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새방밧에서 평화대학 피스파인더 친구들과 함께 생활한지 어언 한 달이 지났습니다. 친구들이 찾아오기 전에 낯선 이들과 무사히 공동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친밀하게 보내는 하루가 매일 현실이 됩니다.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기를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살아온 환경과 각자의 성격, 생활 습관들이 모두 다르기에 공동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꾸미기]매주 진행되는 체크인 시간~.jpg


우리는 매주 월요일마다 체크인 시간을 통해 각자의 불편함을 솔직하게 이야기 합니다. 모두가 개인을 존중하는 태도로 경청하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습니다. 모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는 이 시간이 공동생활에 평화를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시간에는 불편함 뿐만 아니라, 각자의 건강 상태, 지난 한 주간의 수업 중 인상 깊게 남은 내용, 주말에 보낸 휴식 시간 등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첫 만남의 순간에서 이제 우리는 누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쉬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수업으로 얻은 배움이 무엇인지, 우리가 만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를 아는 시간에 다다랐습니다.

 

[꾸미기]평화행동 아이디어를 나누는 미디어액티비즘 수업~.jpg


약 한 달간은 서로를 알아가고, 평화대학 수업과 강정의 일상에 적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배우고 있는 평화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나가려고 합니다. 강정지킴이 그레이스님이 진행한 미디어 액티비즘수업 시간에 이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브이로그와 문집, 퍼레이드, 춤과 노래, 의상, 뜨개질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에 호응하며,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 평화 행동에 대한 기대를 느꼈습니다.

 

[꾸미기]최성희선생님께서 진행해주신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 특강~.jpg


다가올 5 28일은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이라고 합니다. 이를 맞아 강정지킴이 최성희 선생님께서 특강을 진행해주셨습니다. 1981년 영국 그린햄커먼 운동이 이 날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그린햄커먼 공군기지에 실려 올 미국의 핵미사일을 반대하는 운동. 여성들은 웨일즈에서부터 그린햄커먼까지 행진한 후 기지 앞에 모여 텐트를 설치하고, 여성평화캠프를 열었습니다. 이곳에 모인 수많은 여성은 철조망에 꽃과 아기옷을 달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그동안 남성 중심의 투쟁에서 나아가 다양한 방식으로 반대 행동을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1991, 기지에서 핵이 사라졌고, 2000년에는 기지가 폐쇄 되었으며, 2002년에는 그 자리가 국가사적지로 지정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강정 해군기지 폐쇄를 염원하는 우리에게 그린햄커먼 운동은 큰 희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해군기지 폐쇄가 아직 실현되지 않아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졌지만, 우리가 지속하는 이 운동이 평화를 가져올 것임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스파인더 친구들은 5 28일이 있는 주간, 인간띠잇기 시간에 개인별로 글, 퍼포먼스 등을 통해 평화 행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행동들은 평화에 한걸음 더 까깝게 해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꾸미기]조나스웨일 항해 준비 중~.jpg


이번 바다의 날에도 우리는 요트를 탔습니다. 아직까지도 항해를 준비하는 과정이 익숙치 않지만 조금씩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용기를 얻어 갑니다. 이번 항해에서는 범섬 가까이에 요트를 세워 두고 바다에 들어 갔습니다. 높아진 기온 탓에 바다에는 해파리와 해파리알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하지만 무사히 바다 수영을 할 수 있었고, 바다에서 나오는 것이 힘에 부쳤지만, 함께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요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목공 수업에선 본격적으로 타이니하우스 만들기에 착수하여 지붕과 벽의 일부를 만들었습니다. 처음해보는 작업이어서 못 하나 박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서로 응원하며 용기를 주어 신나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 나갔습니다.

 

[꾸미기]타이니하우스를 만드는 목공 시간~.jpg


혼자 집을 짓는 것과 요트를 타는 것은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고 미숙한 일에 용기를 얻으며,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일 때입니다. 도움을 주고 받으며, ‘는 혼자일 때보다 더 다양함이 가득한 시간과 미래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평화 수업에서 레비나스에 대해 다루며, 인간은 타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타인의 잘못이 나의 잘못이 될 수 있으며, 타인의 평화가 나의 평화가 될 수 있음을 느낍니다. 서로 책임을 느끼는 존재들. 새방밧 생활에서 서로의 안정과 평화로움에 책임감을 느끼며, 사소한 불편함까지 나누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나의 생활에서 철학자들의 말들을 대입해보고 질문을 던지고 답하며, 결국엔 이 모든 생각들이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됨을 느낍니다.

 

새방밧 식구들은 주말에 개인 시간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며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날에 저는 늦은 밤, 두 친구와 함께 바다 앞 아스팔트에 누워 수많은 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날엔 혼자 바다 곁을 걸었습니다. 가로등이 없는 쪽은 어두워서 별이 잘 보였지만, 인적 드문 길에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또 다른 방향에서는, 텅 빈 해군기지의 축구장의 너무나도 밝은 조명 때문에 별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혼자서도 늦은 밤 안전하게 별을 볼 수 있는 세상이 아님이 원망스럽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것에 감사를 느낍니다.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우리가 서로의 평화에 책임감을 느끼며, 함께 하는 행동이 혼자서도 안전하게 별을 향해 걷는 길로 인도해줄 것임을 믿게 되는 날들입니다.

 

[기도제목]

1. 각자의 목소리에 용기를 담아 평화 운동을 해내갈 수 있기를

2. 함께 하는 이들의 평화에 책임을 느끼며 공동생활을 할 수 있기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평해 출정식 및 기자회견 관리자 2023.04.21 267
472 2023년 5월 14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3.05.15 92
471 2023년 5월 8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3.05.10 65
470 2023년 4월 26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3.05.10 53
469 2023년 4월 18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3.05.10 46
468 2023년 4월 10일~16일 제주소식 file 관리자 2023.04.20 65
467 2023년 4월 2일~9일 file 개척자들 2023.04.11 60
466 2023년 3월 27~4월 1일 제주소식 file 개척자들 2023.04.11 51
465 2022년 6월 15일 제주와 공평해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6.16 114
464 2022년 6월 9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6.09 109
463 2022년 5월 30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6.02 84
462 2022년 5월 24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25 68
461 2022년 5월 17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18 82
» 2022년 5월 9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10 88
459 2022년 5월 2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03 85
458 2022년 4월 26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4.26 62
457 2022년 4월 18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4.19 63
456 2022년 4월 11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4.12 87
455 2021년 9월부터 11월초까지 제주소식을 전합니다. file 관리자 2021.11.09 404
454 2021년 7월부터 9월초까지 제주소식을 전합니다. file 관리자 2021.11.09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