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3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1.05.23 15:11

개척자들 조회 수:5842

쉽지 않은 한 주였습니다. 어쩌면 제주도에 내려온 70여일 만에 가장 치열하게 저항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항이 컸던 만큼 우리 쪽 전력 손실도 있었습니다. 최성희 선생님이 체포되셨고 현재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입니다. 완소(완전소중) 언니, 성희 언니가 지금 감옥에 계십니다.

 

구럼비에 앉아 태평양을 등지고 한라산을 바라보고 있자면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만들어지는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마치 구럼비를 향해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게다가 해군기지 예정지 둘레에 6미터 펜스가 점점 세워져 가는 것이 마치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을 연상시키면서 언젠가는 아무도 볼 수 없게 가려 놓고는 여기, 구럼비를 치러 들어오겠구나 하는 불안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때에 예수는 구럼비 지킴이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 같습니다.

 

콘크리트 펌프카 위에 올라가 있는 평화활동가들.jpg 

이런 상황에서 구럼비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겠다 싶어 화요일부터 적극적으로 공사 진행을 막았습니다.

 

화요일, 전도사님이 공사장 입구에서부터 레미콘 차량을 막기 시작하면서 결국, 대림의 콘크리트 폄프 위에 성희 언니와 함께 올라가셨고 펌프와 레미콘 차량을 마을 분들이 막아 섰습니다. 일단 그 날의 공사는 막아냈지만, 업체 측의 반발은 예상했던 대로 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레미콘 차량을 하나씩 폐기 처분하겠다고 크게 말하고 전체 손해액이 천 만원 이상임을 우리에게 알리고는 손해 배상청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다음 날, 수요일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막았는데, 이번에는 안되겠나 싶어 경찰에 도움을 청했는지 강력계 형사들과 지능수사팀 형사들이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설득을 했지만, 우리들은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 날도 공사를 막았습니다.

 

그러나 삼성과 대우, 우창 쪽 공사를 막는 것은 쉽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몸싸움이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따라 다니며 싸움을 막다 보니 그날 밤 저도 몸이 많이 욱신거리고 아팠던 것 같습니다. 흔히 건축 판에서 단련된 이 분들을 막고 설득하고 대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목요일에는 작전을 바꿔 공사장 입구를 막았는데 초반부터 불도저를 막는 일이 거칠었습니다. 정보과 형사 한 분이 오늘은 체포할 거라는 정보를 흘려 주었고 9시에 구럼비 공사를 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정신 없이 마을 분들과 활동가들에게 알리고 구럼비로 갔건만 이미 구럼비 산성의 현수막들과 천막이 철거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아직 뜯기지 않은 천막 골격 앞에 앉았습니다. 몇몇 분들은 몸과 철제 골격에 몸을 묶어 상황의 절박함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전경들이 우리를 둘러 싸고는 가만히 앉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이들을 체포해 갔으며 마지막으로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 건드리지 마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성희 언니를 완전히 포위해 체포해 같습니다. 이 날의 공권력 투입은 언니를 목적으로 한 의도적인 연행이 분명해 보입니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저항은 비폭력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언니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언니는 19일부터 단식하고 계십니다. 함께 연행된 7명은 그 날 9시가 되어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양윤모 선생님이 그러하셨듯이 이 일은 또 다른 하나의 불씨가 된 셈입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전국 단위의 범국민대책위원회도 꾸려지게 되고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이 이 곳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덴마크 출신의 부부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양선생님 인터뷰와 체포 영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그 분의 뜻을 선명하게 만들어 주면서 일파만파로 전 세계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란 이런 것일까요?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의 얽힘으로 만들어 지는 것 말입니다. 강정마을의 정의와 평화가 더더욱 절실히 필요한 한 주가 될 것 같습니다. 기도 부탁 드립니다.

 

<기도제목>

윤애, 도라해군기지반대 깃발이 꽂혀 있는 부표.jpg

 

1. 옥중에서 단식(양윤모: 48, 최성희: 5)하는 이들의 요구(해군기지 건설중단, 절대보전지역해제취소)가 진정 세상에 충분히 전달되고 그들의 뜻이 오롯이 세워지며 그들의 생명을 위해.

 

2. 27일로 예정되어 있는 철거 계획에 하나님이 철저히 개입하시기를.

 

3. 연약한 작은 이들의 무리와 함께 하시기를.

 

4.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가 강정마을을 통해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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