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인 요즘, 아침 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간밤에 거미들이 걸어 놓은 거미줄을 만나게 됩니다.

곱디고운 거미줄에는 빗방울인지 이슬인지 물방울들이 보석이 되어 꿰어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공을 들여 여기 저기 걸려 놓은 알록달록한 장식물들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미학적 수준도 인간이 자연을 따라갈 수는 없나 봅니다.

 월요일 화순에서 출발한 바지선은 꽤 늦게 강정에 도착했습니다. 기다리다 지쳐 때마침 방문한 KAC의 김경중 총무님 일행과 전도사님, 도라는 구럼비에서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바지선은 아침 일찍 출발해 그 날 하루 일정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건만, 배는 이 날은 오후 세시가 넘어 거만한 몸집을 동반한 채 강정에 도착했습니다.

그것은 간단히 오늘 물러가지는 않겠다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엄청난 규모의 준설선과 바지선을 보면서 순간 주춤했습니다.

 ‘어떻게 막지?’ 그러나 수트를 입고 잠이 들었던 전도사님은 스프링처럼 일어나셔서 바다로 뛰어 드셨고 대기 중이던 작은 고기배 한 척과 고무 보트도 날쌔게 바다 위로 달려 나갔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이 싸움의 결과는 아시겠지만, 다윗의 승리입니다.

그리고 이번 주 싸움의 결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체 이 싸움의 결과는 자신들의 작은 물매돌 다섯 개를 주워 드는 이 세상 곳곳의 작은 다윗들의 승리가 될 것입니다.

금요일에는 제주도의 읍면 단위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강정을 지지하는 연대 행동을 해 주셨습니다.

아침 9시 제주시에서 출발한 차량들이 제주도 곳곳을 누비고 오후 3시경 강정으로 집결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상 기후와 일찍 찾아온 장마로 밭에서 썩고 있는 감자와 양파를 뒤로 한 채 트럭에 농기구들을 채운 채로 강정에 입성하는 모습 속에서 저는 희망을 다시 본 것 같습니다.

생명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농부들은 이 싸움의 최고의 내공입니다. 강정마을의 중심지인 코사마트 사거리에서 정리하는 집회에서는 전에 잘 뵙지 못했던 마을 분들까지 만나게 되어 그 기쁨이 한 층 배가 되었습니다.

한국 사무소 개설 준비 중인 그린피스를 일요일 부산에서 만났습니다. 

때마침 공유수면매립 관련 소송 때문에 부산에 와 계셨던 신용인 변호사와 함께 만났습니다. 한국에서의 활동을 반핵과 적절한 어획량 모니터링으로 두고 있는 그린피스는 직접적으로 강정 문제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험을 나누며 기술적인 조언을 해 주겠다는 답변은 받았습니다.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앞선 경험을 가지고 있는 국제 단체와의 구체적 연대를 경험하면서 저희들도 한가지씩 배워갑니다. 

<기도제목>

1. 해군기지 공사 계획이 백지화되도록

2. 감옥에 수감중인 최성희 평화 활동가의 건강과 석방을 위해.

3. 케이슨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고 강정마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 주시길.

4.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가 강정마을을 통해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