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은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입니다. 오월도 벌써 중순을 향해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친밀해지는 새방밧 식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벌써 이별의 순간을 아쉬워 하곤 합니다. 우리의 식구 중 유일하게 비인간 동물인 가을이도 개척자들 멤버들을 비롯한 피스파인더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꾸미기]가을이 울타리 보수하는 새방밧 식구들~.jpg


피스파인더 친구들이 새방밧에 온 이후로 가을이는 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은 가을이를 아끼고 사랑하며 또 그만큼 자주 산책을 시켜 줍니다. 유일하게 목줄을 벗고 길을 활보할 수 있는 시간이 가을이에게 늘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가을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합니다. 익숙한 사람들만 있을 때는 너무나도 온순한 가을이는 낯선 소리나 사람에 크게 반응하며 어떤 때는 크게 짖고, 누군가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외부인과의 사고를 방지하고자 새방밧에선 몇 주전 가을이에게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울타리는 가을이가 빠져 나올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넓었습니다. 보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체크인 시간에 나왔고, 화요일 오전에 목공팀은 울타리를 보수하고, 새롭게 문도 만들어 달았습니다. 브라더송 없이 목공팀원들만의 힘으로 작업을 했던 첫 순간이었습니다. 조금은 엉성해 보이지만, 우리끼리 무언가 만들어 냈다는 생각에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평화대학에서의 배움은 강의실을 벗어나 삶 곳곳에 적용됩니다.


[꾸미기]평화센터에서 진행된 해양분쟁 특강~.jpg


저번 주는 평화대학 수업 이외에도 특별한 일정이 많았습니다. 그 첫 번째는 최지현 선생님께서 진행해주신 바다의 날 특강이었습니다. 해양분쟁을 주제로, 섬에 대한 정의, 배타적경제수역과 대륙붕, 접속 수역, 나라 간 해양분쟁, 한 나라의 주권 적용 영역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바닷물은 영해를 오가며 끊임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한 바다에 대해 한 나라가 주권을 행사하는 일은 자연의 섭리를 벗어났으며 영토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경계는 적을 만들고, 폭력을 정당화 하는 선으로 바다에서조차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꾸미기]항해를 마치고 정리하는 팀원들~.jpg


해양분쟁 수업 이후에는 항해를 했습니다. 저는 연락망을 맡아 요트를 타진 못했지만 항해를 준비하고,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죠나스웨일과 친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항해는 범섬을 돌아 강정으로 오는 여정이었습니다. 한 시간 간격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실시간으로 항해팀의 위치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평화대학을 통해 처음 요트를 탄 친구들은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기존 크루들과 함께 정리를 해내갑니다. 능숙함과 성장한 모습을 보며 같이 평화대학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써 자랑스러운 마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바다의 날 항해는 정예 멤버들의 훈련 위주로 진행되어 공평해를 위한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꾸미기]문화공간 비수기에서 진행된 'planet A' 상영회~.jpg


금요일 저녁에는 문화공간 비수기에서 강정평화네트워크와 핫핑크돌핀스가 주최한, 영화 ‘Planet A’의 공동체 상영회가 진행됐습니다. ‘Planet A’는 모든 해방을 다룬 영화로 특히 동물해방에 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기로 소비하는 비인간 동물들이, 고통을 느끼며 엄마의 젖을 먹고, 무언가를 보는 눈을 가진 생명임을 자각하게 해줍니다.

현재 새방밧은 비건존입니다. 식재료는 비건 제품만 구매하며, 부득이 하게 논비건 제품이 생길 경우에만 버리지 않기 위해 소비합니다. 모두의 동의 하에 이 원칙이 지켜지고 있고, 함께 비건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했던 우리에게 ‘Planet A’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저는 비인간 동물들이 당한 폭력에 침묵했으며, 생명에 대한 생각없이 고기를 소비해 왔던 것에 죄의식을 느꼈습니다. 저 또한 그들이 당한 폭력에 가담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물해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생각을 던져 주고 비인간 동물에 대한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꾸미기]세계병역거부의 날 행사~.jpg


그리고 5 15일은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이었습니다. 이를 맞아 강정마을에서는 여성병역거부 선언이 있었습니다. 1부에서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 금기에 도전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진행됐습니다. 기나긴 운동 끝에 한국에서 병역거부가 인정되고 대체복무가 가능해진 희망적인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부에선 4명의 여성병역거부 선언과 병역 거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특히 선언을 듣기 전 저는 여성이 병역거부를 한다는 것이 생경하게 느껴졌기에 궁금증이 컸었습니다. 군사주의는 철저하게 여성을 배제해 왔고, 앞서 영화를 통해 확인했듯이 여성들은 병역거부 운동에서 주변인으로 존재합니다. 따라서 병역거부를 할 명분이 없는 존재처럼 여겨졌던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이 병역거부를 한다는 것은 군사주의, 전 세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가부장제에 대한 여성들의 비폭력 평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저에게 이번 여성병역거부 선언은 여성에게 군대란 무엇이고, 군사주의라는 폭력 앞에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선언자들에 대한 부채감과 감사함을 동시에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평화대학 수업과 더불어 진행된 다양한 일정들은 모두 무거운 사안을 다루고 있어 소화해 내는데 조금은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폭력 앞에 침묵했던 내 자신을 발견한 뜻깊은 시간이었고, 이제 제 앞날은 좀더 불편할 것임을 느낍니다. 곳곳의 폭력 앞에 무감하지 말자, 눈으로 보고, 반응을 하자, 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자는 다짐을 마음에 새긴 귀중한 주간이었습니다.  

 

[기도제목]


1. 가을이가 새로운 공간에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기를

2. 많은 일정으로 다소 지친 새방밧 식구들이 에너지를 얻고 활기를 얻을 수 있기를

3. 강정마을의 활동가들이 건강하게 관계를 맺으며 평화 활동을 해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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