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얼마 전 낯선 풍경을 마주했습니다. 편의점 앞 벤치에 세 명의 군인이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매일 해군기지 앞에서 군인들을 마주하지만, 편의점에서 군인을 만나는 일은 또 다른 감각을 제게 주었습니다. 편의점은 일상의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산책하다 보면 조깅하는 군인들을 마주하고, 정류장에선 버스를 기다리는 군인을 봅니다. 강정마을 곳곳에 이렇게 군인들의 일상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해군기지가 이곳에 있기에 당연한 일 같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상기하며 저는 강정마을에 사는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 집으로 걸어가는 생활에서 아이들은 군인을 만납니다. 전쟁을 준비하는 해군기지와 해군이 점점 익숙한 존재로 아이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그 사실이 무섭고 두렵게 느껴지며, 그래서 저는 백배와 인간띠잇기가 너무나도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평화 일상이 강정마을 사람들에게 평화의 기운을 전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꾸미기]제천간디학교 친구들의 공연~.jpg


소중하게도 인간띠잇기에는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먼 곳에서도 찾아옵니다. 저번 주에는 제천간디학교 학생들이 강정마을에 방문했습니다. 춤과 노래를 부르며, 해군기지에 평화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강정 활동가들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안겨 주었습니다. 학생들이 공연할 때, 정문 앞 군인경찰들이 핸드폰으로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 방해하는 비상식적인 상황 속에서도 말입니다.


[꾸미기]해군기지 앞에서 이유밴드 공연~.jpg


또한 금요일 저녁에는 이유밴드의 공연이 진행됐습니다. 해군기지 정문 천장에 빔으로 영화 관람을 하지 못하도록 해군이 조명을 설치해두었던 것이 이유밴드의 무대를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 시간가량 공연이 이어졌고,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브라더송은 이유밴드 멤버 중 주희님과 함께 활동했던 때를 기억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가치인 평화를 위해 함께 살아갔던 사람들 간에 쌓인 정은 어쩐지 너무 아름답고 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평화를 바라며 행동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강정에서의 삶은 매우 귀중하다고 여겨집니다. 게다가 강정마을의 평화 활동가들은 서로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안전과 건강을 돌보는 것 또한 중요함을 잊지 않고 말입니다. 자신이 건강해야 타인을 돌볼 수 있으며 각자가 자신의 건강을 잘 유지한다면, 그 자체로 돌봄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새방밧의 한 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줌으로 포스트모더니즘, 메를로 퐁티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우리들이 육체를 지닌 존재로 동시에 여기에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평화수업을 함께 듣는 것만으로도 내 존재가 누군가가 돌보아 주는 안전 속에 있다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꾸미기]멧부리에서 인간띠잇기~.jpg


매월 둘째 주 목요일에는 멧부리에서 인간띠잇기를 합니다. 한 달 만에 찾은 멧부리의 시멘트 담벼락엔 돌이 붙어 있었습니다. 예상되었던 일이었지만, 실제로 가짜 돌이 붙어 있는 벽을 보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풀이 자라는 바닥에도 가짜 현무암이 여기저기 놓인 상황이었습니다. 군대는 자연마저 조작된 풍경으로 만들어 갑니다. 비정상적인 일들이 강정마을에는 나날이 늘어 갑니다.


[꾸미기]사하자의 강정특강 수업~.jpg


한 달 만에 강정에 온 사하자는 강정특강 수업에서 이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태어날 때부터 전쟁에 익숙한 아이들이 일상에서 총을 가지고 놀며, 누군가를 구타하거나, 죽이는 것 같은 흉내가 친근함을 표현하는 장난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어른들이 전쟁을, 군사기지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정 아이들의 미래에 전쟁 없이 더운 여름이면 안전하게 강정천에서, 진짜 자연 속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날들이 펼쳐져 있기를 바랍니다. 해군기지 없는 강정으로 남아 군인과 군사기지가 아이들의 미래를 폭력과 전쟁으로 위협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날들입니다.

 

[기도제목]

1.     강정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나날이 많아지도록

2.     평화대학 학생들의 봄학기 마지막 수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끝까지 건강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워지도록

3.     물놀이가 잦아지는데 모두들 안전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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