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주 땅 주인으로부터 철거 요청서를 받은 중덕 삼거리 이야기를 먼저 전합니다. 5 19일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주인이 해군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합니다. 땅 주인이 제 값을 받고 파는 것이 아니라 강제 수용된다고 합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중덕 삼거리 일상도 조금씩 변하는 듯 합니다.

 

중덕 삼거리 쓰레기를 배출시키는 일은 동원과 에밀리가 주로 합니다. 지난 주에는 일반쓰레기 규격봉투가 필요해 삼거리 식당에서 요리를 하는 종환 삼촌에게 쓰레기 봉투가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쓰레기 봉투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울타리 너머로 해군 땅에 던져 버리면 되는 일이라 말했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는 깨끗하면 좋겠다 말씀 드렸더니, 이제 여기도 내일 모레면 나가야 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 대답하셨습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내일 모레라는 미래를 현실처럼 내다보는 모습에 마음이 슬펐습니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어디로 옮겨 살 것 인지를 물어봅니다. 그러면 아직 옮긴 만한 곳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강제 철거 되기 전에 옮길 땅이 생겨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제 오늘 내일 어떻게 살고, 살 것인지, 무얼 먹고, 무얼 먹을 것인지, 잠은 잘 잤는지 일상에 관심 갖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꾸미기_올해 상반기 삼보일배를 마치신 퀘이커 오철근 선생님.jpg


 함께 사는 퀘이커 할아버지 오철근 선생님은 올 상반기 삼보일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셨습니다. 짐을 그대로 둔 채 이번 10월에 다시 내려와 삼보일배를 하실 결심을 안고 가셨습니다. 매일 우리와 함께 지내신 오철근 선생님의 빈자리가 큽니다. 공사장 정문에도, 차가 다니는 길목에도 오철근 선생님의 빈자리는 너무나 큽니다. 10월에 다시 돌아오실 때까지 짐과 집 모두 그대로 있어야 할 텐데요. 잘 보관하고 관리하겠다 약속을 했습니다.

 

꾸미기_4월10일 지킴이 안녕팀이 준비한 식사모임.jpg

꾸미기_4월10일 지킴이 안녕팀이 준비한 식사모임에 식사를 후원한 말엄마.jpg


 강정에서 지킴이 안녕팀의 첫 활동이 있었습니다. 빛나는 호수가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팀입니다. 첫 활동으로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강정지킴이로 살다가 옆 마을에서 카페를 개업한 말엄마가 음식 대접을 했습니다. 말엄마의 대접에 참석한 강정 지킴이들은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말엄마의 나눔을 지킴이들에게 연결해 준 안녕팀의 존재가 귀합니다.

 

꾸미기_4월12일 떨기나무공동체와 함께 한 세월호 1주년 예배.jpg

 일요일에는 제주 떨기나무 공동체에서 준비한 세월호 1주년 예배에 다녀왔습니다. 김유승 목사님께서 개척자들에 초대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예배에서 세월호 생존자 아내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손과 발을 자르고 싶다며 자해를 하고, 화를 참지 못하고, 인내심을 잃은 상처투성이의 삶을 듣게 되었습니다. 에밀리는 예배에 가서 작년 평화콘서트 때 그린 그림을 세월호 생존자 가족에게 선물로 전했습니다. 그 그림의 제목은 전쟁의 기억이 준 선물인데 세월호를 기억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선물은 받은 가족은 가지고 있던 은반지를 에밀리에게 선물로 전했습니다. 은반지에는 Remember 0416’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꾸미기_매일 정문 앞에서의 풍경 _ 인간띠 잇기.jpg


 동원은 주말을 이용해 갤러리 공사를 했습니다. 내일모레면 철거 될 건데 뭐하러 짓느냐는 말을 들으면서도 주말 내내 공사를 쉬지 않았습니다. 단 하루라도 그림을 걸겠다고 말했습니다. 에밀리가 매일 정문 앞에서 인간 띠잇기를 할 때마다 몸에 날개를 단 것처럼 춤을 춥니다. 예전 파코도 춤 출 때만큼은 그 무거운 몸이 가벼워 보였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신나게 춤추는 에밀리의 모습으로 이번 주간 보고를 마칩니다


이번 주도 평화를 빕니다. 


[기도제목]

1.   개척자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중덕 삼거리의 일상이 더 풍성해지고 그 일상이 오래오래 지켜질 수 있도록 보호와 연대의 손길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2.   제주에서도 세월호 희생자와 생존자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내 고통 만큼이나 당신의 고통도 깊고 크다는 것을 현장에 있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며 살도록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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