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새방밧에선 매일 공사 소음이 들려옵니다. 언제나 강정은 시멘트 길을 만들기 위해 공사 중입니다. 트럭과 포크레인이 매일 목격되며 천에서 큰 돌을 퍼내고 철근을 심고 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없는 물의 길이 매일 사라지는 중입니다. 흙의 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주에는 제주보물섬학교 친구들이 강정에 방문했습니다. 학교 뒷편에 있는 오등봉이 개발사업으로 인해 파괴될 위협을 걱정하며, 오등봉 그 자체를 지키고자 떠난 길이라고 했습니다. 오등봉공원 도시계획 개발사업은 전체 면적 중 12프로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제주 모든 곳이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투쟁 현장이 되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들이 오등봉을 지키기 위해 떠난 연대의 여정 중 강정에서 보는 것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구럼비가 아닌 해군기지였습니다. 아이들은 드넓은 바다와 구럼비가 아닌 군인들이 철문을 열고 닫는 해군기지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아이들이 자연을 누릴 권리를 지켜주지 못했음에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꾸미기]강정을 방문한 보물섬학교 친구들~.jpg


다시 천혜의 자연, 제주로 회복시키기 위해 애써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는 마라도항이 보였습니다. 하와이에서 열릴 림팩을 앞두고 출항을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와중에도 전세계 곳곳은 전쟁 연습으로 인해 분주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과연 세상이 바뀔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517일부터 5 24일까지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5 24)을 맞아 평화대학 학생들을 비롯한 강정지킴이 분들의 평화 활동이 이어졌습니다.


[꾸미기]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jpg


인간띠잇기 시간에 진행되었으며, 발언, 퍼포먼스, 노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매일 이어지는 지속적인 행동이 전세계의 군사기지를 폐쇄시키고, 전쟁 없는 세상으로 나아감을 간절히 바라는 시간이었습니다.


[꾸미기]전쟁반대를 위한 항해~.jpg

또한 매달 27일 진행되는 비무장평화의섬 제주를 위한 모임이 진행되었고, 주말에는 마라도로 22시간 요트 항해를 했습니다. 제주 곳곳을 다시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여정이 꾸준히 진행되는 강정입니다.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고,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음이 감사합니다.


[꾸미기]난민에 대해 배운 강정특강~.jpg


평화를 행동하기 위해 모인 곳이지만, 이곳에서도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난민에 대해 다룬 강정특강 시간을 통해 할 수 있던 생각입니다.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말이나 행동이 내가 누리는 특권에 의해 체화되었음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누군가의 이동을 제한시키고, 국민이라는 단어로 기본권을 박탈시키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이라는 단어로 포함되어지지 않는 존재들은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매일 투쟁해 나가야만 합니다. 평화를 위한 활동에서조차 활동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단어들이(예를 들어 우리, 국민, 국가 등)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언어는 소통하기 위해 필수적이고 유용하지만, 그만큼 폭력적이고, 차별과 혐오를 생산할 수 있는 씨앗을 가지고 있음을 늘 의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에 대해 배워 갈수록 생활이 불편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행동과 말이 누군가에게 차별이나 폭력적이진 않은지 스스로를 검열하는 시간이 늘어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싶다가도 고통받는 생명들을 생각하면 나의 불편함조차 특권임을 상기하게 됩니다. 내가 사는 땅이 비로소 평화의 땅이 되어야 나의 생명이 진정한 평화에 놓일 것입니다.


[꾸미기]공간에서 진행된 304낭독회~.jpg


지난 주말에는 강정 공간에서 304낭독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명을 기억하는 자리였습니다. 더 이상 국가폭력으로 고통받는 생명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는 자연과, 전쟁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화를 바라게 되는 나날입니다.

 

[기도제목]

1.     사라지는 물길과 흙 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그래서 다음 세대에 남겨줄 자연을 잘 돌볼 수 있도록

2.     온통 전쟁의 기운이 넘실대는 세상이지만 평화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삶 속에 체화시켜 가며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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