있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나서는 모습에 응원의 뜻을 전한다. 제발 교회가 우리 사회의 민폐와 진상 집단으로 비난받고 있음을 부끄러워하자. 돌이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다시금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깊이 반성하자. 교회가 진정한 교회로 세워질 때에야 비로소 괴물들은 사라질 것이다.

뉴조의 편집진께

안녕하세요. 전광훈 사태를 지켜보면서 너무 화도 나고 부끄럽기도 하고 무력하기도 했습니다. 815일날에 국가 전체를 위협하는 코로나 19 전염을 확산시키는 대형 집회를 강행하는 것을 보고 감옥 안에서라도 무언가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되어 기고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한 인간을 게다가 교회의 목사를 괴물이라고 지칭해도 되는지 제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달리는 이 자의 만행과 패악질을 규정할 더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거칠고 험한 죄수들과 함께 살며 부대끼다 보니 제 성정이 거칠어진 탓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글이 뉴스 앤 조이의 신문 윤리규정이나 도덕적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 신문에 싣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지 그런 결정만은 알려주십시오. 좁은 감옥에서 10명이 함께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조용히 독서하고 묵상하고 글쓰기가 어려운 여건이지만 다들 잠든 새벽과 심야에 편지를 씁니다. 구속된 상태에서도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를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화를 빕니다.


202011. 1. 주일

제주교도소에서 송 강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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