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던 군함들이 출항했습니다. 531일 바다의 날인 화요일 낮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오전 수업이 끝날 때쯤 소식을 접했고, 우리는 곧바로 포구로 향했습니다. 요나스웨일에 올라탄 후, 강정 바다를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군함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따라잡기에 요나스웨일의 속도는 느렸습니다. 멀어져 가는 군함을 보며 허탈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우리는 깃발을 들고 림팩 반대, 전쟁 반대를 외쳤습니다. 우리의 외침이 군함에 가 닿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꾸미기]떠나는 군함을 향해 깃발을 흔드는 친구들~.jpg


8월까지 이어질 각종 전쟁 훈련, 림팩.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도 많은 나라가 전쟁을 연습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속도와 효율, 이익을 위한 전쟁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 속도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군함들이 출항한 다음 날, 바다의 날 수업에도 우리는 항해를 했습니다. 준비를 마친 뒤 요나스웨일의 시동을 켠 후, 포구를 조금 벗어나 시동을 껐습니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나아가는 요나스웨일의 속도는 군함의 속도보다 현저히 느렸습니다. 범섬을 향해 유유히 나아가면서 어떤 친구들은 키를 잡고 운전했습니다. 또 다른 친구들은 바다와 육지, 수평선, 물속의 생명들, 하늘 등을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범섬을 돌아 다시 강정포구로 돌아왔을 때는 약 5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군사주의의 시각으로 본다면 비효율적으로 보일 이 시간은 바람을 따르고, 자연의 순리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으려는, 평화를 품은 여정이라고 느껴집니다. 평화를 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야 하며, 깊이 이해하기 위해 오래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꾸미기]바람을 따르는 항해 시간~.jpg


해군기지가 폐쇄될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가끔은 눈앞에 보이는 결과적인 것이 없어 지치기도 하지만, 과거의 운동과 그 결과로 사회의 변화를 이뤄낸 사례들을 보며 힘을 내보기도 합니다. 그 예로 강정지킴이 멸치의 강정특강에서 배운 칠레에서 일어났던 혁명이 들 수 있습니다. 지하철 요금 인상이 발단이었지만, 여성과 장애인, 원주민 등은 사회의 혐오와 차별까지 뿌리 뽑기 위해 거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피상적인 평등이 아닌 차별과 혐오 없는 진정한 평등을 위해 움직인 여성들의 운동은 언제나 의지가 됩니다. 그 안에는 다양성이, 감수성이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과 견디고 움직이는 시간이 있습니다.

 

[꾸미기]여성혁명에 대해 배운 강정특강~.jpg


강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 갈수록 세계 곳곳에 너무 많은 폭력과 차별, 혐오가 있음을 인지하게 됩니다. 휴일이었던 61일 지방선거 날, 평화센터에 모여 영화 시스피라시를 보며 또 한번 바다에, 생명들에 가해지는 폭력을 목격했습니다. 영화감독은 해안가의 쓰레기를 보며 촬영을 시작했지만, 그 여정은 기후위기에, 포경, 양식업, 부수어획물, 기업의 이익, 노역 등으로 이어집니다. 식탁에 놓인 생선을 먹는 일 속에 거대한 폭력의 서사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경각심을 갖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 또한 폭력을 행하는 인간으로 남게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인지라 조금은 기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공허함을 크게 느낄 때도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수업에선 과거의 혁명에서 사람들이 모인 공간만큼은 안전한 공간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또 다른 반대의 목소리를 보호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강정에서 함께하는 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서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꾸미기]서로 의지하고 보호하며 지내는 새방밧 식구들~.jpg


시간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오래 보고 느끼고 생각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인 평등과 평화가 다가올 미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믿고 하루를 또 시작해보겠습니다.

 

[기도제목]

1.     온 세상의 폭력들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해 낼 수 있도록

2.     평화대학에서 배우고 있는 친구들이 배운 것에 충실하여 자신과 세상을 향해 변화를 살아낼 수 있도록

3.     평화대학이 6월 달을 알차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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