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주에는 코로나에 확진된 친구들이 모두 격리가 해제되었습니다. 평화대학 수업 또한 점차적으로 계획대로 진행되어 분주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두 명의 친구가 격리해제 된 화요일, 함께 들은 첫 수업은 강정지킴이 멸치님이 진행한 강정특강이었습니다. 강정마을에서는 해군기지가 완공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구럼비를 되찾고, 해군기지를 폐쇄시키기 위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해군기지가 건설되었기에 이미 끝난 싸움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해군기지를 향해 폐쇄를, 평화를 외쳐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해군기지 건설이 결정이 되고,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공권력에 의해 폭력을 당했습니다. 또한 구럼비와 강정 앞바다의 천혜의 자연이 파괴된 것은 이루 말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강정에서의 나의 활동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민하던 시기에 강정의 현재를 제주의 지형과 역사, 도로를 통해 이야기해주신 덕분에 이곳에서 평화를 외쳐야만 하는 이유를 좀더 명확하게 세워나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꾸미기]강정지킴이 멸치님이 진행하신 강정특강 수업.jpg


이어진 농사 시간에는 공소회장님과 함께 고사리를 따러 갔습니다. 수많은 풀들 속에 숨은 고사리를 찾는 것이 초반에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고사리인지 아닌지를 재차 물어보며, 점점 허리를 숙여 땅을 살피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고사리를 찾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고사리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자연의 소리 속에서 오롯이 고사리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꾸미기]농사 시간에 땅에서 고사리 찾는 중~.jpg


목공 시간에는 브라더송이 기본적인 연장 사용법을 알려주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실습을 했습니다. 배운 기술을 통해 3개월 뒤면 만들어질 타이니하우스는 작지만 직접 만들었기에 그 어떤 집보다 소중할 것입니다.


[꾸미기]새방밧에서 목공 수업 중~.jpg


이에 연장된 수업으로 태양광을 설치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북한의 태양광 설치 활동가이신 장의성선생님께서 진행해주신 수업이었습니다. 전기에 대해 무지한지라 내용이 쉽지 않았지만, 태양광을 위해 필요한 장치들과 작동 원리 등의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공급 받아 바닷가에, 새방밧 컨테이너 위에, 그 어디로도 갈 수 있는 타이니하우스가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합니다.

 

[꾸미기]태양광 수업을 진행하시는 장의성 선생님~.jpg


평화대학 수업은 자급자족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터전입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설지만 앞으로의 배움을 통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말에 강정에 오신 민들레학교 김인수목사님께서 진리는 철학 사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손에서, 땅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자급자족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시는 목사님은 가난과 빈민의 삶을 사는 이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공동 생활을 하시며, 성경의 말씀대로 살기위해 노력한다고 하셨습니다. 좋은 뜻과 사상은 그것을 삶에서 실행해 나갈 때 비로소 빛을 바랄 수 있다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꾸미기]해군기지 앞에서 김인수선생님과 이야기하는 시간~.jpg


이외에 바다의 날, 물과 바람이라는 주제로 브라더송에게 강의를 들었고, 오후에는 직접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항해 후 돌아와서 맛있는 밥을 나눠 먹고, 서로의 소감을 나누며 다음 항해를 준비했습니다. 또한 금요일에는 드디어 코로나에 확진된 친구들이 모두 격리가 해제되어 모두 함께 필드트립을 떠났습니다. 문도지오름과 금능해변에서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고, 바다에서 수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탁 트인 자연을 바라보며, 우리 가까이에 자연이 있음을 감사하며, 모두 건강한 상태로 다시 함께 할 수 있음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을 맞이했습니다. 토요일은 평화대학의 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생명평화백배와 인간띠잇기는 평소처럼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꽂은 깃발들이 해군기지 관련자에 의해 바닥에 던져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활동가들이 평화의 마음을 담아 소중히 만든 깃발들이 땅에 던져지고, 더러워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마음에 상처가 됩니다. 다시 깃발을 꽂고, 던져지고 하는 과정 중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고, 누군가는 던져진 깃발에 맞기도 했습니다. 책임자를 만나 충돌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해군 측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말 내내 해군기지 앞에서 책임자와의 만남을 요구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언성을 높이거나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말들로 언성이 높아지는 험악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내 안의 평화를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토요일 저녁부터 내내 비가 왔지만, 일요일에는 날씨가 맑았습니다. 선선한 바람 아래 해군기지 철문 앞에서 우리는 돗자리를 깔고, 텐트도 쳐 놓고, 평화로운 일요일을 보냈습니다. 강정지킴이 몇몇 분이 오셔서 함께 담소도 나누고, 아이들은 블록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맛있는 간식과 좋은 음악도 함께였습니다.

그러나 철문 너머에는 총을 멘 군인들이 있고, 주변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마냥 평화로울 수만은 없는 이 공간, 해군기지 앞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공간인지 다시금 되새겨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왜 어째서 이 공간에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인지 답답하기도 하고, 해군기지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 감정과 평화와 폭력, 비폭력 저항, 등등에 대한 복합적인 생각이 계속되면서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꾸미기]해군기지 앞에서 보내는 주말~.jpg


토요일 밤에 해군기지 정문 앞에 앉아 있을 때 철문 안쪽으로 하얀 고양이가 보였습니다. 고양이는 해군기지를 배회하다 철문 사이를 통과해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습니다. 우리는 넘어갈 수 없는 이 철문이 언젠가 사라지고 고양이도 우리도, 자유롭게 구럼비의 바다를 드나들 수 있는 날을 기다립니다. 그러한 날이 꼭 오리라는 믿음으로 평화를 바라는 신념과 원칙을, 중심을 잘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도제목]

1. 코로나 확진자 친구들이 무사히 격리 해제된 것에 감사

2. 폭력 앞에서도 함께 힘을 내어 평화적인 행동을 해 나갈 수 있도록

3. 평화대학을 이끌어 가는 모든 손길이 건강할 수 있도록

4. 학생들이 수업 속에서 변화되고 성숙해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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